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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훔쳐본 편지

AziMong 2005. 2. 27. 22:06



 

 

♥ 몰래 훔쳐본 편지 ♥


                            ......아지몽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몰래 훔쳐본 편지였습니다.

어느날 나는 교도소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이틀에 한번 정도는 꼭 가야하는

일과 중 하나였습니다.

하루는 교도관 담당자로 부터

서류를 넘겨 받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파란 수의를 걸치고 있는

한 젊은 사람이 다리미로

교도관들의 옷을 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나는 그러한 일을 하는 것도

모범이 되는 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젊은 사람은

나와 어느 정도 안면이 익숙해지면서

가끔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군에서

상사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다

젊은 혈기에 감정을 참지 못하여

총기사고로 인해 그의 상사가 죽게 되고

15년간 구형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그 젊은 사람으로 부터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통의 편지를 대신 붙여달라는.....

그런데 그 편지는 동봉이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편지를 읽어보아도 좋은데 꼭 붙여달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저는 그 편지의 내용이 몹씨 궁금했습니다.

어느 여인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

 

이제 반정도 구형을 살았다는 그의 편지.....

8년정도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열심히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누구일까?

나의 호기심은 어느새

그 편지로 손을 가게 만들었습니다.

<....휴게실 한편에 있는 텔레비젼

 

그 속의 야구경기장에 있는 관중들의 환호성 소리,

그 환희에 찬 사람들 속에

당신이 어디엔가 있는 것 같아서 눈을 붙도록 울었습니다.

황혼이 지는 저녁, 망루에서 부는 나팔소리를

들을 때면, 새드카페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의외로 감성적인 하나의 편지를 접하면서

사람들이 가진 편견들이 여지없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간이란 처음부터 악인도 없고 선인도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순간의 실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게 한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그리고 1년후,

나는 어느 조그만 지방 신문에서

한 수인이 열애 끝에 교도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일편단심 춘향이처럼

교도소 생활을 뒷바라지 해주며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려주는 그런 사람.

내가 몰래 훔쳐본 편지는

각박해진 세태 속에서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 있습니다.

  


   - 아지몽의 <몰래 훔쳐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