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등록금만 비싼 '자율형 사립고' 본문
◀ANC▶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율형 사립고'를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등록금만 비싸고 교육의 질은 일반학교와 다를 게 없을 거라는 국회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백승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오늘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
내년부터 해마다 30개씩 문을 여는
자율형 사립고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삭발 항의집회가 열렸습니다.
자율형 사립고는 학교장이 등록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돼 있어서,
결국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귀족 학교가 될 거라는 게
비판의 핵심입니다.
◀INT▶ 변성호/전교조 서울지부장
"밀실 심의를 거쳐 탄생시킬 귀족학교는
교육마저 가진 자들의 잔칫상으로
전락시킬 것이며, 교육평등이
공식적으로 부정되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반면 교육당국은 등록금을 더 받더라도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면, 그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비싸진 등록금만큼
교육의 질도 높아질 수 있을까.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료입니다.
자사고가
등록금을 일반 학교의 2배로 올려 받고
재단 전입금을 현재의 3배로 늘려도
학교당 평균 8억 2천만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일반 사립고는 매년 수십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데, 자율고는
이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INT▶ 김종배 교장/안산동산고등학교
"학생들 교육경비라든지, 교사들
보수문제라든지, 시설문제 그런 것들이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결국 자율고는
등록금을 일반고의 2.6배 이상 올려야
겨우 적자운영을 면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수한 교사를 채용하거나 시설을 확충하려면
등록금을 그보다 훨씬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INT▶ 윤남훈/서울 사립중고등학교장회 회장
"삼배를 내고 왔을 때, 그 이상을 기대하는
학부모들은 실망하지 않겠습니까."
이 때문에 여당에서조차 교육과학부의
자율고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INT▶ 김세연 의원/한나라당. 국회 교과위원
"무리하게 숫자를 채우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재원지원과
운영에 있어 보완이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까지 만들어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등록금만 비쌀 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MBC 뉴스 백승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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