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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군홧발 폭행 소송’…재판부, 경찰에 화났다

AziMong 2009. 12. 23. 09:44

‘촛불 군홧발 폭행 소송’…재판부, 경찰에 화났다

한겨레 | 입력 2009.12.23 08:20 | 수정 2009.12.23 08:30

 

[한겨레] 관련자 징계서류 안내고 직접조사 방침에도 불응


재판 16개월째 진전없어 "1주일내 내라" 최후통첩

경찰이 '촛불 여대생 군홧발 폭행 사건' 재판이 시작된 지 1년4개월이 지나도록 관련자 징계기록을 법원에 내지 않아 재판부로부터 재판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국가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피고인인 이 재판이 경찰의 비협조로 지연되고 있다며 '최후통첩'을 하고 나섰다.

지난해 6월1일 새벽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전투경찰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내동댕이쳐진 뒤 군홧발에 여러 차례 밟히고 차인 이나래(23·서울대 국악과)씨는 53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담당 재판부는 지난해 8월20일 경찰청 감사관실에 관련자 징계 내용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동영상에 담긴 폭행 장면에 여론이 들끓자 경찰이 "폭행 가담 전경을 처벌하고,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장과 중대장을 직위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힌데다, 징계 내용이 손해배상 책임을 가리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경찰은 여러 차례 독촉명령을 받고도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재판부는 지난 8월28일 경찰청 감사관실로 직접 찾아가 '서증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징계 관련 문서의 위치를 알 수 없다"고 발뺌해 이마저 불발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이순형 판사는 22일 열린 재판에서 "고의적으로 징계 서류를 공개하지 않는 건 재판 방해로 볼 여지가 있다"며 경찰 쪽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징계 여부가 불분명하지 않은 한 경찰이 불응할 이유가 없다. 어 전 청장도 계속 출석하지 않아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피고인 국가와 어 전 청장 쪽 변호인은 "경찰청에 말했지만, 그 서류의 존재는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에 이 판사는 "제출하라고 한 서류는 개인 비밀정보가 아니다"라며 1주일 안에 기록의 존재 여부와 징계사건 번호 등을 제출하라고 다시 요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 한겨레 > 에 "경찰청에는 징계 기록 자체가 없다. 재판부가 처음부터 서울경찰청에 기록 열람을 요구했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상급 기관인 경찰청이 서울경찰청에 지시해 자료를 법원에 보내는 게 가능하고, 변호인도 여러 차례 독촉을 받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은 당시 특수기동대장과 중대장, 소대장에게 '기각계고'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의결 요구를 기각하고 계고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견책보다 낮아 사실상 징계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이씨를 폭행한 김아무개 상경에 대해서는 지난 8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