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취득세 0원’ 어떻게…삼성, 세법보다 치밀했다

‘에버랜드 취득세 0원’ 어떻게…삼성, 세법보다 치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취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은 삼성 측의 치밀한 사전 준비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 특검팀은 30일 삼성 전략기획실 전·현직 고위 임원인 김인주·유석렬 사장을 소환해 삼성에버랜드 CB 발행 과정에 삼성그룹의 조직적 개입과 지시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 세법 이용한 삼성의 절세? = 문제의 취득세 관련 조항은 지방세법 제105조 6항이다. 이 조항엔 비상장 법인의 과점주주(寡占株主·본인 또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초과한 경우)가 되면 취득세를 내도록 돼 있다. 단순히 주식을 취득한 게 아니라 기업을 통째 사들인 것으로 보고 해당 업체의 자산을 평가한 뒤 2%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내도록 한 것이다. 당시 에버랜드의 정확한 자산내역을 알 수 없어 이 전무의 취득세 규모는 추산이 어렵다. 다만 1996년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총자산이 838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금은 대략 100억원 규모로 추산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과점주주 규정은 '주식 또는 지분을 주주 또는 사원으로부터 취득함으로써 과점주주가 된 때'로 돼 있다. 삼성이 법망을 빠져나간 것도 이 조항이다.

법의 기본 취지를 보면 과점주주가 된 이 전무는 당연히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증자를 통한 실권주 인수는 법 조문에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97년 에버랜드 세무조사에 참여한 용인시 관계자는 "이 전무가 과점주주가 됐으면서도 관련 조항을 악용해 취득세를 안 내고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있은 10개월 후인 97년 10월 관계부처는 지방세법에 '증자 등으로 인해 과점주주가 된 경우 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는 문구를 뒤늦게 추가해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

◇ 구조본 개입은? = 이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CB 인수는 삼성 경영권 후계구도뿐 아니라 '절세'도 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이뤄졌음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당장 에버랜드 CB 발행 계획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전환사채를 이용한 주식거래 차익에 대해 증여·상속세를 부과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것은 96년 10월2일이다. 삼성은 이 법안이 나온 지 한달도 안된 10월30일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를 열어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했다.

2003년 이 사건 수사를 맡은 검찰도 당시 삼성이 개정안 시행 전에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짓기 위해 에버랜드 CB를 발행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수사했다.

이번에 불거진 취득세 문제도 이런 정황과 비슷한 맥락이다. CB 발행에서 주식 전환까지 걸린 시간은 채 두달이 안된다. 삼성은 이 짧은 기간동안 취득세 관련 규정을 검토한 뒤 당시 행정자치부의 질의회신 답변까지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은 그러나 이 과정에 구조본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이 전무는 결국 에버랜드 지분을 헐값에 사들인 뒤 삼성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고도 한푼의 증여·취득세도 내지 않았다.

〈 조현철·이영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