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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격화에 경찰 진압원칙·체계 '와르르'

AziMong 2008. 6. 29. 02:12

촛불 격화에 경찰 진압원칙·체계 '와르르'

경찰버스 훼손되자 물대포 '직격탄'에 시위대와 주먹다짐까지

[ 2008-06-26 10:43:17 ]

CBS사회부 강현석 기자강현석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는 결국 경찰의 강제해산으로 마무리됐다.

전날 오후 3시 무렵 경복궁 역 근처 청와대 입구 4거리에서 기습 가두시위를 시작해 90여명이 연행되면서 이번 집회는 격렬할 것이 예상됐지만 경찰의 반응역시 무리가 있었다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 물대포 안전기준은 '남의 나라 이야기'

경찰은 26일 0시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물대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하나씩 끌어내는 등 상황이 격해지자 물대포 사용을 결정한 것.

지난 1일 새벽 이른바 군화발 동영상과 물대포 파동 이후 경찰은 시위대가 쇠파이프나 화염병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물대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었지만 이 약속을 스스로 어겼다.

또 물대포 사용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도 철저히 무시됐다. 경찰은 시민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시민을 향해 물대포 직격탄을 날렸고, 시민들은 통증을 호소하며 밀려나갔다.

당초 15-20도 정도 위로 쏴야하는 안전수칙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정확히 겨냥돼 날아오는 물대포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 지휘통제 혼선, 전경 중대별로 엇박자

새벽 1시가 넘어서면서 경찰의 본격 강제해산 작전이 시작됐다. 경찰은 살수차 등을 동원해 시민들을 세종로 사거리로 몰아넣었고 시민들은 이에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전의경 지휘통제 체제가 혼선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중대만 대오를 흐트러 뜨린채 전진해 시민들에게 둘러싸이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벌어졌다.

결국 이 중대를 구하기 위해 다른 중대가 투입됐고 '전경-시민-전경'이 샌드위치마냥 뒤엉키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춰 시위대와 맞서던 경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흥분한 전경들이 지휘통제를 무시한 채 시민들에게 달려드는 일도 벌어졌다.


새벽 2시쯤에는 일부 중대에서 전경들이 지휘체계를 무시한 채 시민들에게 달려나가 서로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격한 반응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일었다. 시민 백여명은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4시간 전인 25일 오후 3시 무렵, 경복궁 역 인근 청와대 입구 사거리에서 가두시위를 벌여 90여명이 연행됐다. 이들은 차벽으로 고립된 밤 시간에도 경찰과 대치를 계속했다.

이들이 고립됐다는 소식이 서울광장에 전해지면서 전날밤 8시도 되기 전에 서둘러 집회를 끝내고 가두시위를 시작했다. 남대문과 명동을 돌아 종로를 거쳐 세종로 사거리로 집결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곧장 세종로 사거리로 향했다. 경복궁역에서 경찰에 고립된 시위대를 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 차벽에 막히자 새문안 교회 인근 골목을 목표로 삼았다.

이곳 역시 전경버스가 차벽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시위대는 버스와 민간 건물 사이의 가벼운 블록담장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시위과정에서 전경버스를 부순 일은 있지만 시위대가 민간 건물의 일부를 파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미란다 고지도 없는 강제연행, 취재중인 기자도 "연행해!"

무원칙하게 이뤄진 강제연행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경찰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130여 명에 달하는 시위대를 강제연행했다. 연행된 시민 중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의원은 연행 뒤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연행되어) 내리자마자 은평경찰서장이 '국정운영에 바쁘실텐데 차나 한 잔 하시고 가라'는 말을 했다"며 "다른 분들은 미란다 원칙을 듣지도 못한 분들인데 다른 연행자들은 내보내 주지도 않고 저만 가라는 것이었다"고 연행 뒤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연행되거나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미란다 고지나 경찰관의 소속과 신분을 밝히는 어떤 절차도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취재중인 기자마저 신분을 밝혔는데도 무차별 연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모 일간신문의 이 모 기자는 25일 밤 10시쯤 새문안교회 인근에서 경찰차량에 연행된 뒤 1시간 가량 붙잡혀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