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장모집 방화살해' 혐의 어떻게 밝혔나

강호순 '장모집 방화살해' 혐의 어떻게 밝혔나

노컷뉴스 | 입력 2009.04.22 13:42

 

[안산=CBS노컷뉴스 박슬기 기자]

법원이 10명의 부녀자를 연쇄 살해한 피의자 강호순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이태수 부장판사)는 강호순에게 살인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방화치사와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한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법원은 강호순이 끝내 혐의 사실을 부인했던 아내와 장모에 대한 방화치사와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그동안 직접 증거가 없이 의혹만 난무하던 상황이라 법원의 이같은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들, 화재감식 전문가들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가 고인화성 액체를 사용한 방화로 인정된다"며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 외에는 달리 방화를 할 사람이 없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강호순이 화재 현장에서 상당기간 머물다 탈출했음에도 전혀 화상을 입지 않은 점이나 방범창의 고정못이 미리 풀려있어 비교적 쉽게 탈출할 수 있었던 점에서 강호순은 화재 발생을 미리 알고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화재 직전 강호순의 처가 보험에 가입한 경위나 5일전 혼인신고를 한 점, 화재 이후 강호순이 보인 거동, 이전의 보험사기 전력 및 이 사건 화재와 유사한 범행 존재 등을 종합해 보면 강호순이 처에 대한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화재를 야기, 처와 장모를 살해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즉, 아내와 장모에 대한 방화치사와 존속살해 혐의에 대한 직접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적 근거들을 토대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는 지난 8일 재판부가 "고민해야 할 일이 많아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화 혐의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음을 내보인 이후 2주일 여만에 나온 판결이라 주목된다.

그동안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장모와 전처 방화치사 혐의에 대해 7차례에 걸친 공판 과정에서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 공방을 벌여왔다.

검찰은 강호순이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다는 점과 화재현장 훼손, 화재 이후 강호순이 화상을 입지 않은 점과 이웃주민들에게 안에 사람이 있음을 알리지 않은 점, 유류가 담겨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통이 없어진 점 등을 들며 '유죄'를 주장했다.

반면 강호순 변호인 측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화재 이후 강호순이 화재현장을 훼손하지 않았고, 피해자들과 사이가 좋았던 강호순이 그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다는 점을 들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호순 변호인 측에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살해 법안근거가 어디까지인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던 중국동포 K(당시 37) 씨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강호순의 자백과 보강증거에 의하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호순을 신뢰해 동행했던 그들을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오로지 자신의 재물욕이나 성적 욕구, 내지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 사전 계산 아래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이 극도의 공포와 분노 속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며 사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