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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3000만원 강남아파트, 분양원가 들여다봤더니

AziMong 2006. 11. 27. 06:35

평당 3000만원 강남아파트, 분양원가 들여다봤더니

미디어다음 심규진 기자 sally4mn@daumcorp.com

평당 건설비 450만원 책정
분양가의 20% 이상은 광고 등 운영비용과 이윤
아파트 가격 상승=> 높은 지가 => 새 아파트 가격 더욱 상승
주택시장, 할인점도 필요한데 백화점만 있으니 서민고통
공공주택비율 확대로 주거정책의 공공성 확보해야


내가 누군지 알아. 대한민국 골목대장 ‘아파트’야. 요즘 나 때문에 한국사회가 난리 법석이잖아.

나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야. 신학용 의원실에서 입수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한해 주택 유형을 보면 아파트가 6,963천호로 전체 주택 유형에서 52.7%를 차지해.

주목할 것은 우리 나라는 주택과 아파트가 동격의 개념이나 다름없다는 거야. 사람들이 얼마나 아파트값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라는 시민운동까지 생겨났겠어.

‘대규모 신도시에 30평형대 아파트를 장만하라’ 이게 우리나라 서민들과 중산층들의 일차적인 삶의 과제가 돼버린거지.

2005년 아파트 건설은 415,511호로 전체 주택건설 물량의 89.6%를 차지했어. 다세대와 단독주택 건설은 감소 추세야. 특히 대형 건설업체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주택협회의 통계를 보면 아파트 쏠림 현상은 대단해. 한국주택협회 회원사의 아파트 건설은 97.932호로 전체 주택의 99.93%야.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빌라 등은 소규모 업체가 짓고 있다는 얘기야.

폭등이니 거품이니 말 많은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내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고해성사하려고 해.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수요층에 따라 결정

그럼 본격적으로 내 ‘스펙’부터 소개할께. 나는 한강이 보이는 서울시 서초구에 지어질 예정이야. 지상 16층, 지하 2층 규모로 모두 75세대지.

나는 한강도 보이고, 학군도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류층이 선호하는 중대형 아파트로 지어졌어. 63평형 60세대와 72 평형 15세대야.

분양가는 인근 시세를 기준으로 수요층을 분석해서 결정돼. 원가에 이윤을 붙여서 결정되는 게 아니야. 분양원가는 분양가와 이윤폭을 정하고 난 뒤, 결정되는 비용을 역추산해서 책정되지.

일단 주변시세부터 살펴볼까. 동네 부동산업체에 문의하니 이 지역 최고평당가를 기록한 아파트는 재작년 입주한 L 아파트로 평당가가 3155만원이라는군.

그렇다면 나는 최신형 아파트인데다가 평형대도 요즘 인기가 좋은 대형이고, 한강조망권도 있으니 분양하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겠지? 60평형대는 3000만원, 74평형대는 3200만원으로 평당분양가를 결정했어.

그럼 총 매출액 규모는1426억원이 돼.

서울시 서초구 모 아파트 사업계획서에 나타난 비용과 이윤, 단위 천원


택지비와 시공비는 분양가의 80%
광고비, 인허가비, 금융비용 등 부대비용 전체 분양가의 20%

투입비용은 크게 택지비, 공사비, 설계감리비, 분양홍보비, 인허가비, 금융비용, 기타 부대 비용 등으로 구성돼.

시행사가 가장 먼저 하는 건 택지를 조성하는 거야. 지주들을 설득해서 싼 값에 땅을 사야 이득을 많이 남길 수 있지. 내가 세워질 서울시 서초구 는 평당 택지비가 무려 3387만원이야. 택지를 매입하는데 모두 800억원이 들었어. 이전등기비용만도 38억원이나 돼. 그래서 부지비용은 총 투입비용의 61.8%야.

평당 450만원에 도급계약 금액 책정

건설사 시행원가는 287만원

다음으로는 도급공사비, 즉 시공비야. 타워팰리스와 같은 고급 주상복합의 평당 건축비가 300만원이니, 350만원이니 말들이 많잖아.

나는 평당 시공가 ‘450만원’에 도급 계약이 맺어졌어. 총 공사대금은 297억원, 투입비용의 21.9%야. 이 도급계약금액에는 시공사의 이윤이 포함돼 있지. 그렇다면 시공사의 이윤은 평당 건설원가가 얼마냐에 따라서 정해져. 건설사는 이를 ‘시행원가’라고 하는데, 일반 아파트의 건물을 짓는 시행원가는 287만원이 기준이라고들 해. 고급 주택의 경우에는 더 비싼 마감재를 쓰고, 가전제품이나 가구가 들어가기 때문에 시행원가가 더 높아질 수도 있지.

시행원가를 300만원으로 한다면 150만원이 이윤, 350만원으로 한다면 100만원이 이윤인 셈이야. 공사가 시작되면 외생변수에 의해 건설원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정해서 분석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건설사의 이윤이 20% 이상 포함된 셈이지.

모델하우스 비용, 광고 비용 분양가의 4%

그 외에 홍보이용도 총 분양가의 4.1%를 차지해. TV, 신문 등 매체 광고, 모델하우스 운영비 등이지. 모델하우스 건립비용이 자그마치 15억원이야.

호화롭게 지은 모델하우스 평당 건축비가 강남의 경우 500만원이 넘어가는데 400평형 부지에 세운다고 가정하면 20억이 넘어가게 되지. 부동산 중개 업자들, 때에 따라서는 ‘떴다방’ 유치 등도 하려면 더 많은 규모의 자금이 들어간대. 한달 동안 모델하우스 부지를 임차하는 돈만 투입비용의 1.1%야. 부지임대료는 4억 8000만원. 전체 투입비용의 0.4%지.

모델하우스 운영비는 1억 2000만원이 책정됐어. 광고홍보비는 14억원. 총매출액의 1%야. 분양대행수수료도 1.1%나 돼. 즉 거래가 성사되면 중개인에게 2000만원이 넘는 돈이 돌아가는 거지.

이 같은 홍보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봤더니 전체금액 55억원. 전체 분양가의 4%야.

인허가 비용, 금융비용 분양가의 9%

인허가 비용도 2.5%나 돼. 인허가 비용에는 각종 등기비와 광역교통시설부담금, 기반시설부담금 등이 포함되지. 아파트 개발을 할 때 일정 넓이의 땅을 도로나 공원 등 공공용도로 기부체납을 하는 거지.
금융비용은 투입비용의 6.7%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수수료가 9억 6000만원, PF 이자가 76억원, 관리처분신탁비용이 5억원이야. 90억의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거야. 기타 시행사 운영비나 용역비용은 21억원으로 1.6%를 차지해.

금융비용은 시행사의 규모나 자금운용 능력에 따라 달라져. 1금융권에서 대출 받으면 이자율이 6% 정도지만, 지주들에게 계약금을 지급할 때 2금융권 등에서 빌리는 급전, 이른바 ‘브릿지론’을 쓸 경우는 이자율이 13%나 돼.

이렇게 모든 비용을 합산하면, 전체 투입비용은 모두 1356억원이로군. 시행사 이윤은 72억원. 매출액대비 수익률은 5%야.


사업의 위험성 검토, 시공사, “시행사 이윤 10% 이상 잡아야 사업개시”



그렇다면 시공사는 사업성, 즉 이윤의 정도와 리스크의 정도를 감안해서 사업 여부를 결정하게 돼지.

풍부한 자금력이 있는 회사가 시행을 할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아파트 개발을 자금력이 부족한 회사들이 PF를 일으켜 하는 것은 일종의 차입 경영이기 때문에 현금 흐름에 차질이 생기면 부도가 날 위험이 커져.

문제는 대부분의 시행사들이 차입경영에 의존하는 영세한 업자들이라는 점이야.

그래서 아파트 개발 사업자들은 시행사의 이윤폭이 10% 이상된다는 계획서가 나와야 여유분(버퍼)의 자금이 있다고 간주, 시행사를 사업파트너로 선택해.

예전, 이렇게 땅값이 높지 않았을 때는 시행사의 이윤폭이 20%까지 책정되기도 했다더군. 나의 경우는 이미 땅값이 너무 비싸져 버렸어. 때문에 분양이 100% 될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건설사와 시행사의 이윤이 없다는 이유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건설사가 고급 아파트를 지어서 아파트 가격을 올리고, 그러면 인근 지가가 높아지고, 또 건설사는 높은 땅값에 이윤을 붙여서 다시 비싼 아파트를 분양하는 가격의 상승 구조인 셈이야. 이는 ‘버블세븐’ 등 수도권 지역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어. 지가가 너무 높아져서 마진률이 낮다는 이유로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 공급이 부족해 아파트 가격이 더 뛰는 악순환인 셈이지.

개발이익 수혜자들의 이해 관계로 조율되는 아파트 사업

지주, 시행사, 시공사, 금융사.

이처럼 개발 이익을 분배해서 가져가는 각 주체들의 이해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사업이 이뤄지지 않는 게 아파트 개발 사업인 셈이지.

아파트 개발 사업의 설계자인 시행사 입장에서는 지주들과의 협상이나 시공사 유치, 인허가 업무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야.

여담이지만, 20개월의 공사 기간 중에 문화재가 나오면 나는 끝장이야. 시행사나 시공사는 문화재가 나오면 땅 속 깊숙이 묻어놓으라고 얘기할 정도래. 공사가 ‘올스톱’되고 공사가 지체되면 사업은 망하니까.

부패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행사들, ’한 탕’ 하고 사라져

우리나라 부동산개발, 건설 사업은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어. 그렇다면 어디서 비자금이 발생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까.

시행사는 지주들이나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에게 ‘뒷돈’을 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해. 특히 요즘 지주들은 탈세를 목적으로 이중 장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를테면 평당 3000만원에 땅을 팔았는데, 장부상 이익은 1000만원 정도로 해달라고 하는 거지. 그렇다면 2000만원은 비용처리가 되지 않는 검은 돈이 되는 거야.

시행사는 그래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비용처리를 하지. 탈세와 비자금의 온상이 되는 페이퍼 컴퍼니는 일회용 회사로서 수명을 다하고, 개발 사업의 종료와 동시에 폐기처분 되지. 개발이익 규모가 큰 신도시 지구에서는 인허가를 둘러싼 각종 비리나 게이트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겨.

그래서 한 시행사 대표는 “우리나라 시행사들은 외국처럼 오랜 기간의 전통과 노하우로 주택 건설의 노하우를 책임지지 못한다. 모두가 열악한 환경에 한 건 이득을 올리고 사라지기 일쑤다. 시공사의 뒷처리반에 머물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해.

시행사들이 열악한 구조로 차입경영, 탈세, 비자금 세탁으로 시장 질서를 흐리는 주범으로 공격받고 있지? 대규모 시공사들이 자체 사업을 하지 않고 시행사를 파트너로 가져가는 경우는 대부분 사업상의 리스크 요소가 많을 때야. 검은 돈 세탁이나 로비 등 공적으로 하기 힘들 일을 처리하기 위한 외주를 주는 격이라고 할 수 있어. 열악하고 전문성도 없는 일부 시행사들이 계속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이유야.

요즘엔 각종 외국계 펀드나 금융사, 보험사 등이 시행사에 주주로 참여해. ‘PF’ 보증수수료, 이자, 보험 등 각종 비용을 발생시켜서 이득을 챙기는 거야.

법에는 원가 산정 기준, 이윤폭 정해져 있는데…
법 따로 현실따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 단장은 “법에 의해 건설사는 건설원가의 15%만을 이윤으로 남기도록 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같은 법규가 사문화돼 있다는 거야. 시장에서는 공식적인 분양가와 이윤을 책정한 후에 비용에 이윤을 추가해서 역산하기 때문이지. 경실련이 발표하는 신도시 아파트들의 분양가 신고 내역이 저마다 다른 이유도 그 때문이야.

김 단장은 또 “주택공사가 공사 원가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평당 건축가가 277만원 수준인데 이를 감안해 보면 아무리 민간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호화롭게 짓는다고 해도 15% 이상의 이윤을 남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낮추는 해법되려면…

아파트값을 내리기 위해서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유통상의 거품을 빼라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야. 나만 해도 전체 투입비용의 15%를 분양홍보비, 인허가비, 금융비용 등 부대비용이 차지하고 있잖아.

23억원의 아파트가운데 3억 4000만원. 6억짜리 아파트라고 하면 9000만원이 부대비용인 셈이잖아.

시민단체가 후분양제가 되면 차입경영에 의존하는 열악한 건설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자본력이 있는 국내 건설업체와 외국 건설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통해 분양가가 낮아져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래서지.

’시장 논리’에만 맡겨진 아파트 공급
백화점만 있고 할인점은 없는 격
정부가 직접 서민 위한 공급 책임져야

아파트는 주거 생활에 필요한 필수재이면서 서비스 상품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어. 건설사들은 명품이나 사치품처럼 아파트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브랜드’화 하는데 열중이야.

물론 부자나 중산층이야 사치품을 살 수 있겠지만, 생존을 위한 거주공간이 절실한 서민들에게 시장 논리에 따라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은 고통일 수밖에 없어.

비유를 하자면, 서민들에게는 양질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할인점이 필요하고 부자들은 백화점이 필요한데, 민간 공급업자들은 이윤이 많이 남는 백화점만을 고집하는 형국이야. 할인점이 공급하는 물건이 부족하다보니 백화점 물건이 뛰어오르면 덩달아 할인점 물건도 뛰고 있어.

공공이 보유한 주택 비율이 2.4%야. 우리 사회의 주거복지 정책이나 공공의 주택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치인 셈이지. 서민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공공아파트를 20% 이상 확충하라는 시민단체와 민노당의 주장은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주택 물량과 정책에 책임을 지라는 정당한 요구야.

현재의 정부는 공공 주택 사업이나 주거 복지의 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다가, 시장 논리에 의해 가격이 오를대로 오르고 나서야 가격 폭등의 탓을 시장에게 돌리고, 압박하고 혼내고 있는 수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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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서민들의 주택 수요를 정확히 알고 주거 복지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해. 그리고 주공, 토공은 이윤의 논리가 아닌 ‘주거복지’라는 공공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그러나 현재의 주공, 토공은 무늬만 공기업일 뿐 재원부족을 이유로 ‘실질적인 후분양아파트’를 짓거나, 민간업자에게 땅을 팔아 넘기는 ‘부동산업자’의 역할에 머물고 있어.

나 아파트의 바람은 중대형 평수, 부자들, 중산층들이 원하는 고급 아파트의 공급은 시장에 맞겨 두었으면 해. 단, 정부가 공공보유주택을 20% 확충하고, 철저한 세무조사, 실수요자 파악으로 서민의 집으로 폭리를 취하는 투기꾼을 철저히 가려내서 서민들의 피해를 줄였으면 좋겠어. 동시에 투기꾼들의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서민들의 주거 복지에 썼으면 좋겠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