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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구멍난 재정

AziMong 2009. 9. 23. 07:38
[한겨레] 부자감세 구멍난 재정


서민증세로 땜질하고




역대 최악 최저생계비

기초수급자 지원 줄고



등록금 후불제 한다며

저소득층 장학금 없애


'MB식 중도·실용'의 그늘

지난 6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고 나선 뒤 정부가 발표하는 주요 정책 앞에는 '친서민, 중도·실용'이란 수식어가 어김없이 붙고 있다. 그러나 그 뒤 지금까지 시행된 정책들을 돌아보면 친서민은 '포장'일 뿐 기존 정책의 큰 줄기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친서민을 표방한 직후 정부는 '100만 해고대란설'을 퍼뜨리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을 밀어붙이려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제도마저 없애려 한 것이다. 법 개정 시도는 노동계의 반발로 좌절됐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주는 1인당 3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하는 등 비정규직에 불리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정말로 중도실용을 하려면 가시적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산층과 서민이 새 정부 들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실질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교육비와 주거비같이 생활에 밀접한 분야의 지출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대응은 나빠지는 추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최저생계비를 내년에 2.75%만 올리기로 한 것은 '반서민'에 가깝다. 교육비 물가는 지난해 큰 폭으로 오른 뒤, 올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대책은 말만 요란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 대출 상환을 졸업 뒤 일정 기간 유예하고 취업한 뒤 갚게 하는 '등록금 안심대출 제도'는 대출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조처는 없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내년 예산에서 기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지원하던 무상장학금을 없애고, 7분위 계층까지 해주던 이자 지원을 없애기로 한 것은 오히려 후퇴"라고 강조한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집값도 꿈틀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처도 미약하다. 정부의 전세 안정 대책과 보금자리주택 20만가구 확대공급 정책이 발표된 뒤에도 전셋값 오름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세제개편안과 내년 예산안에서도 친서민 정책 기조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시행한 대규모 '부자 감세'로 세수 여건이 나빠지자,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은 일부 줄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5%의 개별소비세를 매기고,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세액공제를 없애기로 하는 등 중산층과 서민에게도 부담을 지웠다. 아울러 각 부처가 내놓은 사회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크게 줄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정부의 친서민 표방 뒤 전세금 대출 확대나 등록금 후불제 도입, 폐업 영세자영업자에게 체납세금 500만원 한도 면제 등 서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부자 감세로 인한 재정의 어려움을 서민 증세로 메우고, 내년 예산에서 복지·노동·중소기업·교육 예산을 줄인다면 '친서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