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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덕성과 '고문(拷問)의 그림자'
노컷뉴스 | 입력 2009.04.19 11:15 | 수정 2009.04.19 11:18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대전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워터보딩(waterboarding), 벌레 든 상자에 밀어넣기, 수면박탈, 추운 독방에 감금, 옷을 벗긴 채 장시간 세워두기, 뺨 때리기, 용의자 가족 상대 위협...
美 법무부가 16일(현지시간) 9.11 테러용의자들을 상대로 가해졌던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기법'을 담은 4건의 메모를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메모 공개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이 제기한 소송에 따라 법원이 부시 행정부 시절의 신문(訊問) 방법을 정당화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결정함으로써 이뤄졌다.
이들 메모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美 법무부는 CIA의 '가혹한 신문'을 정당화하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고, 구체적인 고문기법의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고문과정에 심리학자와 의사들까지도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한 메모에는 CIA 요원들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얻도록 다양한 신문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법무부 최고 관리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적시했다.
또 다른 메모에는 얼굴 위에 젖은 천을 덮고 계속 물을 붓는 '워터보딩'은 테러용의자들에게 가장 큰 공포와 고통을 주는 신문 방법이라고 묘사했다. 한발 더 나아가 당시 美 법무부는 메모에서 이같은 신문 방법은 국제법에 비춰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CIA의 고문을 법적으로 승인한 법무부 관리는 법률자문국(OLC)차관보를 지낸 제이 바이비(Jay Bybee)와 스티븐 브래드버리(Steven Bradbury),그리고 한국계인 존 유(John Yoo) 부차관보등이었다.
CIA의 고문 기법은 이미 지난해 말 마이클 헤이든 前 CIA국장이 '워터보딩' 사실을 시인하면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워터보딩은 '선택적 신문기법'일 뿐 '고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부시 前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은 고문을 하지 않는 국가"라고 강조한 바 있고, 딕 체니 前 부통령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은 악마와 같은 존재"라면서 "가혹한 신문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테러와의 싸움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헤이든 前 CIA국장도 9·11테러 이후 첫번째 용의자로 지목된 아부 주바이다(Abu Zubaydah)에 대한 '가혹한 신문'은 9·11테러의 주동자인 카리드 세이크 모하마드(Khalid Sheikh Mohammed)를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정당화했다.
반면 2002년 6월 당시 테러용의자들을 신문했던 CIA 조사팀의 책임자 존 키리에쿠(John Kiriakou)는 지난해 말 언론인터뷰에서 "워터보딩은 정보를 얻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옳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이같은 논란속에 실제 고문의 실상이 담긴 메모가 공개되자 미국인들은 상당한 충격에 빠졌다. 특히 고문을 사실상 승인한 부시 前 대통령의 추악함과 반(反)인권적 결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각 민주당과 인권단체들은 고문에 관여한 인사들의 처벌과 고문 관련 기록의 추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패트릭 레이 상원 법사위원장은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진실 규명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존 코니어스 하원 법사위원장은 가혹한 신문을 승인한 부시 행정부 관리들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고문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문기법을 사용한 CIA 요원들에 대해 법적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메모는 어둡고 고통스런 우리 역사의 한 장(章)"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반성의 시간이지 과거를 징벌할 때가 아니다"고강조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합법적으로 간주된) 법무부의 법적 권고에 따라 의무를 수행한 사람들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CIA 요원들을 기소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뤄진 부시 행정부의 '가혹한 신문'과 독재국가에서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고문'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법적인 처벌 여부를 떠나 부시 행정부가 만들어 낸 '고문의 그림자'는 법치국가인 미국의 자부심과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다.
nowhere@cbs.co.kr
워터보딩(waterboarding), 벌레 든 상자에 밀어넣기, 수면박탈, 추운 독방에 감금, 옷을 벗긴 채 장시간 세워두기, 뺨 때리기, 용의자 가족 상대 위협...
美 법무부가 16일(현지시간) 9.11 테러용의자들을 상대로 가해졌던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기법'을 담은 4건의 메모를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메모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美 법무부는 CIA의 '가혹한 신문'을 정당화하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고, 구체적인 고문기법의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고문과정에 심리학자와 의사들까지도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한 메모에는 CIA 요원들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얻도록 다양한 신문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법무부 최고 관리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적시했다.
또 다른 메모에는 얼굴 위에 젖은 천을 덮고 계속 물을 붓는 '워터보딩'은 테러용의자들에게 가장 큰 공포와 고통을 주는 신문 방법이라고 묘사했다. 한발 더 나아가 당시 美 법무부는 메모에서 이같은 신문 방법은 국제법에 비춰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CIA의 고문을 법적으로 승인한 법무부 관리는 법률자문국(OLC)차관보를 지낸 제이 바이비(Jay Bybee)와 스티븐 브래드버리(Steven Bradbury),그리고 한국계인 존 유(John Yoo) 부차관보등이었다.
CIA의 고문 기법은 이미 지난해 말 마이클 헤이든 前 CIA국장이 '워터보딩' 사실을 시인하면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워터보딩은 '선택적 신문기법'일 뿐 '고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부시 前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은 고문을 하지 않는 국가"라고 강조한 바 있고, 딕 체니 前 부통령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은 악마와 같은 존재"라면서 "가혹한 신문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테러와의 싸움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헤이든 前 CIA국장도 9·11테러 이후 첫번째 용의자로 지목된 아부 주바이다(Abu Zubaydah)에 대한 '가혹한 신문'은 9·11테러의 주동자인 카리드 세이크 모하마드(Khalid Sheikh Mohammed)를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정당화했다.
반면 2002년 6월 당시 테러용의자들을 신문했던 CIA 조사팀의 책임자 존 키리에쿠(John Kiriakou)는 지난해 말 언론인터뷰에서 "워터보딩은 정보를 얻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옳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이같은 논란속에 실제 고문의 실상이 담긴 메모가 공개되자 미국인들은 상당한 충격에 빠졌다. 특히 고문을 사실상 승인한 부시 前 대통령의 추악함과 반(反)인권적 결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각 민주당과 인권단체들은 고문에 관여한 인사들의 처벌과 고문 관련 기록의 추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패트릭 레이 상원 법사위원장은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진실 규명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존 코니어스 하원 법사위원장은 가혹한 신문을 승인한 부시 행정부 관리들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고문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문기법을 사용한 CIA 요원들에 대해 법적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메모는 어둡고 고통스런 우리 역사의 한 장(章)"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반성의 시간이지 과거를 징벌할 때가 아니다"고강조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합법적으로 간주된) 법무부의 법적 권고에 따라 의무를 수행한 사람들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CIA 요원들을 기소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뤄진 부시 행정부의 '가혹한 신문'과 독재국가에서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고문'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법적인 처벌 여부를 떠나 부시 행정부가 만들어 낸 '고문의 그림자'는 법치국가인 미국의 자부심과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다.
nowhe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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