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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닿는 마을 선장에서

AziMong 2005. 8. 3. 22:53

바다가 닿는 마을 선장에서

 

 

                                      아지몽

 


여기는 바다가 아니다.
못다한 많은 이야기가 그저 소리없이
긴 흐름의 물결만을 노래하는 곳,
바다가 닿은 작은 마을이다.
사람들은 선장면사무소에 가면 팔각정에 선다.
가까이 바다에 맞닿아 물결을 말없이 지켜보는 곳,
마을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뚝심센 사나이 팔둑같은 굵직한 소나무로 지어져
사방으로 툭 트인 집,
때로 풍류를 아는 옛 선비라도 선듯 나올 것 같은
작은 누각, 며칠째 이 바람의 집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나무처럼 누워 보았다.
오늘은 미친듯 몰아치는 비바람에 잠이 깨었다.
잠시 먼곳을 바라보니
마을은 하늘과 긴 물줄기로 꿈처럼 이어져 있다.
마을은 이제 안개꽃 위에 피어
더이상 슬픈 영화는 틀지 않아도 될 듯한 표정이다.
이제 어느 정도 더 버티어 낼지 마을은 입을 열지 않는다.
이미 내가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지 오래다.
내 삶에 시간의 반은 바다에 이르는 죽음이다.
소리없이 흐르는 저 물줄기의 뿌리다.
바다로 가는 날, 나는 다시 하늘을 꿈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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