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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아내에 바친 ‘스무글자 사부곡’

AziMong 2010. 8. 10. 22:04

암투병 아내에 바친 ‘스무글자 사부곡’

이유승씨, 쾌유 기원하며 10년간 6만번 정성 화제

경향신문 | 임아영 기자 | 입력 2010.08.10 21:46

'隨城崔氏殷均女史快癒萬病健康恢復懇切祈願(수성최씨은균여사쾌유만병건강회복간절기원).'

퇴직 공무원 이유승씨(75)는 지난 1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글귀를 써왔다. 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가 낫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이유승씨가 암 투병 중인 아내의 완치를 바라며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귀.서울 동대문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1996년 퇴직하고 민원상담관으로 봉사하고 있는 이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위 글귀를 A4용지 한 장에 스물한번씩 정성들여 쓴다. 본인이 직접 부인 최은균씨(71) 이름을 넣어 지은 글귀다.

30여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데다 2007년 폐암 진단을 받은 뒤 암과 싸우고 있는 아내 최씨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쓴 지 벌써 10년이다. 차곡차곡 모은 A4용지만도 3000여장에 이른다. 한 장당 스무번씩으로만 계산해도, 발원문 같은 글귀를 6만번 넘게 써내려간 셈이다.

서울 동대문구청 민원상담관으로 봉사하는 이유승씨(오른쪽).이씨는 "A4용지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초 친구의 권유가 있은 뒤부터"라며 "2000년 초부터 쓴 종이를 버리지 않고 모았다면 1만장 가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책으로 엮어 아내에게 선물할 생각"이라고 했다.

부인 최씨는 2007년 폐암 수술을 받았으나 2008년 말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암세포가 다시 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아내가 완쾌되면 좋겠지만, 그보다도 건강하게 곁에 좀더 있어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암 진단을 받고 금방 세상을 뜨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아직 곁에 있는 걸 보면 기원문을 쓴 덕인가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는 내년에 결혼 50주년을 맞는다. 이씨는 "결혼 50주년을 맞으면 금혼식을 올린다는데, 그때까지 아내의 병이 낫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