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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 압력에 굴복’ 자동차 시장 다 내줬다 본문
한겨레 | 입력 2010.12.04 04:30한국 ‘미 압력에 굴복’ 자동차 시장 다 내줬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 2.5% 철폐 이행기간 연장
미국차 관세는 바로철폐…미, 세이프가드 도입
농산물 분야선 일부 개선사항 요구 관철한 듯
2007년 6월 공식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분야 협정문의 뼈대가 허물어졌다. 에프티에이 재협상 타결 결과, 한국산 승용차 관세 2.5% 폐지기한 연장 등 미국 쪽 요구를 받아들여 협정문을 수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익의 균형'을 위해 농산물 분야에서 일부 개선사항을 요구해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자동차 분야가 '협정 발효의 기대 효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거나 '점(.)이든 콤마(,)든 협정문에 다시 찍는 일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지난 6월 재협상에 들어간 뒤 두 나라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감시간'으로 정하고 실무협의와 통상장관 회의를 잇달아 열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자국 시장은 더 닫고, 한국 시장은 더 열도록 요구했다.
가장 파격적인 요구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 철폐 이행기간 연장이다. 협정문에는 협정 발효 뒤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2.5% 수입 관세를 3000㏄ 이하는 즉시, 3000㏄ 이상은 3년 동안 단계별로 없애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8% 관세를 바로 철폐한다. 그런데도 미국은 관세 폐지 기간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판매 확대와 연계해 더 연장해달라고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진행된 재협상에서는 기존 협정문을 전면 수정하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하원 세입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서 협정문 수정을 공식화했고,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수입이 급격히 증가해 자국 산업에 피해가 생길 경우 다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강한 보호장치를 두는 섬유 특별 세이프가드 수준으로 전해졌다. 섬유의 경우 협정 발효 뒤 20년까지 세이프가드가 적용된다. 두 나라가 함께 적용되더라도 자동차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 45만대 수출됐지만,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량은 고작 6000대였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비 및 온실가스 등 환경규제와 자동차 안전기준 면제는 이미 지난 1차 재협상에서 양보했다.
우리 정부는 농산물 분야에서 세이프가드의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 등 일부 이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쇠고기 등 20개 품목에서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늘어나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한국의 이득 가운데 자동차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농축산업이나 금융, 서비스 분야 등은 두루 손해지만, 자동차 분야는 큰 이익이라고 주장해왔다. 산업연구원이 작성한 '한-미 에프티에이 시대에 대응한 주력산업의 구조 고도화 방안'이란 보고서를 보면, 협정 발효에 따라 제조업의 대미 수출이 13억8700달러 무역수지가 7억9600만달러 증가하는 요인이 생기고 이 가운데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수출의 60.2%(8억3600만달러), 무역수지의 95.98%(7억6400만달러)이다.
쇠고기 분야도 꺼지지 않은 불씨이다. 김 본부장은 "쇠고기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현재까지는"이나 "한-미 에프티에이와 연계해"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다닌다. 현재 미국 쇠고기 수입조건은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인 완전개방 수준이다. 다만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국민적 저항 덕분에 한국인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제한에 미국이 한시적으로 합의했을 뿐이다. 한국민의 신뢰가 회복되면, 언제라도 미국산 쇠고기는 월령에 상관없이 수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시기가 이번이 아니라고 재협상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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