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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첫 대운하 텔레비전 토론을 보고 / 이기영 본문
[기고] 첫 대운하 텔레비전 토론을 보고 / 이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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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반도 생태계 전체의 운명이 달린 한강과 낙동강은 다르다. 국민의 소중한 식수원일 뿐만 아니라 백두대간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물과 산소를 공급해주고 미네랄 등 각종 영양원을 날라주는 젖줄이자 대동맥이다. 청계천은 따로 하수도가 있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기능만 하면 되지만 한강과 낙동강은 한반도 생태계를 살려주는 생명지기 역할을 한다. 만일 한강과 낙동강을 콘크리트로 메워 이 역할이 축소되거나 변형되면 한반도의 생태계는 순식간에 큰 변화를 겪고 파괴될 수도 있다. 또한 수만 년간 강을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문화재들을 수장시켜 버릴 위험이 높다.
이번 첫 토론에서 누가 봐도 몇 가지 확연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있었다. 하나는 물류에 의한 경제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너무 작고 공사비가 크게 축소돼 있다는 사실이다. 고속철도나 새만금 등 대부분의 대형 국책사업도 처음엔 비용을 최소화해 발표했다가 나중에 몇 배로 늘어났다. 이번 기회에는 그 비용을 정확하게 다시 산정해 밝혀야 한다.
운하로 물이 맑아진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물은 흐르면서 공기와 닿는 표면적이 넓어짐에 따라 산소가 다량으로 유입돼 유기물이 산화됨으로써 맑아진다. 가두어 둔 물이 맑아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다. 배의 스크류가 공기를 유입시켜 물을 맑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런 일이다. 수류수송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게 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한다는 말은 맞지만 그것도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해로를 이용하면 될 일을 왜 억지로 큰 돈을 들여 금수강산을 파헤쳐가며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높은 산을 넘기 위해 끌고 올라가야 할 바지선의 연료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운하보다는 당연히 해로를 먼저 개척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생태 환경적 가치가 개발가치보다 우선하는 새로운 환경경제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도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싸인 직선의 강가보다는 수양버들이 늘어진 곡선으로 된 생태하천을 훨씬 더 보기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태안에서 사고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환경재앙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체험하고 있다. 봉사를 다녀온 사람들은 주변에 사람말고는 생명체가 하나도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사건은 한번 파괴된 환경이 회복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국민 환경교과서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생명줄인 식수원 한강과 낙동강에 석유로 움직이는 배가 석탄이나 화공약품이나 이를 원료로 만든 제품을 싣고 떠다니다 사고라도 난다면 어찌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기영/호서대 교수,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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