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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학생들을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나
시사저널 | 정락인·조현주 기자 | 입력 2010.08.25 17:51
청소년들의 자살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의 숫자는 전년에 비해 무려 47%나 늘어나 총 2백2명에 달했다. 한창 꿈 많을 나이인 이들은 왜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 시사저널 > 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초·중·고생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4백79명이 '평소에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그들 중 1백7명은 최소 한 번에서 많이는 다섯 번 이상까지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 4월 강원도 춘천에 있는 ㅊ여고가 발칵 뒤집히는 일이 있었다. 나흘 간격으로 1학년 같은 반 여학생 두 명이 잇따라 자살했기 때문이다. 두 여고생은 단짝 친구였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김지선양(가명·17)이 아파트에서 먼저 투신 자살했고, 그 뒤를 이어 이미현양(가명·17)이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왜 아까운 목숨을 버린 것일까. 학교측에 따르면 김양은 평소 성적 문제로 고민했고, 우울증도 앓았다고 한다. 이양의 경우에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김양이 죽자 따라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양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기 전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ㅊ여고 상담교사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양의 자살이 이양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양의 휴대전화에는 투신하기 전 죽은 김양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건 기록이 남아 있었다. 김양을 몹시 그리워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김양이 자살한 데는 성적 고민과 함께 친구를 잃은 상실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달아 친구를 잃은 ㅊ여고 학생들은 사건 직후 큰 충격을 받았다. ㅊ여고 상담교사는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지역 청소년상담센터와 교육청 산하 기관의 협조로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몇 차례 실시했다. 지금은 많이 안정을 찾은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또래 친구의 자살은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혜영 한국청소년상담센터 팀장은 "청소년기에는 또래 친구와의 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더군다나 청소년기는 자아가 형성하는 단계로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성인보다 모방 자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예방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ㅊ여고의 연쇄 자살 사건은 그 학교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학생들의 자살 통계가 그것을 말해준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이 전년보다 무려 47%나 급증했다. 자살한 학생 수도 2백2명에 달했다. 이 중 30%는 왜 자살했는지 그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학생 자살이 얼마만큼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자살하는 학생들이 이 정도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야만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 시사저널 > 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초·중·고생 1천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지난 8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에 걸쳐 실시했다. 조사 방식은 학교·학원·박물관 등을 직접 방문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실시했다. 일부 문항은 중복 답변도 포함되었다.
설문에서 나타난 '학생 자살'은 심각했다. 절반에 가까운 4백79명(48%)이 '평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것만 해도 심각한 수치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년에 1~2번'이 3백21명(32%), '한 달에 1~2번'이 1백5명(11%), '1주일에 1~2번'이 53명(5%) 순이었다. 반면에 5백14명(51%)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고, 무응답은 7명(1%)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자살 시도까지는 얼마나 연결되었을까. 8백87명(89%)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반면 1백7명(11%)은 최소 한 번에서 많으면 다섯 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라고 했다. '처음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때'를 묻자 '중학교'라는 응답이 3백5명(3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고등학교' 1백69명(17%), '초등학교' 1백11명(11%) 순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유치원' 때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답변이 37명(4%)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치원생이 자살한 적은 없으나 향후 '자살 예방' 연령을 더 낮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응답은 3백78명(38%)이나 되어 '자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자살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초등학생 자살을 보면 지난 2005년 1명에서 2008년에는 5명, 지난해에는 6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례를 보자. 2008년 10월 광주 광산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인 박현수군(가명·10)이 목을 매 자살했다.
당시 해당 학교 교사는 경찰에서 "박군이 심하게 떨어진 중간고사 성적을 비관해 통곡한 적이 있다"라고 진술했다. 박군이 남긴 유서에는 "세상이 너무 싫어 먼저 갑니다. 엄마·아빠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인 김지성군(가명·10)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김군은 하굣길에 친구와 다투다 교감과 담임교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후 자살했다.
학생들이 자살 충동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성적 고민'이 2백48명(21%)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부모님 꾸중이나 잔소리' 2백1명(17%), '친구와의 관계' 92명(8%), '가정불화' 87명(8%), '경제 사정' 22명(2%), '외모에 대한 열등감' 19명(2%), '이성 친구와의 문제' 17명(2%), '교내 폭력이나 따돌림' 13명(1%), '그냥 아무 이유 없이' 12명(1%) 순이었다. 3백42명(29%)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성적'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부모님의 기대, 진로 선택 그리고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성적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실제 성적을 비관하며 자살한 학생들의 유서에는 자살 당시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지난 2005년 1월 자살한 당시 중학교 3학년인 한 여중생은 공부 기계로 키우려는 부모(엄마)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오로지 '점수'에만 묶여 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한탄했다. 부모에 대한 원망도 묻어난다. 그리고 이 학생은 자신의 죽음이 결코 '충동적이지 않고,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온 일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100번도 넘게 했다'라고 한 대목에서는 그동안 얼마나 '성적'과 '부모' 때문에 힘들어 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결국 '자살'을 통해 성적과 부모에게서 해방을 찾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46%가 "학교나 사회의 자살 예방 시스템 잘못되어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자살 충동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해진다. '잊으려고 애쓴다'가 3백69명(37%)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것을 보면 학생들 대다수는 자살 충동이 느껴질 때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나 친구에게 문제를 털어놓는다'가 1백14명(11%)이었고, 56명(6%)은 '종교적으로 해결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72명(7%)은 실제 자살을 하기 위해 '자살 방법을 찾는다'라고 답했고, '가만히 있는다'라는 답변은 18명(2%)이었다. 이처럼 학생들 혼자 자살을 감내하거나 실제 자살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 사회 자살 예방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항목에서도 2백59명(26%)은 무응답을 보이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충동적이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청소년들이 이를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의 자살 후 모방 자살이 늘어나는 것)'가 우려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중에는 이런 현상이 학생 자살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학생들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자살 소식에 대한 느낌'에 대해 '슬프고 동정심이 생긴다' 4백6명(41%), '어리석다고 느낀다' 3백59명(36%), '아무 생각이 없다' 2백2명(20%)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나도 자살하고 싶다'라는 응답은 29명(3%)이었다. 즉,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자살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는 심리적으로 큰 동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에 자살한 친구나 친척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9백2명(90%)이 '없다'라고 답변했고, 90명(9%)은 '있다'라고 했다. 또 '자살 사이트에 가입했거나 들어가본 경험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9백61명(96%)이 '없다'라고 답했다. 25명(3%)은 '있다'라고 했으며, 14명(1%)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에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는 학생은 4백79명으로 전체 48%였다. 하지만 정작 '자살 상담'을 받은 학생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자살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라고 답한 학생은 37명(4%)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주로 누구와 상담을 할까. '자살 상담을 받는다면 누구와 상담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6백91명(69%)이 '받을 곳이 없다'라고 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이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속내를 쉽게 터놓고 상담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가정과 사회 그리고 제도권 단체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나마 상담을 하게 되면 '학교와 선생님'이 94명(9%), '친구'가 89명(9%), '부모와 가족' 69명(7%), '청소년 관련 단체' 36명(4%), '자살 예방 센터' 21명(2%) 등이었다.
학생들은 또 학교나 사회의 자살 예방 시스템에 큰 불신을 드러냈다. 전체의 46%(4백61명)가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다'라고 보았으며, 14%(1백38명)는 '보통이다'라고 했고, 3%(36명)만 '잘되어 있다'라고 평가했다.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은 '개인의 의지' 4백21명(10%), '부모의 관심' 3백43명(31%), '전문가의 도움' 1백20명(11%), '예방 교육' 1백13명(10%), '교사의 관심' 72명(7%) 순이었다. 백민정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사회복지사는 "부모들이 자녀와 충분한 대화 시간을 두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자녀들이 자살 징후를 보이면 주저 없이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정신적 상담이나 치료받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기회를 놓치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청소년은 미래의 꿈'이라고 했다. 우리 학생들이 '자살 없는 세상'을 살게 하려면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우선 구축해야 할 것이다.
연달아 친구를 잃은 ㅊ여고 학생들은 사건 직후 큰 충격을 받았다. ㅊ여고 상담교사는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지역 청소년상담센터와 교육청 산하 기관의 협조로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몇 차례 실시했다. 지금은 많이 안정을 찾은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또래 친구의 자살은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혜영 한국청소년상담센터 팀장은 "청소년기에는 또래 친구와의 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더군다나 청소년기는 자아가 형성하는 단계로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성인보다 모방 자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예방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ㅊ여고의 연쇄 자살 사건은 그 학교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학생들의 자살 통계가 그것을 말해준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이 전년보다 무려 47%나 급증했다. 자살한 학생 수도 2백2명에 달했다. 이 중 30%는 왜 자살했는지 그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학생 자살이 얼마만큼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자살하는 학생들이 이 정도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야만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 시사저널 > 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초·중·고생 1천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지난 8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에 걸쳐 실시했다. 조사 방식은 학교·학원·박물관 등을 직접 방문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실시했다. 일부 문항은 중복 답변도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실제 자살 시도까지는 얼마나 연결되었을까. 8백87명(89%)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반면 1백7명(11%)은 최소 한 번에서 많으면 다섯 번 이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라고 했다. '처음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때'를 묻자 '중학교'라는 응답이 3백5명(3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고등학교' 1백69명(17%), '초등학교' 1백11명(11%) 순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유치원' 때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답변이 37명(4%)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치원생이 자살한 적은 없으나 향후 '자살 예방' 연령을 더 낮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응답은 3백78명(38%)이나 되어 '자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해당 학교 교사는 경찰에서 "박군이 심하게 떨어진 중간고사 성적을 비관해 통곡한 적이 있다"라고 진술했다. 박군이 남긴 유서에는 "세상이 너무 싫어 먼저 갑니다. 엄마·아빠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인 김지성군(가명·10)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김군은 하굣길에 친구와 다투다 교감과 담임교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후 자살했다.
학생들이 자살 충동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성적 고민'이 2백48명(21%)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부모님 꾸중이나 잔소리' 2백1명(17%), '친구와의 관계' 92명(8%), '가정불화' 87명(8%), '경제 사정' 22명(2%), '외모에 대한 열등감' 19명(2%), '이성 친구와의 문제' 17명(2%), '교내 폭력이나 따돌림' 13명(1%), '그냥 아무 이유 없이' 12명(1%) 순이었다. 3백42명(29%)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성적'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부모님의 기대, 진로 선택 그리고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성적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실제 성적을 비관하며 자살한 학생들의 유서에는 자살 당시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지난 2005년 1월 자살한 당시 중학교 3학년인 한 여중생은 공부 기계로 키우려는 부모(엄마)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오로지 '점수'에만 묶여 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한탄했다. 부모에 대한 원망도 묻어난다. 그리고 이 학생은 자신의 죽음이 결코 '충동적이지 않고,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온 일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100번도 넘게 했다'라고 한 대목에서는 그동안 얼마나 '성적'과 '부모' 때문에 힘들어 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결국 '자살'을 통해 성적과 부모에게서 해방을 찾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자살 충동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해진다. '잊으려고 애쓴다'가 3백69명(37%)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것을 보면 학생들 대다수는 자살 충동이 느껴질 때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나 친구에게 문제를 털어놓는다'가 1백14명(11%)이었고, 56명(6%)은 '종교적으로 해결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72명(7%)은 실제 자살을 하기 위해 '자살 방법을 찾는다'라고 답했고, '가만히 있는다'라는 답변은 18명(2%)이었다. 이처럼 학생들 혼자 자살을 감내하거나 실제 자살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 사회 자살 예방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항목에서도 2백59명(26%)은 무응답을 보이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충동적이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청소년들이 이를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의 자살 후 모방 자살이 늘어나는 것)'가 우려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중에는 이런 현상이 학생 자살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학생들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자살 소식에 대한 느낌'에 대해 '슬프고 동정심이 생긴다' 4백6명(41%), '어리석다고 느낀다' 3백59명(36%), '아무 생각이 없다' 2백2명(20%)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나도 자살하고 싶다'라는 응답은 29명(3%)이었다. 즉,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자살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는 심리적으로 큰 동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에 자살한 친구나 친척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9백2명(90%)이 '없다'라고 답변했고, 90명(9%)은 '있다'라고 했다. 또 '자살 사이트에 가입했거나 들어가본 경험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9백61명(96%)이 '없다'라고 답했다. 25명(3%)은 '있다'라고 했으며, 14명(1%)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에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는 학생은 4백79명으로 전체 48%였다. 하지만 정작 '자살 상담'을 받은 학생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자살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라고 답한 학생은 37명(4%)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주로 누구와 상담을 할까. '자살 상담을 받는다면 누구와 상담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6백91명(69%)이 '받을 곳이 없다'라고 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이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속내를 쉽게 터놓고 상담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가정과 사회 그리고 제도권 단체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나마 상담을 하게 되면 '학교와 선생님'이 94명(9%), '친구'가 89명(9%), '부모와 가족' 69명(7%), '청소년 관련 단체' 36명(4%), '자살 예방 센터' 21명(2%) 등이었다.
학생들은 또 학교나 사회의 자살 예방 시스템에 큰 불신을 드러냈다. 전체의 46%(4백61명)가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다'라고 보았으며, 14%(1백38명)는 '보통이다'라고 했고, 3%(36명)만 '잘되어 있다'라고 평가했다.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은 '개인의 의지' 4백21명(10%), '부모의 관심' 3백43명(31%), '전문가의 도움' 1백20명(11%), '예방 교육' 1백13명(10%), '교사의 관심' 72명(7%) 순이었다. 백민정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사회복지사는 "부모들이 자녀와 충분한 대화 시간을 두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자녀들이 자살 징후를 보이면 주저 없이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정신적 상담이나 치료받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기회를 놓치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청소년은 미래의 꿈'이라고 했다. 우리 학생들이 '자살 없는 세상'을 살게 하려면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우선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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