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결과는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데다 이 같은 결론을 이끌어낸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신권력과 특검법을 발의한 통합민주당을 동시에 의식하면서 정치권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도곡동 실소유주 논란 증폭=특검팀은 이 당선인 맏형 상은(74)씨의 도곡동 땅 지분은 상은씨 소유가 맞다는 증거로 매각대금 흐름 추적, 재산관리인 이병모(41)씨의 휴대전화 사용위치 추적 결과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빈틈이 많다. 먼저 매각대금 가운데 2002년 7월∼지난해 7월 97차례 현금으로 인출된 15억여원의 사용처다. 특검팀은 이병모씨의 휴대전화 사용위치를 추적한 결과 이씨가 현금 인출 직후 대부분 영포빌딩이 있는 서울 서초동 인근에 있었고, 상은씨도 주기적으로 같은 빌딩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상은씨 계좌라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이씨는 2005년부터 영포빌딩 관리업체에 근무했고, 영포빌딩 오너는 이 당선인이다. 특검팀은 “영포빌딩엔 상은씨와 김씨 소유 사무실도 있었다”면서도 “이씨가 이 당선인, 상은씨, 김씨 세 사람의 재산관리를 해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 사람 가운데 누가 현금을 수령했는지 확인조차 않고 결론내렸다는 얘기다.
또 김만제(74) 전 포철 회장 진술과 김 전 회장 지시로 땅을 매입했다는 임직원 진술이 엇갈리는데도 특검팀은 대질신문을 벌이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검찰 조사엔 응하지 않다가 대선을 치른 뒤 특검 조사에 출석했다는 점에서 진술의 신빙성은 매우 낮다. 특검팀이 밝힌 김 전 회장의 진술 요지는 해명으로 가득해 특검팀이 김 전 회장 변호인 같은 느낌마저 준다.
◇정치권엔 약한 모습 일관=특검팀은 정치권엔 철저히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이 당선인 조사는 2시간여에 그쳤고, 조사장소도 한정식집이었다. 당선인 예우를 감안해 방문조사할 수 있지만, 음식점에서 조사한 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기획입국설을 수사하지 않은 건 통합민주당을 의식한 행보다. 특검팀은 “수사기간이 짧은 특검에선 현실적으로 수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2003년 김영완 비자금 150억원 사건처럼 특검에서 대검으로 이첩된 사건도 있다.
BBK가 LKe뱅크의 자회사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같은 내용이 실린 품의서에 서명한 김승유(65) 당시 하나은행장이나 임원급은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인 김씨가 이 당선인와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이며 절친한 사이인 점을 의식했다고 볼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