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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수시사태는 사교육매출 증진작전

AziMong 2009. 2. 3. 09:50

 

고려대 고교등급제 파문이 일고 있다. 고려대측이 내신으로 뽑는다고 공표한 2009학년도 수시 2-2 일반전형 때문이다. 1단계 서류전형에 일반고에선 내신 1~2등급을 받은 학생들도 탈락한 반면에 외고 학생들은 7~8등급까지도 합격했다고 한다.


대원외고는 212명이 지원해 190명이, 대일외고는 320명이 지원해 189명이, 경기 안양외고는 283명이 지원해 251명이 합격하는 등 외고 학생은 4천295명 지원자 중에 58.4%인 2천508명이 합격했다.


고려대 수시 2-2 1단계는 교과영역(내신) 90%와 비교과영역 10%를 반영한다고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 학교 학생들은 좋은 내신임에도 떨어지고 특목고 학생들은 낮은 내신임에도 합격함으로서 공식적인 전형 요강이 거짓임이 밝혀졌다.


<시사매거진 2580>이 소개한 일반학교 학생의 경우, 교사들이 당연히 붙을 거라고 장담까지 했는데도 떨어졌다. 그 학생은 불합격 소식을 듣고 울었다고 한다. 반면에 한 외고에선 예상보다 더 낮은 등급까지 합격돼 놀랐다고 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 고교등급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


고려대 측은 내신반영비율이 90%에 달하는 1단계 서류전형의 경우 일반학교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는 공정한 선발이 될 거라고 공언했었다.(한국 사회 주류는 이런 ‘공정함’을 일컬어 ‘특목고 학생에게 불리함’이라고 표현함)


그러나 결과는 특목고의 극단적 우세다. 고교등급제도 문제지만 거짓말도 문제다. 고려대 측의 말만 믿고 많은 일반고 학생들이 고려대에 지원했을 것 아닌가? 고려대가 그 학생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셈이다.


                  (표 : 한겨레신문)

- 특목고 입시학원 매출 올려주기 -


대원외고의 경우 합격자 비율이 거의 90%에 달한다. 특목고가 일류대로 가는 ‘특별 코스’임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외고생 지원자 10명 중 6명이 1단계에 붙었다. 이런 학교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이른바 한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이며, 현 정부 들어 제 1 사립대로서의 위상을 확립한 고려대가 국민들에게 특목고 우대 선언을 한 것이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 공부하는 것은 별도고, 이젠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에서도 피 튀기는 조기 대학입시전을 치러야 한다. 일류대로 통하는 관문인 특목고를 들어가기 위해.


이런 경향은 그동안 계속 심화되어 왔고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번에 고려대 수시가 큰 파문을 일으킴으로서 더욱 많은 국민들이 특목고 입시에 빠져들게 됐다. 장차 명문대를 지망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TV에까지 터져나오는 고교등급제 뉴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당장 학원행이다. 고려대가 특목고 입시학원에 불황을 이길 수 있는 선물을 준 셈이다.


국가는 몇 년 전부터 내신을 강화한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특목고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를 선택한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나? 나라가 투기하지 말라고 할 때 무시하고 투기한 사람이 결국 이득을 보고, 나라가 내신강화한다고 했을 때 무시하고 특목고 간 사람이 결국 이득을 보는 세상이 됐다. 국가정책의 신뢰가 붕괴되고 있다.


- 이러고도 입시자유화? -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단지 고교등급제만이 아니다. 같은 일반학교 안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떨어졌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엔 성적이 객관적이고 명백한 기준이었다. 성적선발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모호한’ 선발은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선발기준이 모호해질수록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해진다. 그 불안 속에서 기댈 데라고는 결국 사교육과 특목고/자사고 간판일 수밖에 없게 된다.


즉 모호한 입시는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고 학생의 입시고통을 가중시킨다. 그런데 ‘입시자유화/대학자율화‘는 현 정부 대입정책의 근간이다. 각 대학들의 자유로운 선발은 당연히 이 모호함을 심화한다.


고려대 수시 파문은 시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완벽한 대학자율/자유입시가 시행되면 일류대 입시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는 시대가 도래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빠져들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국 부잣집 자식들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왜냐하면 모호한 상황 속에서의 경쟁력은 정보력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부유한 전업주부 가정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수시 파문 정도가 아니다. 입시자유화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것이다. 입시철마다 대학 앞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것이 일상인 나라가 된다.


이번 사태로 대학에게 입시자율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시금 확인됐다. 여론의 화살이 고려대를 향하고 있다. 잘못 됐다. 고려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행동할 것이 뻔한 대학에게 자율권을 주고 있는 정부의 문제다. 정부가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