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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없는 언론, 한명숙 '여론 재판'

AziMong 2009. 12. 21. 07:38

부끄럼 없는 언론, 한명숙 '여론 재판'

미디어오늘 | 입력 2009.12.19 16:16

 


[주말 아침신문 분석] 검찰에 당하고 다시 '받아쓰기' 보도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전격 체포한 것과 관련해, 19일자 아침신문엔 언론의 '받아쓰기' 행태가 재연됐다. 실제 혐의 내용이 그동안 언론에 알려진 혐의 내용과 상당 부분 달랐지만, 언론은 다시 받아쓰기 보도에 들어갔다.

언론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7년 초 남동발전 사장 인사 청탁 명목으로 총리 공관을 방문해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당시 환율로 5천만 원 이하)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잇달아 보도했지만, 검찰이 꺼낸 것은 엉뚱한 내용이었다. 곽영욱 전 사장의 인사청탁 명목은 석탄공사 사장이었고 시점은 2007년 초가 아닌 2006년 말로 바뀌었다.

당시 첫 보도를 한 조선일보는 이날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흘린 확인되지 않는 진술을 그대로 부각시켰다. 조선은 1면 기사로 < 검찰 간 한 전 총리 '수뢰' 묵비권 > 을 싣고, 부제목으로 < 구속된 곽 전 사장 "한 전 총리에 여러차례 인사 부탁" > 을 꼽았다.





▲ 12월19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은 또 3면 기사 제목을 < 곽 전 사장 "공기업 사장, 여러번 부탁"/ 한 전 총리, 대질신문에서도 묵묵부답 > 으로 꼽았다. 이날 전국단위 아침신문 중 곽 전 사장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것은 조선이 유일했다.

조선은 "곽 전 사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사건의 요지는, 한 전 총리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1998년 행사경비를 지원하면서 서로 알게 됐고, 2005년 대한통운 사장에서 물러난 뒤 수시로 통화를 하면서 '공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했다는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또 '뇌물'·'체포' 사실이 부각되기도 했다. 조선은 3면 기사 < '뇌물 혐의'로 체포된 첫 총리 > 에서 "18일 검찰조사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는 총리 재직 시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돼 조사 받은 사상 첫 번째 총리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며 전했다.

동아일보가 1면 기사의 부제목으로 < 전직총리로는 첫 체포 > , 국민일보가 4면 기사 제목으로 < 총리 출신 첫 강제구인…불구속 기소 가능성 > 등을 꼽았지만, 조선처럼 기사 내용까지 체포 사실을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에 대한 조선의 '의도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 12월19일자 조선일보 3면.

그러나 그동안의 언론 보도가 '소설'을 쓴 것이거나, 검찰이 언론을 속이고 잘못된 내용을 흘렸다면,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상식적이 아닐까.

한겨레는 3면 기사 < 곽영욱 석탄공사 청탁?…"오락가락 진술에 혐의 꿰맞춰" > 에서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처음엔 남동발전 사장 로비라고 언론에 흘려놓고는, 곽 전 사장이 돈을 줬다는 시점이 제대로 맞지 않자 다시 그 시기에 공모를 했던 석탄공사 사장 로비로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짜맞추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일부러 언론에 잘못된 내용을 흘렸을 가능성도 높다. 한국일보는 8면 기사 < 검 연막 전술? 한명숙 혐의내용 깜짝 변화 > 에서 "혐의 사실이 알려진 것과 다른 것에 대해 검찰의 '포커 페이스'에 한 전 총리 측이 당한 모양새라는 해석도 나온다"며 "검찰이 수사방향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성동격서 식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성동격서 식' 수사를 위해 언론에 실제 혐의와 다른 내용을 흘렀다는 것이다.





▲ 12월19일자 한겨레 3면.

우려되는 점은 이 같은 언론의 '받아쓰기' 행태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핵심 물증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언론에 부각돼 논란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언론의 행태가 반복될 우려도 있다.

경향은 5면 기사 < '오락가락' 곽영욱 입이 최대 변수…한 전 총리 체포 이후 수사 > 에서 "결국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곽 전 사장의 진술의 일관성 여부 △공기업 사장 임명이 해당 부처 장관의 고유 권한인데 한 전 총리가 어떻게 영향력을 끼쳤는지 등을 주목했다.





▲ 12월19일자 서울신문 3면.

이날 검찰의 행보에 대해 서울신문은 3면 기사 < 검 '빈손 조사'… 정치 논란 키운채 법정으로 > 에서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체포하는 초강수를 둔 것과 비교하면 이번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수사는 소리만 요란했지 얻은 게 별로 없다는 평가"라며 "이렇게 빈손으로 끝낼 바에야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한 직접 조사를 고집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검찰은 정치적 논란이 아닌 법적 절차에 따르겠다면서 되레 정치적 논란만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 '한명숙 수사' 속전속결로 불필요한 논란 잠재워야 > 에서 "검찰은 이번 한씨 수사를 계기로 본연의 자세와 수사 관행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의도했든 아니든 수사 상황이 누출(漏出)되면서 정치적 수사라는 등의 논란을 자초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며 "정치권 실세와 연루된 사건들은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은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하면서 죽은 권력에만 강하다'고 눈총을 보내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