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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관한 추억들

AziMong 2006. 3. 1. 07:49
비에 관한 추억들 태양은 이성이고 비는 감성이라고 합니다. 비를 바라보며 아무런 느낌도 갖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 사람의 인생은 너무 삭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다섯살 정도 나이의 기억이라 생각됩니다. 시골읍내의 장터에서 살았는데, 그 집에는 두 집이 세를 들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저희였고, 바로 건너편에는 나보더 두어살 위 되는 여자 아이 하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침나절로 기억되는데, 천둥번개가 치고 하늘이 잔뜩 화가나서 지상에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건너편 부엌에서 그 여자 아이 엄마가 큰 비명과 함께 방 안으로 뛰어 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당시 부엌은 나무를 때는 검은 솥이 걸린 부뚜막이었는데 그러한 구조 때문에 방하고 부엌은 많은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 아이의 어머니는 천둥과 번개소리를 너무 무서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한 여자 아이가 울면서 대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옷은 비바람에 홀딱 젖어 있었고 파란 비닐 우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바람이 너무 거세었든지, 우산이 비닐이 뒤로 너덜너덜 뒤짚어져 있었습니다. 그 여자 아이의 상황은 말을 하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녀가 비바람 속에서 비명을 지르면 울고 있는 모습..... 아마도 이것은 내 기억 속에 비에 대한 첫번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상깊은 기억들이 어느 순간엔가 뭔가를 다 잃어버린 듯한 씁쓸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전 고등학교 1학년, 그 여자 아이는 고3으로 기억됩니다. 우연히 어느 천안의 빵집에서 마주쳤습니다. 전 그 여자 아이를 잘 기억하고 있었지요.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습니다. <저 혹시 순희 누나 아니세요?? <맞는데.....> <저 xx인데 기억나세요?? <글쎄.....> <......> 어렸을때 외가에서 주로 지냈는데, 나에게는 이모들이 많았습니다. 어머니까지 공주만 여덜이니 오죽하겠습니까? 그리고 막내 이모가 나보다 한 살 위...... 그러니 상상이 어느 정도 가실 겁니다. 이모가 아닌 친구같은 관계...... 그런데 그 이모들이 놀려대던 생각이 납니다. <너 이 다음에 누구랑 결혼할거니?> <순희....> <하하하.....> <얼레 골레리 얼레 꼴레리....> 그러니 내 기억 속에 그 추억과는 무관하게 그 날 제 아름다운 추억은 순식간에 다 무너져 내린 겁니다. 어렸을 때 소꿉동무.... 그날 전 그것을 잃고 만 거였습니다. 하느님도 참 무심하시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