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이 참상을 표현할 언어는 없었다. 하여, 강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은 상식도, 법도, 순리도 거스른 이 패륜을 고발하기 위해 하늘을 날기로 했다.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는
4대강 사업으로 도륙되는 낙동강 일대를 항공 촬영해 그 사진들을 공개했다. 보라,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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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낙동강과 그 지류인 금호강(가운데)·진전천(오른쪽)이 합수되는 지점. 4대강 공사로 본류는 오탁수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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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고 한적한 강촌마을 경북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 한 팔십 노인은 웅얼거렸다. "왜란도 피하고 6·25도 비켜갔는데 4대강은 못 피하네…." 마을 한복판을 줄지어 지나는 트럭 행렬로 경운기 한대가 갈 바를 몰라 멈춰서 있다. 농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우망리는 그 이름처럼 걱정이 없고 분노가 없는 곳이었다. 마을 꼭대기 전망 좋은 곳에 우사가 있고, 그 맞은편 솔숲에는 수백 마리 백로 떼가 앉아 쉬는 그야말로 자연이 대접받는 곳이다. 10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 사람들은 하루 농사일이 끝나면 강가에서 망둥어며 두치며 송어 밤낚시를 즐겼다. 하지만… 마을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은 흙탕물로 변했고 시커먼 준설토가 논밭을 뒤덮었다. 마을회관 높이만큼.
강은 파헤쳐졌고 농지는 공중부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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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단감 수확이 한창인 농민들 너머로 ㄷ자 모양의 함안보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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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은 수만 년 세월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겨우 낙동강과 잘 지내보려던 참이었다. 낙동강 하구의 삼락·염막 지구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시도했다. 강가를 따라 밭농사는 비닐하우스도 치지 않고 저농약 유기농만 했고, 벼농사를 짓는 농부는 수확하고 난 뒤 볏단과 낟알을 부러 흩어놓았다. 철새들이 와서 먹으라고. 새똥은 또 거름으로 쓰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민·관이 약속해 친환경 농업이 자리를 잡아가던 차였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하늘을 두고 농민과 한 약속" "너 죽고 나 죽자" 살벌한 글귀가 적힌 붉은 피켓들이 논바닥에 꽂혀 있었다.
리모델링. 좋은 말이다. "아파트 리모델링하면 더 좋아진다는 거잖아요. 농민들, 땡잡았습니다."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서 만난 농어촌공사의 한 공무원은 4대강 사업과 연계해 이뤄지는 농지 리모델링에 대해 이처럼 명쾌하게 설명했다. 4대강 공사로 농경지 침수 우려가 나오자, 또 무엇보다도 하천 준설토 처리를 위해 고안해낸 게 농지 리모델링 사업이었다. 강은 파헤쳐졌고 농지는 (오염된) 퇴적토가 쌓여 3~ 4m 높이로 '공중부양' 했다.
경남 함안군 칠북면 덕남리 함안보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르면 임자고 멈칫하면 바보다. 주민도 정부도 막 싸지른다." 막다른 길에 이른 4대강 사업. 주민은 보상을, 정부는 속도전으로 맞불을 놓으며 '전광석화'처럼 달려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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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함안군 칠북면 덕남리의 농지 일대는 인근에서 퍼낸 준설토가 쌓여 전봇대마저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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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에도 이제 곧 포클레인과 트럭이 들이닥칠 것이다. 얼마 전 깃발이 꽂혔다. 4대강 공사 표식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던 정부도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비경을 자랑하는 부용대 앞 모래사장에도, 자연이 병풍처럼 둘러친 듯한
병산서원 앞에도 곳곳에 빨간 깃발이 눈에 띄었다. 구불구불한 강 주변은 반듯하게 깎일 것이고 모래톱에서 파낸 모래는 또 어디론가 보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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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병산서원 앞 모래톱에 아이들이 소풍을 왔다. 공사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빨간 깃발'이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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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6일 오후. 취재진이 부산을 시작으로 밀양·함안·구미·상주를 거쳐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 수십명이 강가에서 깔깔 거리며 놀고 있었다. 경북 상주의 한 유치원에서 수녀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문화재 탐방'을 왔단다. 인터뷰를 위해 다가간 기자에게 이 수녀는 외려 물었다. "4대강 공사를 하면 이곳이 '유원지'가 될 텐데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요? 이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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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구미의 해평습지(위)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4대강 사업으로 흔적이 거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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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낙동강 구미지구의 일선교 하류 준설 현장.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이 처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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