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어부' 등 연쇄살인범 2명 사형선고

'보성 어부' 등 연쇄살인범 2명 사형선고

뉴시스 | 송창헌 | 입력 2010.03.25 11:17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을 계기로 광주·전남에서도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던 일명 '보성 어부 사건'과 '영암 연쇄살인 사건' 등 중대 사건 2건에 대해 항소심에서 나란히 사형이 선고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장병우)는 25일 남녀 여행객 4명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보성 연쇄살인범 오모씨(72)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대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배가 파도에 요동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하나 여러 증거와 정황상 허무맹랑한 주장에 불과하고, 자신의 성적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4명의 젊고 고귀한 삶을 앗아갔음에도 유족 접견을 거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는 점, 사회에 끼친 악영향과 범죄 응보 등을 두루 감안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내연녀와 의붓딸, 아내의 조카까지 3명을 연쇄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0월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이모씨(43)에 대해서도 원심대로 사형을 선고했다.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 달라"며 사형을 구형한 검찰측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거녀에 대한 깊은 배신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과거에 대한 복수심을 내세워 나약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 개인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연쇄 살인을 저지른 점, 피고인의 왜곡된 성 가치관과 범행 후 태도 등을 종합해 볼 때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2명의 사형수에 대해 "사형은 인간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로 문명국 사법제도에서 극히 예외적 형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범행에 대한 책임정도, 범죄와 형벌사이의 균형, 사회보호 등의 차원에서 사형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국내 미집행 사형수는 모두 61명으로 늘게 됐다.

어부 오씨는 2007년 8월31일 보성으로 여행 온 10대 남녀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운 뒤 여성을 성추행하기 위해 먼저 남성을 바다로 밀어 숨지게 한 뒤 저항하는 여성도 바다로 밀어 숨지게 했다. 이어 같은 해 9월25일에도 자신의 배에 탄 20대 여대생 2명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쇄살인마 이씨는 1991년 특수강간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2005년 10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전처와 재결합하고 동거에 들어갔다. 이후 이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집에서 동거녀의 조카인 A양(당시 16세)을 성폭행한 다음 여행용 가방에 가둔 채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다녔고 A양은 이 과정에서 질식해 숨졌다.

그러나 이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본인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고모부 자격으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도 했으며 피해자 명의로 가족들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완전범죄를 꾸민 이씨는 A양을 살해한 지 1주일 후 이번엔 자신의 집에서 의붓딸 B양(19)을 성폭행 살해하고, 곧 이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동거녀(41)마저 목졸라 살해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5년 11월 19명, 1997년 12월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래 10년이 지나도록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인권단체에서는 지난해 12월30일부터 우리나라를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완전 사형폐지국은 102개 국,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31개 국, 사형존치국은 64개 국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