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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 ‘관대’한 법원? “횡령한 돈 갚았다” ‘집유’

AziMong 2007. 8. 28. 07:17

재벌에 ‘관대’한 법원? “횡령한 돈 갚았다” ‘집유’


[한겨레] 지배권 유지 악용돼도 ‘개인용도로 안써’ 판단

총수 편법후계구도,검은돈 제공 심판 ‘외면’


법원이 횡령이나 배임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나 경영자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이유로, 주로 빼돌린 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거나 나중에 갚았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와 경제개혁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해 2000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또는 배임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인 239명의 양형사유를 분석해 보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106명 가운데 65명(61.3%)이 ‘개인적 이득 없음’을 이유로 실형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과 없음’(56명·52.8%)과 ‘피해액 변제’(55명·51.9%)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법원이 재벌 총수의 지분 유지나 부실 계열사 지원, 정치자금 및 뇌물 제공 등을 위한 비자금 조성을 개인적 이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횡령 또는 배임 액수가 총수 일가가 기업범죄를 통해 얻은 지분을 보유하면서 누리는 ‘개인적 이득’의 전부라고 볼 수 없다”며 “기업 지배권을 유지함으로써 발생하는 유·무형의 개인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재산상의 이익을 본인이나 제3자가 취득하는 것이 배임죄”라며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으로 얻은 이득이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말했다.

재벌 총수 일가의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9명 가운데 28명이 “빼돌린 돈을 갚았다”는 이유로 실형을 피했다. 이에 대해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피해액 변제가 집행유예로 이어지면 총수 일가나 전문 경영진들에게, 범죄를 저질러도 재력을 이용해 실형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경영인들의 경우 70.1%(54명)가 ‘총수 지시에 따랐을 뿐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서도 “범죄를 주도하거나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고위직을 유지하는 개인적 이득을 얻고 있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범죄인들의 ‘변제 피해액’이 범죄로 얻은 실제 ‘이득액’보다 훨씬 적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범죄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은 이익뿐 아니라 경영권 유지나 확장·승계 등 간접적 이익까지 박탈해야 피해액을 변제했다고 봐야 하는데, 법원이 이에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근 서울중앙지법 형사담당 공보판사는 “과거에는 경제여건을 고려해 판결한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과도하게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내부적으로도 반성이 이뤄지고 있으며, 양형에 대한 토론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