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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사회 성풍속 과연 파천황인가

AziMong 2008. 4. 28. 22:02
지난 89년과 95년에 두 종류가 공개된 「화랑세기」 필사본이 신라사람 김대문의 저술이 아니라 20세기 초반 누군가 지어낸 가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그 가장 유력한 근거로 이 필사본에 드러난 파천황(破天荒)의 성 풍속을 들고 있다. 파천황이란 이 세상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타난 파천황의 성 풍속중 가장 자주 거론되는 내용이 이른바 마복자(摩腹子) 제도이다. 마복자란 임신중인 아내를 상관이나 왕에게 바쳐 낳은 아들을 말한다. 이 필사본이 정말로 지금의 경기도 지사쯤에 해당하는 한산주 도독 출신 신라사람 김대문이 서기 700년 즈음 썼다는 「화랑세기」를 옮긴 것이라면 우리는 신라사회의 충격적인 일면을 들여다 보는 동시에 고려 때 편찬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한 한국고대사 연구도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극소수를 제외한 학계 대부분이 이 필사본을 쉽사리 진본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까닭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정말로 김대문 작으로 밝혀지면 지금까지 학계가 내놓은 연구 성과중 적어도 절반은 쓰레기통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타난 마복자 제도같은 성풍속이 정말로 파천황이라 일컬을 정도인지는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침 이를 판단할 만한 외국 책이 최근 「성(性)과 문명(文明)」(가람기획)이라는 제목으로 완역 출간됐다. 저자는 성이라는 주제로 먹고 사는 정신분석학자 출신인 대만 전업작가 왕일가(王溢嘉.51). 중국철학사 전공인 노승현씨가 번역한 이 책은 물론 「화랑세기」 필사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인류 문명 발달을 성의 양면성, 즉 생식보존과 쾌락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탐구해 본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욕망의 어두운 측면과 문명의 잔혹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타난 성풍속이 정말로 파천황인지 판단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여기에 소개된 파격적인 성풍속을 골라 본다. 신라처럼 근친혼 사회였던 고대 이집트 제18 왕조. 그 왕인 아메노피스 4세는 '신비한 파라오'를 자처했는데 첫번째 아내가 놀랍게도 그의 친어머니 티티였고 두번째는 사촌 누이 네프리티티, 다섯 번째 아내는 친딸이었다. 속되게 표현하면 콩가루 집안이다. 근친혼은 고대 잉카제국도 마찬가지여서 대체로 왕은 같은 어머니에게서 난 동생이나 누나를 아내로 맞았다. 20세기의 위대한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가 보고함으로써 유명해진 남태평양 멜라네시아 트로브리앤드 섬 원주민 사회. 이곳 주민들은 결혼 전에는 부모가 보는 앞에서 거리낌없이 섹스를 한다. 하지만 결혼 이후의 혼외 섹스는 곧 죽음이다. 뉴기니아의 매리애드 아님이라는 곳. 이 사회에서는 동성애는 물론 여성을 윤간하는 행위가 제도화돼 있다. 인도 남쪽 말라바 해안의 나야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 여자가 많은 남편을거느리는 이른바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 사회이다. 더 심한 곳은 네팔. 같은 일처다부제이기는 한데 한 여자가 형제들을 남편으로 거느리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살던 고대 그리스 사회는 동성애가 보편화돼 있었다. 강력한 그리스 군대는 그 힘이 동성애에 있었다. 민주주의의 문을 열었다는 장 자크 루소. 그가 쓴 자전소설 「에밀」에 나타난루소는 뜻밖에도 여자에게 맞으면 쾌감을 느끼는 이른바 피학증 환자였다. 사실 이 책이 언급한 각 지역, 각 시대 성풍속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무슨무슨 풍속사니 해서 현대 한국인이 보기에 충격적인 성풍속을 다룬 책은 꽤 있다. 그런데 본론으로 돌아가 이런 다양한 성풍속들을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타난 마복자같은 성풍속과 비교해 볼 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복자 제도가 이 세상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파천황의 풍속'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근친혼 사회이기는 했으나 신라사회는 결코 어머니는 물론이고 친자매와는 결혼하지 않았다. 또 마복자 제도가 주는 충격이란 같은 형제들을 남편으로 거느리는 네팔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김부식이 「삼국사기」 내물왕 즉위 대목에서 비록 신라 남자들이 이모, 고모, 사촌과 결혼하기는 했으나 자기 어머니를 범한 흉노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라고 신라를 변명하고 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성과 문명」의 저자인 왕일가가 이런 '엽기적인'(?) 성풍속들에대해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문화의 성의 기준에 집착함으로써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요컨대 「화랑세기」 필사본이 가짜든 진짜든 상관없이, 여기에 나타난 신라사회 성풍속이 이 세상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파천황이기 때문에 위작이라는 주장 그 자체는 세계 각국, 각 시대에 대한 비교사적인 검토를 결여한 잘못된 주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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