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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 무제한 연장’ 통비법, 헌재서 제동 걸렸다

AziMong 2010. 12. 28. 21:53

‘감청 무제한 연장’ 통비법, 헌재서 제동 걸렸다
“통신비밀 과도 침해” 헌법 불합치 결정 
법적 공백 우려해 내년까지 적용 허용
시민단체 환영속 1년간 법연장엔 비판
한겨레 노현웅 기자기자블로그
» 범죄정보 수집을 위한 감청의 기간과 기간 연장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8일 오후 ‘범민련 탄압 대응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 회원과 변호인단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통비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의 ‘감청 중독증’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28일 범죄정보 수집을 위한 통신제한조치(감청)의 기간이 2개월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규정하고도 연장 횟수 등을 제한하지 않은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7항이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이라며,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2(단순위헌)대 3(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 각국의 감청제도

헌재는 “감청 기간은 헌법상 무죄추정 및 통신의 비밀보호 원칙에 비추어 최소한에 그쳐야 하지만, 이 법조항은 감청 기간의 총 기간이나 연장 횟수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범죄 수사의 목적상 감청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감청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통신의 비밀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감청 중인 피의자나 피내사자는 자신이 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감청의 범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헌재는 거의 제한없이 청구되고, 관행적으로 발부·연장되는 감청 실태에도 일침을 놓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감청은 압수·수색 사실을 고지받고 시행되는 압수수색 영장보다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만, 감청 허가의 기각률은 압수수색 영장보다 현저하게 낮으며, 감청 기간의 연장이 거부되는 경우는 실무적으로 매우 드물다”며 “감청을 하지 않고 수사하는 것이 수사의 원칙인 이상, 감청 기간의 연장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불감청 수사 역시도 수사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을 헌재가 분명히 한 것이라고 헌재는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조항에 단순 위헌을 선고할 경우 수사 목적상 꼭 필요한 감청 기간의 연장이 곧바로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우려해 2011년 12월31일까지 이 법을 잠정 적용하도록 했다.

앞서 국정원은 2004년 법원에서 발부받은 감청 허가서를 14차례 연장해, 무려 30개월 동안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이경원 사무처장을 감청해 왔다.(<한겨레> 2009년 11월3일치 12면) 국정원은 또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법원에서 감청 허가서를 18차례나 발부받아 이 단체 회원들의 전자우편과 팩스, 유·무선 전화 사용 명세 등을 낱낱이 들여다봤다. 검찰은 2009년, 그동안 6년에 걸쳐 감청한 자료를 증거물로 이 단체 이규재(72) 의장 등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윤경)는 “수사 기관이 필요할 경우 감청 허가를 재청구하면 되는데도 제한없이 감청 기간을 연장하고 있어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시민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두고 무제한 감청을 막을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에서 “헌재가 통신비밀보호법의 위헌성을 확인한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법적 공백을 이유로 1년 동안이나 무차별적인 감청을 허용한 점은 기본권 보호에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진보네트워크는 “국정원은 정부 공식 통계에서만 전체 감청의 98%에 이르는 최다 감청 기관인데, 오늘 헌재의 결정으로 무제한 감청을 제한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