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난장판’ 한국 졸업식, 외국도 밀가루 뿌릴까? 본문

.....時事(시사)

‘난장판’ 한국 졸업식, 외국도 밀가루 뿌릴까?

AziMong 2009. 2. 7. 09:39
‘난장판’ 한국 졸업식, 외국도 밀가루 뿌릴까?
국가 별 졸업식 문화 엿보기


본격적 졸업 시즌이 찾아왔다. 몇몇 학교의 졸업식이 이미 이달초 열린 것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중ㆍ고교의 졸업식이 이달 중 열릴 예정이다.

이달 들어 열린 몇몇 중ㆍ고교의 졸업식 관련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중ㆍ고교의 졸업식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밀가루, 계란을 던지는 일은 예사이고 소화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학생들까지 나타났다.

▲밀가루 투척, 교복 찢기 등으로 난장판이 된 졸업식©미디어다음

우리나라의 졸업식에서 밀가루를 뿌리게 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식민지 시대, 일본에서 유래한 교복에 대해 저항하고 해방감을 표시하는 뜻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또한 먹을 것이 없어 밀가루를 주식으로 먹던 시기에 궁핍했던 시절을 잊지 말고 잘 살라는 의미에서 뿌리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한 때는 좋은 의미에서 시작된 전통이 이제는 이유도 구실도 없이 그저 즐기기 위해 하는 ‘놀이’로 전락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과격해지는 한국의 졸업식 문화, 다른 나라의 졸업 모습과 어떻게 다를까 살펴봤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교복 단추’ 받는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사토시 마유미(31, 일본) 씨에 따르면 일본 중ㆍ고교의 경우 교복을 입는 경우도 많지만 졸업식 날에는 정장을 하도록 하는 학교도 많다고 한다. 비싼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을 위해 졸업 시즌에 정장을 대여해주는 곳들도 있다.

꽃다발을 주고받는 대신 가슴에 작은 꽃 모양의 코사지를 만들어 다는 것도 전통이다.

▲졸업식 날 가슴에 꽃 모양의 코사지를 단 일본 학생들©다음

특이하게,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존경하는 선배에게 졸업 할 때 교복 단추를 받아가는 관례가 있다. 소극적인 여학생들도 이날만큼은 용기를 내 단추를 달라고 청한다는 것이다.

마유미 씨에 따르면 특히 심장과 가까운 곳의 단추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믿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두 번째 단추를 받았다면 큰 화제가 된다. 인기 있는 친구들은 단추를 다 뜯긴 교복을 입게 된다고 한다.

드레스 입고 거리 행진하는 러시아

러시아의 경우 중ㆍ고교 졸업식은 매년 5월쯤 열린다. 학교에 따라 정해진 복장을 입는 곳도 있지만, 드레스나 가벼운 정장을 입는 곳이 많다. 어깨에 색 띠를 두르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정보 포탈 코카페에 따르면 졸업식이 끝난 후에 졸업생들은 버스를 타고 도시를 한 바퀴 돌거나 거리를 행진하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러시아 고등학교 졸업식 장면. 드레스를 입고 행진을 하는가 하면 수영복을 미리 입고 와 물 놀이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trinixi.ru

특히 분수대나 강가에 뛰어들거나 친구들에 의해 던져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몇몇 학생들은 아예 미리 수영복을 받쳐 입고 온다.

이런 행위들이 난장판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저녁이 되면 집에 귀가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 졸업식은 성대하게 ‘졸업 파티’는 화끈하게

미국 중ㆍ고생의 졸업은 졸업식, 졸업파티, 졸업여행 등과 함께 성대하게 치러진다.

미 워싱턴 DC에 거주했던 전승수 씨의 글에 따르면 보통 졸업식은 인근 강당을 빌려 학교 밴드의 공연ㆍ인근 저명인사의 축사 등과 함께 성대하게 열린다.

특히 두세 시간씩 걸리더라도 수백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교장이 전교생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하는 관례가 인상적이다.

전 씨는 미 거주 13개의 졸업식을 참석했는데 한 학교에서 한국인이 밀가루를 뿌리고 있는 장면을 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가 부끄러운 마음에 밀가루를 뿌리는 학생을 말리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학생들의 관심은 졸업식보다는 프롬(prom)이라고 불리는 졸업 파티에 더 쏠려 있다. 이 파티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장면들을 통해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바 있다.

▲미국의 졸업파티 '프롬'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 prom night의 한 장면©다음 이미지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탐 스트라우드(27, 미국)씨에 따르면 ‘프롬’에서는 남자는 턱시도를 입고 여자는 드레스를 입고 맘에 드는 파트너와 함께 참석한다.

특히 남자들은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여성이 승낙하면 파티 당일 리무진을 렌트해 여성의 집 앞까지 픽업을 하러 간다.

파티에서는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해의 ‘킹카’와 ‘퀸카’를 한 명씩 뽑는다. 탐 씨에 따르면 ‘프롬’은 졸업생들이 많게는 수천 불을 들여가면서까지 그만큼 기대하고 준비하는 파티라고 한다.

특별하진 않지만, 진지한 분위기의 중국

중국 청도에 거주하는 쏭 바오치(18, 중국) 씨에 따르면 중국 학생들은 졸업식 자체에 그렇게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중ㆍ고교 모두 상위학교 진학시험을 통과해야만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졸업장을 받지 못하면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하고, 졸업식 날에는 카드 형태의 조그만 졸업장을 받게 된다.

특히 중학생들의 경우 졸업식 날을 ‘시험을 통과해 졸업장을 받는 날’ 정도로 인식한다고 그는 전했다. 그래서 자녀의 졸업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는 부모도 상당수라고 한다.

하지만 식 만큼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편이다. 식이 끝나면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악수를 하며 작별인사를 나누고 친구들끼리는 ‘쭈 흐어 니’ (축하해) 혹은 ‘꽁씨 니 삐예 러’ (졸업 축하해) 라고 말하며 서로를 축하한다고 한다고 바오치 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