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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무죄 판결] “과장 보도했지만 정책 비판에 해당”

AziMong 2010. 1. 20. 22:21

[PD수첩 무죄 판결] “과장 보도했지만 정책 비판에 해당”


같은 대법원 판례 놓고 검찰과 정반대 해석

법원이 PD수첩이 합리적인 이유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비판했다고 판단했다. 방송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검찰과 생각이 전혀 다른 만큼 공소사실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법원과 검찰 모두 "TV방송보도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PD수첩 보도 내용을 분석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광우병 의심 소 거짓 아니다"=재판부는 "보통의 주의를 기울이는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하면 PD수첩에 보도된 내용은 주저앉는(다우너) 소는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주저앉는 소를 이미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이다.

검찰은 "주저앉는 소의 원인은 수십 가지고, 1997년 이후 출생한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저앉는 소를 바로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소라고 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모두 주저앉는 것 외에는 다른 특이한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미국의 낮은 광우병 검사비율 때문에 97년 이후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재판부는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주저앉는 소들을 '광우병 의심 소'라고 보도한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도적 오역 없었다"=법원은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숨진 미국인 아레사 빈슨에 대한 보도 내용도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하거나, 사망 전 오로지 인간광우병 의심진단만을 받았기 때문에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에서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지적했고 보도 당시에는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 단계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됐던 제작진의 의도적 오역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편집과정에서 번역을 변경하거나 수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PD수첩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빈슨의 어머니가 2차례 인터뷰에서 '의사로부터 MRI 결과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이라고 들었다'고 언급했지만 PD수첩은 임의로 인간광우병(vCJD)으로 왜곡해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인간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어 감염된 변형 CJD를 말한다. 그러나 재판부가 영어 인터뷰 원문을 확인한 결과 해당 부분은 인간광우병을 뜻하는 'a variant of CJD' 등으로 적혀 있었다.

재판부는 다만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감염될 확률은 94%에 달한다는 보도 내용은 "전후 문맥상 다소 과장되거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의 전체 취지는 한국인의 유전자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으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부합돼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책 비판은 언론의 자유"=재판부는 모든 공소사실을 '허위보도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만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결론이 내려졌다. 근거를 갖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므로 정운천 전 장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소 당시 "공직자인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허위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허위 내용을 방송한 의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상당한 근거를 갖고 쇠고기 협상이라는 정책을 비판한 행위는 언론의 자유의 중요한 내용인 보도의 자유에 속한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돼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