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최악 세계 금융위기 감도 못잡는 한국 정부 본문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올 3월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합병되고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종합지원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1주일만인 9월 15일 158년의 역사를 가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는 500억 달러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은행그룹에 팔렸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도 위험해 보인다. 와코비어은행과 미국 최대 주택대출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도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 금융감독당국은 지역 중소은행 파산사태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경제가 백 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금융위기에 직면해있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공황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버낸키 FRB의장은 긴급보도자료를 통해 유동성 공급확대를 포함하여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버낸키 의장은 미 재무성 및 증권거래위원회(SEC) 그리고 민간금융기관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잠재적인 문제금융기관을 파악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FRB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강구한 조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과 각국 정부 및 금융감독당국, 중앙은행과 긴밀한 접촉을 계속하면서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한다. 둘째, FRB가 증권사에게 단기유동성(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 대출을 해줄 때에 요구하는 담보자산의 범위를 신용위험이 다소 높은 환매조건부 자산까지로 확대한다. 셋째, FRB가 은행에 대해 단기유동성(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 대출을 해줄 때에 요구하는 담보자산 범위를 미국채 및 공채, AAA 채권에서 모든 투자적격 채권까지로 확대한다. 넷째, 은행에 대한 단기유동성 공급을 2주에 한번씩에서 매주마다 한번씩으로 늘리며, 유동성 공급 규모도 1,75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확대한다. 다섯째, 예금기관이 계열금융기관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해줄 때에 요구하는 담보자산을 시장에서 통용되는 환매조건부 자산까지로 확대한다.
그 외에도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등 민간 은행 및 증권사 등 10개로 구성된 금융기관은 각자 70억 달러씩 조성하여 총 700억 달러의 긴급대출기금을 조성하여 문제금융기관에 지원해주기로 했다. 시티그룹은 의외다. 사실 시티그룹은 은행 가운데 주택모기지 대출을 가장 많이 해온 곳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티그룹은 작년 말부터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자구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최대 증권사들과 보험사 그리고 지역금융기관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시티그룹이 과연 온전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콕스(Christopher Cox)원장은 9월 14일 주요국의 금융감독기관과 연계하여 리만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고객자산 보호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콕스 위원장은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에 따른 혼란과 고객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만브라더스에 SEC 인력이 파견되어 상주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산을 신청한 리만브라더스도 고객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산운용 및 투자은행업무의 일부에 대한 매각교섭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15일 뉴욕증시의 다우 선물지수는 3% 가량 폭락세를 보였으며 9월 16일 다우지수는 504포인트나 떨어져 2001년 9.11테러 이후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9월 15일의 유럽증시도 3-4%에 달하는 폭락세를 보였다. 더욱이 9월 15일 휴장이었던 일본, 한국, 중국 증시도 9월 16일 개장과 동시에 미국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동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이미 2,070포인트 대까지 떨어져 있는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2,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로 본 연구소가 오래 전부터 예견해온 바와 같이 미국 다우지수는 10,000포인트 전후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채로 도피하고 있으며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등에 대해 다시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가도 배럴당 95달러로 폭락했다. 미국 재무성과 FRB 그리고 증권거래위원회 등 미국 금융당국이 총동원되어 각국 금융당국 및 민간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투자증권에 대한 투매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공황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각국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투매를 자제할 지는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루이스(Kenneth D. Lewis) CEO는 예금과 신용카드 등 소매영업에 강점을 지닌 BOA와 유가증권 인수 및 부유층 자산관리에 강점을 지닌 메릴린치가 결합하게 되면 시너지효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병조건은 메릴린치 1주에 대해 BOA 주식 0.8595주를 할당하게 되며 메릴린치 장부가의 1.8배에 해당하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2009년 1분기까지 양사 합병을 완료할 것이라고 한다. 또 메릴린치의 이사 3명과 부유층 자산관리부문 16,000명 이상이 BOA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1.4조 달러 규모의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락(BlackRock)의 지분 50%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BOA는 5,89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약 2.4조 달러에 달하는 고객자산을 운용하게 된다.
이미 본 시평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메릴린치는 올해 2분기에 -46.3억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전체로는 -66억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사실상 거래가 거의 없어 가격산정이 불가능한 레벨3 자산은 아래의 <도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6월말 현재 581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 레벨3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모기지대출 관련 증권화 상품 및 파생상품이다. 이중 투자손실은 대부분 거래자산과 투자증권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투자손실률이 이미 15%를 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메릴린치의 파생상품 자산(계약금액 기준)은 7,258억 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이중 헤지거래로 상쇄되는 금액이 6,393억 달러에 달하며 순포지션은 865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도표1> 메릴린치와 리만브라더스의 자산 내역
(주) 각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한 거래는 활발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가격추정이 가능한 레벨2 자산은 9,21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파생상품 거래를 제외한 레벨2 자산은 대략 3,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거래가 활발하여 가격평가가 확실한 레 벨1 자산은 995억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레벨2 자산 가운데 레벨3 자산으로 재분류 되는 금액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규모를 가늠하기조차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올 연말까지 메릴린치의 순손실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리만브라더스는 파산 직전에 한국산업은행과 인수협상을 벌이는가 하면, 미 재무성과 FRB의 긴급회의와 중재하에 뱅크오브아메리카, 영국 바클레이즈 등과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주에 증자와 인수 협상이 모두 실패로 끝나자 신용평가회사들은 리만브라더스의 신용등급을 대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리만브라더스의 주가는 45%나 폭락하는 투매 양상을 보였다.
리만브라더스는 올해 3~5월기에 -27억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자산 내역을 살펴보면, 올 5월말 현재 거래가 거의 없어 가격측정이 불가능한 레벨3 자산은 413억 달러에 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메릴린치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벨3 자산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모기지관련 증권상품이 206억 달러, 주식 102억 달러, 회사채 56억 달러, 파생상품 50억 달러로 나타나고 있다. 또 거래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가격추정이 가능한 레벨2 자산은 1,618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그 중 모기지관련 증권상품이 515억 달러에 달해 가장 많으며 이중 상당부분이 잠재적 부실자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본 시평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을 예고해왔다.
중재가 성공한 메릴린치와는 달리 인수협상 중재에 실패한 리만브라더스에 대해서는 미 재무성과 FRB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구제를 꺼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안일한 구제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가 높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난 3월의 베어스턴스 구제 때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FRB는 JP모건체이스에 대해 베어스턴스 자산손실에 대해 290억 달러까지 손실보전을 약속했었다. 미국 금융당국이 리만브라더스의 구제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리만브라더스의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설령 파산되더라도 시장이 그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AIG의 주가는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자본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AIG의 주가는 연초에 200억 달러의 증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80% 가량이나 떨어졌으며 지난 주 1주일 동안에만 무려 30% 이상 폭락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회사인 S&P사는 9월 12일 주가가 폭락한 AIG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A-에서 1-3단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S&P사는 AIG가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 재무건전성 면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AIG는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500억 달러에 달하는 90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리스사업부문 매각과 투자회사를 상대로 100억 달러 이상의 증자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S&P사의 평가와는 달리 9월 14일 AIG는 뉴욕연방은행에 400억 달러의 긴급융자(bridge loan)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협상중인 투자회사가 AIG의 자금난과 재무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함에 따라 뉴욕연방은행에 긴급 단기자금 융자를 요청했다고 한다. 일부 소식통들은 만일 AIG가 단기자금 확보를 못하고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48시간에서 72시간 내에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 미국의 대형증권사들이 연이어 파산하고 최대 보험사가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최대 은행그룹인 시티그룹이 보이지 않는다. 주택모기지 대출을 급격히 확대해온 시티그룹은 과연 안전한가? 미국 재무성과 FRB는 시티그룹을 어디 두고 뱅크오브아메리카에게 메릴린치 구제에 나서도록 중재하는가? 올 6월말 현재 시티그룹 전체 자산의 11%에 해당하는 1,546억 달러가 레벨3로 분류되어 있다. 그 중 1,140억 달러 가량이 부실 가능성이 높은 주택모기지관련 증권상품 자산들이다. 이에 비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레벨3 자산은 395억 달러에 불과하며 파생상품을 제외하면 29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국 금융시장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행장은 어이없게도 리만브라더스 인수를 시도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주에 재정부는 뉴욕 등에서 10억 달러의 외평채 발행을 시도했다. 완전히 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조차도 잡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시평을 통해 리만브라더스 인수가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재정부와 산업은행은 미국 정부마저도 손을 놓아버린 리만브라더스를 인수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수준 이하의 역량으로 무슨 금융국제화니 글로벌 금융기관 육성이니 하는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이명박정부의 정책적 무지와 무능의 증거이며 한국경제의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연유인 것이다.
'.....Live(삶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연금 리먼 등 투자 800억 투자... 휴지조각신세 (0) | 2008.09.17 |
---|---|
'리먼쇼크' 급락한 한국증시 (0) | 2008.09.17 |
조선> 불과 2주 전에 "산은, 리먼 인수하라" 권유 (0) | 2008.09.16 |
<세계적 투자은행들 왜 맥없이 무너지나> (0) | 2008.09.16 |
'리먼 폭풍'에 전세계 증시 '흔들' (0) | 2008.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