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해지 및 재발급 업무를 위해 26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센터를 찾은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디지털시대 ‘인권’ 재해석
‘인권’ 개념은 시대에 맞춰 달라진다. 누구나 존엄성·행복·자유·평등을 누리며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원칙은 그대로지만, 구체적 내용은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보인권’은 정보사회와 함께 등장한 개념이다.정보인권이란, 한마디로 내 정보를 내 뜻대로 지킬 권리다. 나도 모르게 쇼핑정보가 유통업체에 흘러들어가 원치 않는 ‘상품 세일 정보’에 시달리는 것은 흔한 경우다. 곳곳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내 뜻과 무관하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훑는 것 역시 정보인권 침해다.국내에선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보인권’이란 용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규정했다.당시 헌재는 “현대사회는 개인의 인적 사항이나 생활상의 각종 정보가 정보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인의 수중에 무한대로 집적되고 이용·공개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됐다”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승인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의 개인에 대한 감시능력이 현격히 증대돼 국가가 개인의 일상사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이런 정보인권 보호는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으로 제도화됐다.정보인권은 국제 규범으로도 인정받는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최초의 국제 규범은 198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적 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수집 제한의 원칙’(당사자 동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친 수집만 인정), ‘수집 목적의 명확성 원칙’(수집 목적은 반드시 특정하고, 목적에 맞지 않게 되면 즉시 파기), ‘정확성의 원칙’(사용 목적과 정확하게 맞아야 하고 목적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보관) 등의 원칙이 담겼다. 이 가이드라인은 세계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 법제와 정보통신 정책의 모태가 됐다.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권’ 결의안이 통과됐다. 국가별 테러 대응 조처가 국제인권법에서 보장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각 국가가 시민들의 프라이버시권을 존중·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오픈넷 등 국내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어 한국 정부의 결의안 이행을 촉구했다. “국가정보원이 무분별하게 시민을 감시할 수 없도록 개혁하고, 여전히 선거 시기면 적용되는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