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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반도 위기 출구전략 실종

AziMong 2010. 5. 26. 23:40

미 한반도 위기 출구전략 실종

한겨레 | 입력 2010.05.26 20:20

 

[한겨레] 클린턴 "한국 지지" 원론답변

'남북대립 자제' 한반도 상황관리 예전과 달라

동북아 한미일 동맹강화로 군사주도권 쥐려는듯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은 4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한국 체류 시간이 보여주듯이, 한국의 천안함 조사결과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등 한국 정부를 위한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짙어 보인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도, 미국의 장기적인 대북 정책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선, 클린턴 장관은 천안함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하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결정하는 과정과 그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여러차례 한국 지지를 밝혔던 것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클린턴 장관은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도 안보리 회부 이외에도 미국과 한국의 양국 군이 합동훈련을 계획하고 있고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어떤 태세를 강화해야 할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또한 그동안 미국 국무부 및 국방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공개적으로 강조해온 것들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결정과 대응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제외하면, 클린턴 장관이 위기지수가 치솟고 있는 한반도에 와서 던진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그는 장기적인 대북정책의 비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기적으로는 천안함 침몰 대응,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투 트랙'을 제시했다.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을 강조하며 6자회담 재개를 기약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초강경 대북 압박·봉쇄 대책과 이에 다시 초강경으로 맞서는 북한의 대응으로 일촉측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한국의 냉정한 대응을 평가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한국의 '북한 때리기'에만 편승할 뿐 출구없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리 능력이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과 북한을 자제시키며 종종 한반도 상황 관리에 애써온 미국 정부가 전통적인 역할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미 동맹을 재강화하며, 부시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수순으로 가려는 전략이 깔린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이와 관련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쟁관계로 돌입한 상황에서 힘이 빠진 경제력 대신 한국을 앞세워 군사안보 카드를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천안함에 대한 한-미의 대응책을 보면 연합 대잠수함작전이나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역내 차단 훈련 하반기 실시 추진 등 중국을 군사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이 적잖다.

아울러 한-미 동맹 강화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국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성공회대 외래 교수는 "미국이 한국과의 양자관계에서 소소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국과 대결이 부각됨으로써 동북아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