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50년 만의 친구 본문
50년 만의 친구
글 아지몽
가끔씩 아버님을 만나면 요즘에 지내고 있는 얘기를 꺼내신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삶에 대한 생각, 보고 들은 이야기.....
나이가 드시면서 아마도 아들도 친구처럼 얘기하고 싶은 대상이
된 건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언제부턴가 아버님은 자식과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두 할머니가 나눈 대화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한 할머니가 옆에 있는 할머니에게 말을 건냈단다.
"할머니 교회나가세요?"
"아뇨."
"교회 나가셔야 천국가요. 좋은 곳으로 가셔야죠."
그러자 옆에 있던 할머니가
"꼭, 교회에 가야만 천국을 가나요?"
"그럼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교회만 다녀야 천국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곳보다 더 좋은데 다닌답니다."
"더 좋은데가 어딘데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할머니가 무슨 종교인지는 모르는데
말씀하시기를
"우리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꼭 교회에 나와야만
천국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교회 다니는 사람도 좋고,
불교 다니는 사람도 좋고, 어떤 사람이든지 다 받아들여요.
다 함께 좋은 곳 가야지요."
그러자 처음 말을 걸었던 할머니가 말에서 밀렸는지
자식 얘기를 하더란다.
교회 다니니 자식에게 뭐가 좋고 어떻고 하는.....
그러자 또 옆에 계신 할머니가
자식 이야기를 하시는데, 자식 농사를 잘 지었는지
자식이 다 지위가 어느 정도 있는데 그래도 자식들에게는
어느 것에 치우쳐서 사람차별하지 말고 골구루 많은 사람들을
잘 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씀하셨단다.
그러고서 아버님이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속으로 많이 웃으셨는데
"이 할머니가 한 수 위로구나.
이 할머니한테 말 한번 잘못하면 못 당하겠는데....."
하셨단다.
그 얘기를 들으니 요즘 종교편향 문제로 시끄러운 정부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랏님이 편향된 사고를 하고 있으니 온 국민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가.
헌법에도 엄연히 종교차별을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나랏임이 예전에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양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를 보호해야 할 치안을 맡는 공직자가
경찰볶음화 운동에 앞장서는 포스터를 길거리 붙이며 종교편향에 앞장서고 있으니
오죽하면 산속에서 염불을 외고 계셔야 할 스님들까지 나라 걱정일까 싶다.
관용과 배려는 우리의 전통의 미덕이다.
내 것이 아니라고 해서 비난하고 그 비난이 국민의 마음에 상처가 된다.
아버님은 여기 저기 구경하시며 돌아다니시는 걸 좋아하신다.
며칠 전에는 노인복지관에 가셨다가 50년 만의 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복지관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는 친구가 불러서 내려 갔는데
그 옆에 많이 얼굴이 익은 사람이 있더란다.
50년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이 남아있다니......
처음 택시사업을 할때 알게 됬던 친구라고 했다.
얼마나 반가운지 부둥껴안고 좋아했단다.
그런데 어버님은 자기보다 훨씬 삭아버린 친구를 보고 마음이 아팠단다.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니 그 동안 지난 얘기를 하는데 눈시울이 젖더란다.
젊었을때 부터 그 친구가 잉꼬부부였는데, 마누라가 7년 전부터
중풍을 알았단다. 정도가 심해서 일일히 밥을 떠 먹여주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돌보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7년간이나 했단다.
"내가 시내 여기 저기 안가본 골목이 없어....다 휜하지.
마누라가 말을 못해. 말을 하려면 입이 옆으로 삐울어져
마누라 우리 어디 갈까 하면 머리를 끄떡거려....
그러면 유모차에 마누라를 태우고 어느 골목이든 가보는거지.
그래서 여기 시내에는 안가본 골목이 없어."
"자네 고생 많이 했구먼....."
"어떨땐 밥을 떠먹이는데, 먹지를 않고 심통을 부려.....
그래도 먹어야 한다고 계속 더먹여줘도 먹지 않을때가 있어.있어."
한번은 하도 화가 나서 차라리 이럴바엔 죽어버리라고
마누라를 두드려 패기도 했다며서 눈물을 흘리시더란다.
그런데 그러한 마누라를 돌보기 위해서 지금까지
어디 한번 제대로 돌아자녀 보지를 못햇다고
가장 큰 소원이 세상 구경 좀 하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 요즘은 딸이 낮에는 돌봐주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는 본인이 돌보시는데 밤에도 몇번씩 깨서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잔단다.
"내가 그 친구 때문에 요즘 구경 많이해.
경복궁으로 덕수궁으로....그리고 동대문시장으로...
그래도 좋은게 말이지 노인들은 차비를 내지 않고
내가 유공자증이 있어서 열람권을 이용하는데는
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좋아."
그래서 점심값만 있으면 구경할 수 있으니
세상이 참 좋더라 하고 말씀하신다.
"요즘에 그 친구를 때문에 세상 구경 많이하고 있어....하하."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그래도 친구를 위해 같이 동행해 주는
아버지에 넉넉한 마음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적셔온다.
용돈을 넉넉히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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