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합격수기-하루를 견디면 인생이 달라진다 본문
이향희 - 충북대학교 컴퓨터전공 4년 재학
프롤로그
3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본 결과 1년 휴학하고 공무원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께서는 졸업을 우선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졸업 후에는 앞으로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심적으로 더 힘들 것 같아 부모님을 설득해 휴학을 했다. 물론 1년 안에 꼭 합격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공무원 시험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우선 학교 근처의 학원에 3, 4월 2개월 과정으로 등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2개월 학원 다닌 것과 5월 초에 잠깐 문제풀이 반을 들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처음 수업을 들을 때는 잘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2개월로 접어들수록 진도가 쳐지고 시간에 쫓기어 진도만 맞추려고 대충대충 설명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 시작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처음 기본적인 지식을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다음 공부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처음에 어떤 학원에서 어떤 강사의 강의를 듣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강의를 찾는다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대부분 지지도가 가장 높은 선생님들의 강의가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개월 강의를 들은 후에는 문제풀이 반을 들어야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처음 몇 번 듣다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당장 환불을 받았다. 문제풀이 반은 이론을 완벽히 정리한 후 시험공고가 나자마자(시험보기 한두 달 전) 듣는 것이 좋다. 문제풀이 반 강의를 듣는 것은 새로운 경향의 문제를 많이 풀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다시 똑같은 강의를 반복해서 듣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차에 아는 선배가 서울의 유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녹음한 것을 들어보라고 빌려주었다. 복습이나 할 겸 들어보았는데 처음에 들었던 학원 강의와는 많이 달랐다. 우선 전체적인 흐름 파악을 하게 해주어서 훨씬 이해하기 쉬웠고 전체적인 수업내용이 그동안의 시험유형을 철저히 분석한 후 그 시험유형에 맞게 강의를 하니까 문제풀이를 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용에 있어서도 폭넓고 응용력을 키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시험유형과 공부하는 방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음강의를 끝까지 들었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시험유형과 공부방법이 파악되었고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게 되니 자신감이 생겼다. 똑같은 강의를 몇 번씩 듣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두 번째 반복해서 들으면 처음 들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머릿속에 들어오게 된다.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에는 눈이 쉽게 피로해져서 금방 졸리고 강의 듣는 곳이 집이나 컴퓨터실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를 음성만 녹음해서 도서관에서 들었더니 훨씬 집중이 잘되고 졸릴 때는 잠깐 멈추고 잠시 쉬다가 들었더니 훨씬 효율적이었다. 강의를 듣고 나서는 그 날 배운 것은 반드시 복습했다. 수업을 많이 듣는 것보다 그날 들은 수업내용을 그날 복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문제를 푸는 것이 내용 이해에도 훨씬 도움이 되고 이론공부만 하면 지겹기 때문에 그날 공부한 부분만 문제를 풀었다. 계속 반복해서 풀 것이라서 답은 다른 곳에 적었다.
문제를 계속 풀다보면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파악이 된다. 나는 문제집 한권을 끝내면 다시 한권을 사서 새로운 문제와 다 풀었던 문제집을 같이 풀었다. 친구와 같이 공부 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얘기 한마디라도 더 나누게 되고 내 공부흐름에 맞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리고 되도록 아는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본격적인 수험생활
6월에 기회가 되어 서울에 올라가서 언니와 둘이 자취하면서 공부를 하게 됐고 그 때부터 본격적인 수험생활이 시작됐다. 공부할 때는 세끼 식사 챙겨먹는 것과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 7시 반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집 근처 도서관에 9시쯤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마시며 40분정도 신문을 읽었다. 행정법이나 행정학, 교육학 같은 과목은 신문에서 시사적인 정보를 얻기도 하고 문제를 빨리 읽고 푸는 연습이 됐던 것 같다.
신문을 보고 나서 그날 공부할 계획을 짰다. 전체적인 틀은 국어와 영어는 매일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국사는 어려운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이론공부 하고 문제 풀이 하는 식으로 했다. 그리고 첫날은 행정학, 다음날은 행정법, 또 다음날은 행정학… 이런 식으로 하루에 네 과목을 공부했다.
그렇게 여러 과목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덜 지겹고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그것을 기초로 매일 세부적인 계획을 짰다.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은 딱 한 시간씩으로 잡고 꼭 지켰다. 5월 중순부터 녹음강의 듣던 것을 9월 중순까지 2~3번 반복했고 하루 중 반은 강의, 반은 복습위주로 공부했다. 강의를 듣는 시간이 워낙 많아서 되도록이면 도서관에서 복습을 끝내고 10시 반 쯤 집에 와서 두 시간정도 더 강의를 들었다.
과목별 강의와 공부방법
각 과목당 수험서나 강의는 자신이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고 본다. 따라서 구체적 교재제목이나 강사, 저자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 국사
시험유형을 분석해주고 전체적 흐름파악을 쉽게 해주는 강사님을 택한다면, 강의를 한두 번 반복하게 되면 90점대로 점수를 올릴 수 있을 것이고 그 점수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매일 강의 들은 부분을 복습하고 꼭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풀었다. 따라서 꾸준히 공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영어
문법- 수업이 체계적이며, 강의를 들을수록 전체적인 유형과 공부방법 파악을 쉽게 할 수 있는 강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강의를 한번 반복한 뒤에는 강의기회를 어휘와 독해보다는 공부시간을 적게 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문법은 시험 문제도 적고 이론만 알면 그 이론 하나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휘- 시험문제는 적은 편이지만 시간 배정을 가장 많이 했다. 어휘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서 처음에는 보카 22000 학습이 막막했지만 하루에 한 단원씩(어휘50~100개) 꾸준히 외우면 시험 때 보기 하나라도 아는 단어가 보이기 때문에 문제 풀기가 훨씬 수월하다. 중요한 단어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보카 22000책 한권만 봐도 도움이 많이 된다. 강의는 한 번만 듣고 계속 반복해서 외웠다. 어휘는 처음부터 너무 완벽히 외우려는 것보다 반복이 중요하다.
독해- 독해는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5문제씩 꼭 풀었고 그 독해지문에 나오는 어휘를 정리했다. 독해는 시험 보는 것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문법과 독해할 때 정리해두었던 어휘를 다시 외웠다. 시험 공고 났을 때부터는 영어문제만 나와 있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사서 하루 1회씩 풀었다.
※ 국어
시험비중이 높은 부분 위주로 공부했다. 시와 소설, 수필, 희곡, 논설문, 설명문 부분은 한번 공부해두면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에 한번 반복한 후에는 조금씩 읽어 보는 식으로 공부했다. 문법과 한자 부분의 출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수가 오르기 때문에 비중을 크게 뒀다. 한자는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영어 어휘와 마찬가지로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한 부분을 외웠고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시험문제의 보기 하나라도 눈에 들어왔고 문제 풀기도 수월했다. 문법도 하루에 한 단원씩 공부했다.
※ 행정학
모 선생님의 행정학을 모 고시학원에서 단과로 들었는데, 배우는 내용도 아주 많고 응용력도 키울 수 있었다. 행정학 수업 있는 날에는 수업 끝나고 꼭 복습을 했다. 수업이 끝난 후 복습하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복습 시간은 줄어들었다.
※ 행정법
행정법은 처음 접하는 과목이라 시작할 때 많이 힘들었는데 모 선생님의 단과 강의를 몇 번 반복해서 듣고 이론을 꾸준히 반복하니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생소한 개념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응용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줘 많은 도움이 많이 됐다. 문제풀이 반은 모 고시학원에서 실강으로 들었는데 응용력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 교육학
모 고시학원에서 어느 선생님의 교육학 단과를 들었는데, 중요한 부분을 강조해주니까 문제풀이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또 처음 교육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외울 것도 정말 많고 이해도 잘 가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지만 매일매일 한 단원씩 공부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째 반복했을 때는 어느 정도 감이 잡히고 공부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시험 볼 때까지 이론을 5번 반복하고 실강으로 문제 풀이 반을 한 달 동안 들었다.
지방직에 이어 국가직 교행으로
실강으로 수업을 듣는 것과 동영상이나 음성으로 듣는 것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론 강의를 모두 음성 강의로 듣고 두세 번 반복한 뒤에는 부족한 과목만 단과강의를 실강으로 들었다. 이론 강의를 들을 때는 워낙 강의 듣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학원까지 가서 듣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이론을 다 들은 후에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서 단과강의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들으니 덜 지겹고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종합반으로 듣는 것보다는 학원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단과로 들은 것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학원에서 앞의 자리를 맡으려면 두 시간 전에 가야하고 중간에라도 앉으려면 한 시간 전에 가야 했다. 거기다가 학원까지 가는데 1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지하철 안에서는 영어 단어를 외웠고 학원에 도착해서도 복습을 했다. 집으로 오는 한 시간 동안에도 그날 배운 것을 복습했기 때문에 하루에 세 시간의 시간을 버는 셈이 되었다. 이론 강의를 반복하고 난 9월 중순부터 시험이 있던 10월 말까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론 정리를 하고 되도록 많은 문제를 풀었다. 10월 한 달 동안은 부족한 과목만 단과로 문제풀이 반을 들었다.
10월 말에 충북 일반 행정직 시험을 봤고 8개월 만에 합격을 할 수 있었다. 다음해 상반기까지 계속 공부할 생각이 있었고 교행직에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교행시험을 최종목표로 잡고 공부 했다. 3월, 복학을 해야 해서 2월말에 청주에 내려와서 기숙사에 들어갔다. 학교공부와 공무원 공부를 동시에 하게 되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반기 시험에 올인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수업도 부담 없는 것으로 몇 과목만 신청했다.
기숙사에 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을 기숙사에서 아침 8시부터 새벽 2시 반까지 공부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다. 드디어 4월 24일 국가 교행직 시험을 봤고 필기시험에 합격을 하고 최종합격까지 하게 됐다.
에필로그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외롭기도 하고 몸도 많이 아파서 힘든 적도 정말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시험 보는 날까지 극복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를 견디면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항상 다짐했고 1년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합격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겨냈다. 정말 힘이 들 때면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겨냈던 그 때의 내 모습을 뒤돌아보면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일주일 내내 공부만 할 수는 없다. 한 5일정도 공부 하면 그 다음날은 당연히 지치고 힘이 빠진다. 시험공고가 나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마음 편히 쉬었다. 그럼 그 다음날부터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쉬지도 못하고 공부도 안 되는 채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하루 편히 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시험공고가 난 후부터는 되도록 남는 시간이 없도록 또한 똑같은 시간이라도 최대한 활용해서 공부했다. 경쟁률이나 커트라인은 말 그대로 숫자일 뿐이다. 시험 난이도에 따라서 커트라인은 얼마든지 높고 낮을 수 있으며, 경쟁률이 낮아도 노력 안 한 사람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경쟁률이 높더라도 노력 한 사람은 합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수험생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힘든 수험생활을 이겨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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