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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교육자율화에 ‘혼란’ 빠진 학교 본문
‘벼락치기’ 교육자율화에 ‘혼란’ 빠진 학교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4.17 08:06 | 최종수정 2008.04.17 14:56
[한겨레] '벼락치기' 자율화에 '혼란' 빠진 학교
학부모 "너무 갑자기 정책 바꿔 엄마들 두려워 해"
사회적 논의없어 비판…"한국교육 뒤흔드는 조처"
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학교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교과부가 우열반 편성과 0교시·심야 보충수업 허용 등 논란이 큰 사안을 '사회적 논의'나 '예고'도 없이 불쑥 발표하는 바람에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려 높은 교육 현장=교과부의 발표 하루 뒤인 16일 학교장, 교사, 학생 등은 처지에 따라 찬·반의 태도로 갈렸지만 대체로 '학교 자율화 계획'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자율화를 통해 학교 교육이 다양해질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이 한층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한 공립고교 교장은 "사립학교의 경우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로 '서울대·연고대반'을 만들고, 강제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등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며 "이는 바로 공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영훈고를 비롯한 서울지역 사립고교 5~6곳은 지금도 우열반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연희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금지 지침이 있는데도 우열반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마저 사라지면 얼마나 기승을 부리겠느냐"고 말했다.
박용성 전남 여수여고 교사는 "지방의 경우, 규제가 풀리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수업의 강도를 높여달라는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ㅂ중 최아무개 교사는 "전국 일제고사가 중학교에서 부활해 학교·학군·지역간 성적 비교가 되는 마당에 이런 자율화 조처가 취해지니, 당장 점수를 올리기 위해 보충수업엔 주로 국영수 등 주요과목 문제 풀이만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불안해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이아무개(경기 파주)씨는 "너무 갑자기 정책이 바뀌어 주위 엄마들이 두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서울 구로·고1)군도 "수능등급제도 1년 만에 없애더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적잖은 사립학교에서는 입시교육이 강화될 것이란 예상을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학교의 자율성이 커졌다"며 반겼다. 서울 영훈고 정영택 교장은 "학교가 만족스러운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다"며 "우리 학교는 이미 전체 학생을 네 등급으로 나눠 수업을 하는 등 우열반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발표"=교과부가 학교 현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29개 지침'을 폐지하면서 일체의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자율화란 미명 아래 공청회는커녕 교육관련 단체와의 토론회조차 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정권이 바뀌면 교육 개혁안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런 식의 느닷없는 발표와 '즉시 시행' 방침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정부가 초중등 교육에서 손을 떼겠다며 한국 교육을 뒤흔드는 조처를 취하면서 어떻게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을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도 "교과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전교조, 한교조, 자유노조, 교총 등 교원단체들과 단 한 번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자율화 조처들이 학교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 교육 내용을 주도하고 있는 교사들과 한번쯤은 논의가 있어야 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소연 정민영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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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학교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교과부가 우열반 편성과 0교시·심야 보충수업 허용 등 논란이 큰 사안을 '사회적 논의'나 '예고'도 없이 불쑥 발표하는 바람에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공립고교 교장은 "사립학교의 경우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로 '서울대·연고대반'을 만들고, 강제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등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며 "이는 바로 공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영훈고를 비롯한 서울지역 사립고교 5~6곳은 지금도 우열반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연희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금지 지침이 있는데도 우열반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마저 사라지면 얼마나 기승을 부리겠느냐"고 말했다.
박용성 전남 여수여고 교사는 "지방의 경우, 규제가 풀리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수업의 강도를 높여달라는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ㅂ중 최아무개 교사는 "전국 일제고사가 중학교에서 부활해 학교·학군·지역간 성적 비교가 되는 마당에 이런 자율화 조처가 취해지니, 당장 점수를 올리기 위해 보충수업엔 주로 국영수 등 주요과목 문제 풀이만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불안해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이아무개(경기 파주)씨는 "너무 갑자기 정책이 바뀌어 주위 엄마들이 두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서울 구로·고1)군도 "수능등급제도 1년 만에 없애더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적잖은 사립학교에서는 입시교육이 강화될 것이란 예상을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학교의 자율성이 커졌다"며 반겼다. 서울 영훈고 정영택 교장은 "학교가 만족스러운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다"며 "우리 학교는 이미 전체 학생을 네 등급으로 나눠 수업을 하는 등 우열반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발표"=교과부가 학교 현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29개 지침'을 폐지하면서 일체의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자율화란 미명 아래 공청회는커녕 교육관련 단체와의 토론회조차 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정권이 바뀌면 교육 개혁안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런 식의 느닷없는 발표와 '즉시 시행' 방침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정부가 초중등 교육에서 손을 떼겠다며 한국 교육을 뒤흔드는 조처를 취하면서 어떻게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을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도 "교과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전교조, 한교조, 자유노조, 교총 등 교원단체들과 단 한 번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자율화 조처들이 학교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 교육 내용을 주도하고 있는 교사들과 한번쯤은 논의가 있어야 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소연 정민영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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