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서울대 순위가 낮은 진짜 이유 본문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안뽑고, 다양하게 뽑아서 그렇다구요?
네,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고 이해찬이란 분이 '수시모집전형'이란걸 만들었습니다. 근데 그래서 서울대는 더 우수한 학생들을 뽑았을까요? 지나가는 고교생이나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물어봅시다. 수시모집 전형을 하고나서 서울대에 더 똑똑한 학생들이 뽑힌 것 같나요? 라구요.
어차피 대학입시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약간의 변동은 있을지라도 결국 똑똑한 학생들이 서울대에 갑니다. 입시제도가 바뀐다고 똑똑하던 애들이 바보되고, 바보이던 애들이 똑똑해지는건 아니죠. 오히려 갈수록 국영수 안중요해지니 기본실력도 안되는 애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수준별수업하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더불어 일본 동경대나 중국 칭화대는 뭐 인격, 적성 이런거 따져서 뽑아서 대학 순위가 높나요? 중국은 전국 1등부터 꼴등까지 모조리 줄세웁니다. 마치 우리나라 과거 학력고사시절이나 등급제 없던 수능시절과 같죠. 일본은요? 일본은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센터시험이 있고, 각 대학은 본고사를 봅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그 성적에 의해서만 뽑습니다.
님께서 싱가폴 국립대학(NUS) 얘기하셨죠? 싱가폴은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단위 시험을 보고, 중학교 때까지 공부할 기미가 안보이면 국가에서 실업계로 보내버립니다. 인문계 고교에서 대입을 볼 수 있는 학생은 전체학생의 25% 미만이죠. 그리고 대입역시 철저하게 시험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합니다.
우리나라 사교육 열풍 높죠? 일본, 중국, 싱가폴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사교육 장난아닙니다. 아시아 국가중에서 과거 유교권 국가들은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교육열이 장난 아니거든요.
근데 동경대 대학 순위는 어떤가요? 동경대 세계 10위 이내입니다. 싱가폴 국립대학은요? 역시 20위권 이내에 있습니다. 동경대는 학생들 대학가면 빡세게 공부할까요? 역시 1,2학년 때 노는 것 똑같습니다. 근데 왜 대학 순위는 그럴까요?
간단합니다. 돈 때문이죠.
동경대 교수 1인당 학생수가 10명이고, 칭화대가 9명입니다. 하버드도 10명 내외 수준이죠. 서울대는요? 20명이 넘습니다. 왜 그럴까요? 돈이 없기 때문이죠. 하버드대 발전기금 규모는 28조원인데, 서울대 발전기금 규모는 1800억정도 입니다. 1/100도 안되는거죠. 서울대 1년 예산은 서울대가 벤치마킹대상으로 삼고있는 버클리대 1년 전기세도 안됩니다.
대학평가할 때 항목 보셨나요? 교수 1인당 학생 수, 학교 예산 및 기부금, 노벨상 받은 학자의 수, 외국인 학생 비율, 동료평가 등등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돈 아니면 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목들이죠. 평가항목이 학생들이 똑똑한 정도로 측정한 것이 아니란겁니다.
그럼 왜 서울대는 돈이 없을까요?
간단합니다. 나라 예산이 작고, 등록금이 싸기 때문이죠.
하버드 등록금? 제가 말안해도 다 아실껍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1년 학비 인문, 이공계가 약 2만달러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00만원 정도 되겠네요. 서울대도 그렇게 받으면 지금보다 훨씬 순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돈없어서 못사던 고급장비사고, 교수도 더 많이 뽑고, 건물도 더 짓고 할 수 있으니까요. 안그래도 요즘 서울대 법인화 한다고 난리더군요. 얼마전 서울대 교육협의회인가 2010년까지 한학기 등록금 500만원 만들자 그랬다가 욕 바가지로 먹은적 있었죠? 비싼 등록금은 내기싫은데, 순위낮다고 무시하는게 말이됩니까?
네, 님 말대로 서울대랑 하버드 비교가 안됩니다. 교수진이나, 시설이나, 모든 면에서 말이죠. 근데요. 저도 미국에서 몇 년 살아봤지만, 미국에서 돈없어서 좋은 사립대 못가는 사람 정말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하버드,예일 등등 전통 명문대들은 기부금 입학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고, 부모님이 동문이면 자식에게 혜택주고 뽑아줍니다. 님이 생각하기에 그렇게 뽑으면 경쟁력이 더 생길 것 같나요? 하버드가 그렇게 뽑아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하는건, 왠만한 작은 나라 1년 예산과 맞먹을 만큼의 자본력이 있고, 그런 자본력을 가진 막강한 동문 인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본력과 인맥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학자들을 유치하고 있구요.
서울대에서 노벨상 받은 학자들 연봉 몇 억씩 주면서 좋은 연구 환경 제공해주면 안 올것 같습니까? 근데 왜 그렇게 못할까요? 돈이 없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사람들 서울대 그렇게 깎아내리지만, 미국 Top 10 School에 유학가있는 학생들의 80%가 서울대 출신이며, 왠만한 입시관계자들은 SNU를 모두 압니다. 하물며 실리콘 밸리에서도 한국인은 서울대 출신과 비서울대 출신으로 분류될 정도로 서울대의 인지도는 높습니다.(물론 일반인들 대부분은 여전히 잘 모르지만요. 사실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죠. 항상 사람들은 만나면 Are you Chinese or Japanese? 라고 하지 Korean을 끼워서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하버드 대학 좋은거 누가 모릅니까? 근데 그래서요? 님이 서울대에 거액이라도 기부하실건가요? 외국인이 니네 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 어디야? 라고 물었을 때, " 아 서울대라고 있는데 순위 100위권도 달랑달랑하는 꼴통집단이야."라고 얘기하면 참 기분좋으시겠어요.
ps. 실제론 별차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똑똑하고 공부에 뜻이 있는 애들이 많이 간다고 알려진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도 대학 순위는 서울대보다 높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중앙일보 평가 빼고) 그럼 그 대학들은 학생들 수준이 서울대보다 더 한참 떨어져서 그런건가요? 최근에 서울대가 100위 안에 든 것 빼놓곤, 우리나라 어느대학도 100위 안에 든 적이 없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들 바보인가 보군요. 반대로 미국은 천재들만 모였나요? 세계 1위부터 10위까지 줄줄이 있는데..
ps2. 저 서울대 학생이고 서울대 기숙사에 살고 있습니다. 요즘 여름인데 에어콘은 커녕 선풍기도 없어서 밤이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설이 이모양인데도 우리나라 최고 국립대학이라고 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 많습니다. 다들 한결같이 시설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것도 어디 선진국도 아니고 인도, 말레이시아같은 곳에서 온 학생들이 그럽니다. 한국만큼 잘사는 나라에서 젤 좋은 대학 시설이 왜 이모양이냐고.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ps3. 최근 서울대 도서관 외부인 출입문제로 학내에서 시끌시끌하다가, 결국 재학생이 쓰는 구역과 외부인이 쓰는 구역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서관에 공부할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죠. 재학생도 공부할 공간이 없어 죽겠는데, 무슨 외부인 개방이냐로 시끌시끌하다가 결국 쓰는 구역을 나누는 상황이 된거죠. 학교에 돈이 많으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학생들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이 서울대의 현주소입니다. 근데 대학 경쟁력이라뇨. 이런 환경에서 100위 이내에 든 것도 그만큼 피땀흘린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서울대까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가장 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 서울대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도 서울대입니다. 서울대도 개선해야할 점이 많긴합니다만, 그런 부분에대한 지적없이 무조건 외국 명문대와 순위 비교해서 깎아내리는건 우리끼리 제 살 깎아먹기인건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ps4. 우리나라 사람들,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 낮은게 획일성 교육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 정말 많습니다. 근데 일본은 창의적으로 교육해서 그렇게 대학 순위들이 높은가요? 그렇게 창의적으로 가르쳐서 노벨상 수상자가 10명이 넘나요?
미국 대학 경쟁력이 창의적으로 가르쳐서 그렇다구요? 미국 대학 경쟁력은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모두 끌어모으기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미국 비자 신청해보세요. 변변한 능력없으면 퇴짜맞지만, 박사 학위 있으면 비자뿐만이 아니라 영주권도 바로 나옵니다. 박사 학위하러오는 이공계 학생들에겐 학비면제는 물론이고, 거의 생활비까지 나오구요. 물론 세계적인 기업들이 미국에 많이 있다보니, 능력이 있으면 거기 눌러앉아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다 시스템을 만들어놓았죠. 그렇게해서 그들이 미국에 눌러앉으면 그 사람은 미국사람이되는거고, 미국의 경쟁력이 되고, 미국 대학의 경쟁력이 되는겁니다. 경쟁력이란게 다른데 있는게 아니란거죠.
ps5. 사실 서울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것 맞습니다. 그래서 서울대를 까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지원받으면서 순위는 왜 그모양이냐? 라고 하죠. 근데 우리나라가 교육열만 높았지, 국가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돈 자체가 작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노무현 정부 처음 들어섰을 때 GDP대비 4%에서 7%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7~10%를 쓰고있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밖에는 안되는거죠. 그 중 고등교육 투자비율은 0.6%입니다.
미국이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율이 GDP 대비 0.9%입니다. 미국 GDP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20배 정도 많은데, GDP 대비 투자 비율도 더 높습니다. 절대액수는 비교하나마나죠.
중국은 '985공정'이란 이름하에 세계대학육성한다고 주요대학에만 GDP 대비 4%를 투자했고, '211공정'이란 이름으로 1조 3000억원을 추가투입했습니다. 그 결과로 베이징 대학은 10년전만해도 세계 100위 밖에 있다가, 순식간에 14위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사실 마음에선 국가에서 좀 더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재도 가장 많이 지원받고 있는데 무슨 낯짝으로 더 달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세계 100위 안된다고 그만 욕하세요. 세계 100위 이내의 투자를 하고 100위가 안나오면 욕먹을만 하지만, 돈은 얼마 주지도 않아놓고 똑똑한 애들 바보만든다고 욕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그게 등록금 왕창 올리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안그래도 요즘 서울대가 법인화해서 교육부로부터 독립하고 등록금 왕창 올리겠다고하는 모습을 보니 착잡합니다. 이 나라는 뭘 하고 있는건지..
[다음 유학방에서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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