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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高 ‘따돌림’ 대학 ‘문제아’…조승희의 일그러진 성장과정" 본문
"中高 ‘따돌림’ 대학 ‘문제아’…조승희의 일그러진 성장과정"
[동아일보]
하루 이틀에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조승희의 병적 심리상태는 어려서부터 조짐이 보였고 중고교 시절을 거치면서 점점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희의 고교 동창인 스테파니 로버츠 씨는 20일 AP통신에 “고교 때는 누가 조승희를 괴롭히는 걸 본 적이 없지만 그와 같은 중학교에 다닌 친구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그는 영어가 서툴렀고 몇몇 아이들이 그를 밀치고 비웃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조승희는 더욱 말이 없어졌다. 중학교 때는 학교 밴드에서 호른 연주를 맡았지만 고등학생 시절에는 아예 아무런 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 학교 출신인 에바 와터슨 씨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조승희는 누가 쳐다보거나 ‘안녕’하고 인사하면 언제나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인 크리스 데이비드 씨는 AP통신에 영어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차례로 큰 소리로 책을 읽도록 했고 조승희의 차례가 됐지만 그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교사가 참가점수 낙제점(F학점)을 주겠다며 경고하자 그때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입에 무언가를 넣은 것처럼 기괴하고 낮게’ 우물거리는 소리가 났고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일부 학생은 손가락질하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비아냥거렸다.
중고교 동창인 레이건 윌더 씨는 “그는 항상 고개를 떨어뜨린 채 다녔고 몇 마디를 할 때도 중얼거림이나 속삭임에 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그가 입을 열면 어떤 목소리가 나올지 궁금해서 구두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스페인어 시험을 기다릴 정도였다.
윌더 씨는 “그러나 영어를 못해도 주변에 친구가 될 만한 한국인 학생들이 있었다”며 “언어 장벽만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조승희가 학교를 다닌 센터빌 지역은 한국인이 특히 많이 살고 조기 유학생도 많은 지역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민 온 조승희보다 영어가 서툰 학생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이 수업 참여를 권할 때마다 조승희는 어깨를 으쓱하거나 단답식 대답만 내놨다. 그가 자신만의 ‘껍질’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교사들은 그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그 뒤 주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존재로 밀려났다.
고교 때 다니던 교회의 한인 목사는 그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자폐증세가 있는 것 같으니 치료를 받게 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버지니아공대 진학 후 조승희의 작문수업을 맡았던 영문과 니키 지오바니 교수는 “수업시간마다 그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라고 요구해야 했다”며 “그는 반항적인 깡패(bully) 같았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학생들의 다리를 찍는가 하면 신체 일부분을 소재로 한 시를 써서 다른 학생들의 반감을 샀다. 여학생들은 수업을 못 듣겠다며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 공포영화와 문학’ 수업을 들으며 ‘13일의 금요일’ 같은 공포영화 분석과 연쇄 살인에 관한 토론에 참여했다. 이때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메모하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영국 픽션문학 수업 첫 시간에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순서대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지만 조승희는 자기 차례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내 이름은 물음표”라고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 토론수업을 위해 원형 대열로 자리를 만들 때도 그는 혼자 떨어져 교수를 등지고 앉았다.
조승희는 2005년 12월 여학생 두 명을 스토킹 했고 몽고메리카운티 지방법원은 ‘정신질환으로 자신이나 남들에게 즉각적인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정했다. 영문과 교수 8명은 당시 그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두 차례 모임을 가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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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에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조승희의 병적 심리상태는 어려서부터 조짐이 보였고 중고교 시절을 거치면서 점점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희의 고교 동창인 스테파니 로버츠 씨는 20일 AP통신에 “고교 때는 누가 조승희를 괴롭히는 걸 본 적이 없지만 그와 같은 중학교에 다닌 친구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그는 영어가 서툴렀고 몇몇 아이들이 그를 밀치고 비웃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조승희는 더욱 말이 없어졌다. 중학교 때는 학교 밴드에서 호른 연주를 맡았지만 고등학생 시절에는 아예 아무런 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 학교 출신인 에바 와터슨 씨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조승희는 누가 쳐다보거나 ‘안녕’하고 인사하면 언제나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인 크리스 데이비드 씨는 AP통신에 영어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차례로 큰 소리로 책을 읽도록 했고 조승희의 차례가 됐지만 그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교사가 참가점수 낙제점(F학점)을 주겠다며 경고하자 그때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입에 무언가를 넣은 것처럼 기괴하고 낮게’ 우물거리는 소리가 났고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일부 학생은 손가락질하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비아냥거렸다.
중고교 동창인 레이건 윌더 씨는 “그는 항상 고개를 떨어뜨린 채 다녔고 몇 마디를 할 때도 중얼거림이나 속삭임에 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그가 입을 열면 어떤 목소리가 나올지 궁금해서 구두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스페인어 시험을 기다릴 정도였다.
윌더 씨는 “그러나 영어를 못해도 주변에 친구가 될 만한 한국인 학생들이 있었다”며 “언어 장벽만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조승희가 학교를 다닌 센터빌 지역은 한국인이 특히 많이 살고 조기 유학생도 많은 지역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민 온 조승희보다 영어가 서툰 학생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이 수업 참여를 권할 때마다 조승희는 어깨를 으쓱하거나 단답식 대답만 내놨다. 그가 자신만의 ‘껍질’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교사들은 그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그 뒤 주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존재로 밀려났다.
고교 때 다니던 교회의 한인 목사는 그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자폐증세가 있는 것 같으니 치료를 받게 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버지니아공대 진학 후 조승희의 작문수업을 맡았던 영문과 니키 지오바니 교수는 “수업시간마다 그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라고 요구해야 했다”며 “그는 반항적인 깡패(bully) 같았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학생들의 다리를 찍는가 하면 신체 일부분을 소재로 한 시를 써서 다른 학생들의 반감을 샀다. 여학생들은 수업을 못 듣겠다며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 공포영화와 문학’ 수업을 들으며 ‘13일의 금요일’ 같은 공포영화 분석과 연쇄 살인에 관한 토론에 참여했다. 이때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메모하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영국 픽션문학 수업 첫 시간에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순서대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지만 조승희는 자기 차례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내 이름은 물음표”라고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 토론수업을 위해 원형 대열로 자리를 만들 때도 그는 혼자 떨어져 교수를 등지고 앉았다.
조승희는 2005년 12월 여학생 두 명을 스토킹 했고 몽고메리카운티 지방법원은 ‘정신질환으로 자신이나 남들에게 즉각적인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정했다. 영문과 교수 8명은 당시 그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두 차례 모임을 가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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