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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잠재력 보기엔 난 경험부족” 사정관 스스로 시인

AziMong 2009. 8. 4. 00:16

“누군가의 잠재력 보기엔 난 경험부족” 사정관 스스로 시인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8.03 10:50


서울 A대에서 전임 입학사정관으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다섯. 같은 대학에서 사회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해 박사 학위를 따고 2년 전 귀국했다. 하지만 자리가 없어 시간강사로 전전하다 석사 시절 지도 교수 소개를 통해 올 초부터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B씨는 시간강사와 대학 시절 과외 경력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장 올 가을 수시 전형에서 수험생의 실력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 지 걱정이다. B씨는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답답하기만 하다"며 "아이도 아직 없는 내가 아직 누군가의 미래와 잠재력을 평가하기엔 나이가 너무 어린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고백은 B씨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3일 헤럴드경제 사건ㆍ교육팀이 서울 소재 주요 10개 대학의 전임 입학사정관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이 30대 중ㆍ후반의 석ㆍ박사 출신들. 자녀가 어리거나 없는 경우도 많아, 교육에 대한 간접 경험 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대학에선 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학사출신 입학사정관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보통 연륜과 경험이 있는 40~60대의 전직 교장 등 교육 관련 인사들이 입학사정관인 줄 알았는데 충격이다"며 "신분도 보장돼 있지 않고 경험도 생각보다 모자라는 입학사정관이 학생들을 제대로 판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임 입학사정관들 중 상당수가 교육 관련 경력이 부실했다. B대의 경우 전직 대기업 인사 채용 담당자를 정성적(定性的) 평가가 가능하단 이유로 입학사정관으로 채용했다. C대는 일본 도쿄대, 프랑스 소르본대 등 해외 대학 박사학위 취득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고 자랑했지만 이들 중 교육 관련 전공자는 2~3명에 불과했다.

상당수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에선 통계 업무가 필수"라며 통계 관련 전공 석ㆍ박사들을 입학사정관으로 두고 있다. 아예 대학 행정 파트에서 통계 업무를 전담해온 직원을 입학처나 입학사정관실로 전보발령을 내 학생들의 각종 수치를 통계로 내는 업무를 맡긴 경우도 있었다. 현직 교사 출신은 드물었고 있더라도 상당수가 신분 보장이 안 된 기간제 교사 출신들이었다.

일부 대학에선 전직 총장, 기업 CEO,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가 등 사회 명사들을 위촉 입학사정관으로 초빙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전직 총장 출신 인사들을 제외하곤 교육 관련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모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한 특별한 교육도 자발적인 경우가 아니면 진행되기 어렵다. 교육계 일각에선 이들이 잠재력이나 소질 대신 공인영어 성적이나 수능 같은 이른바 '스펙'에 치우쳐 수험생들을 선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임 입학사정관들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 입학사정관의 신분이 불안정하면 입시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질 뿐더러, '이후'를 생각하기 때문에 소신껏 사정 업무를 수행하기가힘들다. 2년 단위로 이뤄지는 재계약이 잘 되지 않으면 '사교육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한 학원 관계자는 "실제로 사교육 업체와 꾸준히 교류를 갖는 입학사정관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이 고액 등 유혹에 넘어가 노하우나 입시데이터를 갖고 '맞춤 컨설팅'을 하면 입학사정관제의 사교육 억제 효과는 수포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교육 당국은 입학사정관의 신분 보장이 분명한 대학에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현재 교육 당국은 해마다 대학별로 입학사정관 전형 사업 진척도를 평가에 지원 액수에 반영하고 있다. 진척도가 부진하다고 판단할 경우엔 지원 대학 명단에서 탈락시키기도 한다. 올해도 2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사업 지원 대학 명단에 빠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의 정규직화가 사업 평가의 중요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