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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괴로운 어느 과학고

AziMong 2010. 4. 29. 06:59

무섭고 괴로운 어느 과학고

“자정 이전엔 기숙사 방에 아무도 못들어간다”
몸 약해 자율학습 못하는 학생 빈교실에 ‘격리’

경향신문 | 심혜리 기자 | 입력 2010.04.29 03:04

 

서울 ㅅ과학고등학교 2학년 ㅅ군(17)은 매일 저녁 식사 후 자정까지 친구들과 떨어져 다른 교실에서 혼자 공부한다. 공부를 하다 지치면 기숙사에 있는 방에 가고 싶지만 자정까지는 기숙사 문이 열리지 않는다. ㅅ군으로부터 매일 "무섭고 괴롭다"는 얘기를 듣는 어머니 이모씨는 밤마다 애가 탄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입학한 ㅅ군은 학교 규정에 따라 매일 밤마다 자율학습실에서 자정까지 공부를 했지만 늘 힘에 부쳤다. 몸이 약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씨는 "자정 전에 기숙사에 들어가서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자율학습 규정'을 근거로 거절했다. 학생들은 입학 전 '자율학습 참가 신청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고, 자율학습은 매일 자정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교 특성상 모두가 강제로 자정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8월 "기숙사의 입사 조건으로 자율학습 동의서를 제출토록 하는 것은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이 학교에 '자율학습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ㅅ고는 "희망자에 한해 자율학습에 참가하라"고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이는 시늉뿐이었다. ㅅ군은 이후에도 자정 전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었고 자율학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자 오히려 자율학습실이 아닌 교실로 혼자 쫓겨나게 됐다.

학교 측이 자율학습 규정을 바꾸면서 동시에 기숙사 규정도 개정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인권위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 당초 '18시30분~24시 자율학습'으로 돼 있던 규정을 '18시25분 기숙사에서 정해진 장소로 이동(18시25분부터 24시에는 기숙사에 잔류할 수 없음)'으로 바꿨다.

이에 이씨는 인권위에 또다시 진정을 냈다. 그러나 ㅅ군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조사해야 하는데 조사를 원하느냐"는 인권위 조사관에게 "조사를 원치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어 ㅅ군은 진정취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어머니 이씨는 "진정취하는 진정을 낸 본인만이 가능하다"며 취하 반환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ㅅ고 관계자는 "과학고는 2년 만에 졸업하기 때문에 심야 자율학습이 필요하다"며 "자율학습은 학생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고, 일부 학생을 위해 기숙사를 일찍 개방하면 관리·감독이 어렵다"며 이씨 모자의 요청을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