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BOOK] 예쁘면 다 착하다? 본문
[BOOK] 예쁘면 다 착하다?
여전히 통하는 기원전 600년의 말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어
기존의 통념 뒤집는 실험결과 눈길
「 아름다움의 과학」/울리히 렌츠 지음/프로네시스 펴냄/392쪽/1만5000원
왜 예쁜 아기는 사탕 하나라도 더 얻어먹고, 잘생긴 범죄자는 험악하게 생긴 범죄자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으며, 매력적인 여자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험한 꼴을 덜 당하는 것일까.
"예쁘면 다 착하다" 참으로 발칙한 이 말은 그리스 시인 사포가 기원전 600년에 했던 말이다. 플라톤 또한 "아름다움은 사랑의 첫 번째 이유이자 마지막 이유"라고 했다.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경외심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으며 그 후로도 인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을 단 한 순간도 멈춰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현대인의 화두인 건강과 웰빙 역시 외모 가꾸기와 같은 의미로 들린다. 우리는 다이어트, 피트니스, 성형, 패션, 화장품 같은 단어들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날씬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젊어지려는 욕망은 끝이 없다. 아마도 아름다움과 이별하는 순간이 삶과 이별하는 순간일 것이다.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또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찰스 다윈은 "공작새의 깃만 보면 기분이 우울해진다"고 고백했다. 진화론에 따르면 눈에 잘 띄고 거추장스러운 깃을 가진 공작새는 생존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므로 이미 멸종됐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때때로 성스러운 가치들을 모욕하기도 한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외모는 사회가 여성을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장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아기조차도 예쁜 얼굴을 더 유심히 더 오랫동안 쳐다본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도발적인 결과를 제시한다. 바로 외모는 과학적으로 객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호와 유행 같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계층ㆍ문화ㆍ지역ㆍ나이ㆍ직업ㆍ성을 초월해 아름답다고 인식되는 얼굴은 어디서나 같다고 말한다. 지구에는 60억개의 얼굴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 60억개 중에서 아름답다고 불리는 얼굴은 놀랄 정도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예쁜 아이들은 작문이나 음악에서 점수도 더 잘 받으며 이는 일종의 담보가 되어 신분상승의 기회 역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이 주어진다. 심지어 친부모조차도 예쁜 자식에게 손길을 한 번 더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사회적 편견이자 부조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뇌가 아름다운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며 그에 따라 어떤 행동을 낳게 되는지를 연구한 결과를 보고 나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지독하게 들춰낸다.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실험결과들이 자꾸만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디자인은 기능을 따르는 것일까, 기능이 디자인을 따르는 것일까.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전자가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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