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
질병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가 이어지는 한 계속된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는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 A(H1N1))는 급속한 확산으로 위기감을 주는 호흡기성 전염병이어서 위세가 크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9일 이미 신종플루가 세계적 유행병(Pandemic)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임박’했다면서 경보 태세를 5단계(인간 대 인간 감염)로 상향시켰다. 경보 단계는 6단계까지 있으나 이런 경보 체계가 만들어지기 전 몇 차례 대유행한 질병이 있었다.
그러나 WHO가 5단계 경보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경보 단계 중 2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질병이 인간 대 인간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에서 유행병으로 위세를 가할 가능성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신호이다.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플루는 양돈업자들의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원래 명칭이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 혹은 Swine flu·SI)로, 이름이 비슷한 병원균인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swine influenza virus : SIV)에 의해 감염된다.
이전까지 이 질병은 돼지에게서만 흔하게 발생했으며, 인간에게서는 발생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것으로 간주돼 왔다. SI의 바이러스는 2가지 종류로 인플루엔자 A형과 C형이다. B형은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다.
돼지에게 인플루엔자에 의한 독감은 흔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인간에 감염되는 경우는 돼지들과 아주 밀접한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사례가 거의 없었다.
올해 발생한 신종플루는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 아류형 혹은 특수형으로 H1N1으로 명명돼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이 H1N1 변종의 유전적 구조를 보면서 인간 인플루엔자와 조류 인플루엔자에서 모두 조금씩 섞여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OIE는 돼지로부터는 H1N1을 추출해내지 못했었다고 밝히고 있다.
◇스페인독감 4000만~5000만명 사망
전문가들은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인플루엔자 역시 신종플루와의 관련성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인플루엔자가 돼지에 남아 있으면서 변종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의료 과학자들은 플루 바이러스처럼 아직 미스터리로 남은 것도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는 플루 바이러스는 이전에 머물던 숙주에 맞춰 변형을 만들어내고 또 백신과 접촉하면 다른 종류로 변화하는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바이러스는 매 2-3년이면 벌써 어느 정도의 변형을 취하게 된다고 본다. 이 같은 변화무쌍한 능력에 의해 지난 100년 동안 무려 7차례의 인플루엔자에 의한 인간 위협의 역사가 있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에는 세계 각국의 인구가 20%에서 40% 정도씩 병을 앓았다. 악명을 높인 것은 바로 사망자의 숫자. 약 4000만-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산된다. 게다가 숨지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당시 미국에서는 집단으로 침대가 놓인 거대한 실내 공간에 수용돼 치료를 받는 진풍경이 기록사진으로 전해진다.
이후 1957년에도 인플루엔자의 위력이 되살아나 아시아 지역을 강타했다. 당시 아시아 지역에서 발원한 것으로 지적돼 아시아 플루라고 이름 지어진 이 질병으로 미국 내에서 무려 7만 명이 숨졌다.
당시 발병은 2월에 시작됐으나 백신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그해 8월 만들어지기까지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후 12월쯤에 가서 누그러지기 시작한 이 병은 이듬해인 1958년 다시 한 번 강도가 높아지면서 수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꼭 10년 뒤인 1968년 역시 아시아 지역인 홍콩에서 발원해, 이른바 홍콩 감기로 불리는 대형 인플루엔자 소동이 발생했다. 그해 초기에 발병했던 이 인플루엔자는 감염 속도가 다른 것에 비해 느렸다. 이 때문에 대유행 인플루엔자 경우로는 비교적 적은 3만4000명 정도가 사망했다. 게다가 이때에는 65세 이상의 노년층들의 사망자가 많았다.
홍콩 인플루엔자는 이후 1970년과 1972년에도 다시 한 번 유행했으나 그렇게 큰 비교 대상은 되지 못했다.
이른바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불리면서 처음 알려진 때는 지난 1976년이다. 당시 뉴저지주 군부대 포트 딕스 내에서 감기 증세로 앓아누웠다가 24시간 내에 사망한 한 젊은 이병이 바로 생소한 이름의 돼지 인플루엔자 환자였음이 판명된 것이다.
이전부터 대유행의 위기 경험을 가진 미국 정부는 당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명령으로 전 국민 백신 접종이 실시됐던 탓인지 큰 유행은 이어지지 않았으나 예방접종 자체로 큰 논란이 됐었다.
바로 다음해인 1977년에는 돼지라는 동물 이름이 아닌 다시 국가 이름을 가진 ‘러시아 플루’가 발발했다. 그해 5월 중국 북부 지역에서 발원, 빠르게 확산한 이 인플루엔자는 젊은 층에서 많은 감염률을 보였으며, 다음해에 미국에 상륙했었다.
이후 약 20년 동안은 이 같은 질병이나 인플루엔자의 발발이 미약했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국가들은 질병 대유행에 대한 무장의 강도를 낮췄다는 지적이 있을 만큼 큰 피해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 1997년 최근 널리 유행한 조류 인플루엔자가 등장한다. 이번에도 중국 땅인 홍콩에서 처음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수많은 닭과 가금류들이 도살됐다. 이때도 조류 인플루엔자는 사람 대 사람 사이에 쉽게 전염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가금류들이 대량 도살된 뒤에는 사람에 발병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위력은 대단해 조류의 독감이 사람에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을 던져줬고 그 이름의 유명세는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커졌다. 그러다 지난 1999년에는 2명의 홍콩 어린이가 다시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리면서 각국이 이에 대한 방역 작업을 펴는 등 논란이 됐었다.
이 조류 인플루엔자는 지난 2005년에 다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크게 발병, 아시아 지역의 음식 문화나 가축류 축사 주변의 비위생이 세계 각국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WHO는 이 때문에 방역과 관련된 체계를 세워놓고 경보를 단계별로 책정해 발표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WHO, 모두 6단계로 된 경보체제 시행
모두 6단계로 된 경보체계에서 가장 낮은 1단계에서는 바이러스가 인간에 전염됐다는 보고가 없는 단순 단계이다. 그 다음 단계인 2단계에서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몸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인간에 전염됐다는 점이 발견된 단계이다. 3단계 경보는 동물이나 사람들 간에 간헐적으로 전염된 사례가 발견돼 다소 우려를 주는 단계이다. 그렇다고 전염이 일정 지역을 단위로 이뤄지거나 다른 지역으로 넘어간 사례는 없는 단계이다.
그러나 4단계에 들어가면 동물이 사람에게 전염시키던 단계에서 이제는 사람과 사람끼리 전염이 이뤄지는 단계로 일정 지역이나 마을 단위에서 전염이 확산된 때이다.
지난달 말 진입한 5단계 경보는 적어도 2개 국가에서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이 이뤄진 경우 내려지며, SI가 이미 세계 9개국에서 발병한 이후에 5단계가 내려진 것은 다소 느린 점이 없지 않다.
그보다 더 높은 6단계의 최고 단계에서는 대유행(pandemic)의 단계이며, 전 세계적으로 마을 대 마을 단위의 감염이 2개 지역 이상으로 확산되는 경우에 내려진다.
현재까지도 SI가 왜 멕시코 지역에서 발병했는가에 대해서는 수수께끼이다. 그 점에 대해서 WHO가 반드시 규명을 해야 제대로 효과 있는 대처가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신종플루에 대한 백신은 없다. 단지 타미플루(tamiflu)라는 약품이 다소 효과가 있어서 사용된다. 원래 이름이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인 이 약품은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B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막아준다고 돼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질레드 사이언시스가 개발하고 호프먼-라 로쉬사가 현재 타미플루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한다. 지금까지 무려 3500만 명이 이 약품의 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H1N1 으로 명명된 이번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약 16.3%가 저항하는 비율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시 동남아시아 지역의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을 보면서 의회에 무려 71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해 타미플루 약품을 비축하기 시작했고, 지금 그 약품의 방출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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