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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다운사이징 시대] "강남부자들도 대형 팔고 중소형 갈아타기 문의 본문
[부동산 다운사이징 시대] "강남부자들도 대형 팔고 중소형 갈아타기 문의 급증"
한국경제 | 입력 2010.05.31 18:33 | 수정 2010.05.31 21:11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서울
"관리비 부담…자녀출가"
집값 하락에 투자매력 떨어져…중대형 아파트 입주포기 속출
"이 동네에선 중대형 아파트가 매물로 쏟아지는데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
경기 용인시 상현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정상락 광교공인 대표는 31일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는 데다 중대형에 대한 선호도가 2,3년 전부터 급격히 약해졌다"며 "주변에 30평형도 거의 없고 주로 40~60평형대로 단지가 형성된 게 지금은 거래 시장에서 오히려 악재"라고 말했다.
주택 다운사이징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그동안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이뤄져 온 분양시장 및 거래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미니 아파트'를 선호하는 일본의 주택시장을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부자들도 중소형으로 갈아타기
몇 년 전만 해도 중대형 아파트는 시세차익이 소형보다 훨씬 커 분양시장이나 거래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수요가 보장되다 보니 건설사들도 너도 나도 중대형을 공급했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한 대구,경기 용인과 고양,파주에서 건설사들이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과 대전 등에선 건설사들이 중소형으로 설계를 변경,분양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새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는 물론 그동안 대형 주택에 살던 부자들도 점점 중소형으로 갈아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내년 1월 입주하는 고급 임대주택 '한남 더 힐' 87㎡(33평형)의 경우 상당수 계약자가 강남의 중 · 대형 아파트에서 거주해 온 노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출가 등으로 필요한 주거공간이 줄어들자 넓은 아파트 대신 실속형 소형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부자들로부터 가격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대형 아파트를 처분하고 작은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를 실속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집 세 채를 가졌던 이모씨(71)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층짜리 상가주택만 남겨놓고 나머지 두 채를 서둘러 팔았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기미가 없어지면서 차라리 현금을 확보해 금융자산 등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큰 집을 줄여 작은 평수로 옮기거나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자산을 줄이는 전형적인 '주택 다운사이징'이다.
◆큰 아파트 '몰락' 가속화
중대형 아파트값이 소형보다 낮은 가격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는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이 평균 1053만원으로 60㎡ 아파트(3.3㎡당 1083만원)보다 30만원 싸다.
이런 현상은 서울 동작 · 동대문 · 강북구를 비롯해 경기 과천시,의정부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거래 비중이 2009년 78.1%에서 올 1~4월 86.6%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21.9%에서 13.4%로 축소됐다. 중대형 아파트가 거래시장에서 '찬밥'신세라는 얘기다.
문제는 소형 아파트 공급이 최근 3~4년간 줄어든 만큼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입주 물량 기준으로 수도권의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비중은 2005년 82.9%였으나 올해는 60.8%로 뚝 떨어졌다. 건설사들이 3~4년 전 당시 선호되던 중대형을 대거 분양해서다. 김규정 부동산114 컨텐츠본부장은 "1~2인 세대 증가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건설사들이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매에서도 중대형 아파트 몰락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6년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 중 85㎡ 초과 중대형은 36.6%를 차지했으나 올해 4월 기준 66.9%로 두 배가량 늘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집값이 떨어지면서 담보대출을 많이 끼고 중대형을 매입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로 처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대형은 분양권도 포기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내던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분양권 투매는 용인 · 파주 등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용인시 성복동 단지에선 분양권이 무더기로 나오며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5000만~1억원가량 떨어졌다. 입주 예정자들은 "기존 분양가로는 입주할 수 없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가를 깎아달라고 조르고 있다.
입주 때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한 계약자들은 환급 사유만 생기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이 용인시 공세동에서 분양한 상떼레이크뷰 아파트 계약자들은 최근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받기 위해 대한주택보증 창구에 몰렸다. 231㎡(70평),264㎡(80평) 등 대형 아파트로 구성된 데다 분양가(3.3㎡당 1500만원대)가 주변 시세보다 30%나 비싸 시세차익을 거둘 수 없게 되자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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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선 중대형 아파트가 매물로 쏟아지는데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
경기 용인시 상현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정상락 광교공인 대표는 31일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는 데다 중대형에 대한 선호도가 2,3년 전부터 급격히 약해졌다"며 "주변에 30평형도 거의 없고 주로 40~60평형대로 단지가 형성된 게 지금은 거래 시장에서 오히려 악재"라고 말했다.
주택 다운사이징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그동안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이뤄져 온 분양시장 및 거래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미니 아파트'를 선호하는 일본의 주택시장을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부자들도 중소형으로 갈아타기
몇 년 전만 해도 중대형 아파트는 시세차익이 소형보다 훨씬 커 분양시장이나 거래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수요가 보장되다 보니 건설사들도 너도 나도 중대형을 공급했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한 대구,경기 용인과 고양,파주에서 건설사들이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과 대전 등에선 건설사들이 중소형으로 설계를 변경,분양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새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는 물론 그동안 대형 주택에 살던 부자들도 점점 중소형으로 갈아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내년 1월 입주하는 고급 임대주택 '한남 더 힐' 87㎡(33평형)의 경우 상당수 계약자가 강남의 중 · 대형 아파트에서 거주해 온 노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출가 등으로 필요한 주거공간이 줄어들자 넓은 아파트 대신 실속형 소형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부자들로부터 가격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대형 아파트를 처분하고 작은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를 실속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집 세 채를 가졌던 이모씨(71)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층짜리 상가주택만 남겨놓고 나머지 두 채를 서둘러 팔았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기미가 없어지면서 차라리 현금을 확보해 금융자산 등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큰 집을 줄여 작은 평수로 옮기거나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자산을 줄이는 전형적인 '주택 다운사이징'이다.
◆큰 아파트 '몰락' 가속화
중대형 아파트값이 소형보다 낮은 가격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는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이 평균 1053만원으로 60㎡ 아파트(3.3㎡당 1083만원)보다 30만원 싸다.
이런 현상은 서울 동작 · 동대문 · 강북구를 비롯해 경기 과천시,의정부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거래 비중이 2009년 78.1%에서 올 1~4월 86.6%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21.9%에서 13.4%로 축소됐다. 중대형 아파트가 거래시장에서 '찬밥'신세라는 얘기다.
문제는 소형 아파트 공급이 최근 3~4년간 줄어든 만큼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점이다. 입주 물량 기준으로 수도권의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비중은 2005년 82.9%였으나 올해는 60.8%로 뚝 떨어졌다. 건설사들이 3~4년 전 당시 선호되던 중대형을 대거 분양해서다. 김규정 부동산114 컨텐츠본부장은 "1~2인 세대 증가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건설사들이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매에서도 중대형 아파트 몰락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6년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 중 85㎡ 초과 중대형은 36.6%를 차지했으나 올해 4월 기준 66.9%로 두 배가량 늘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집값이 떨어지면서 담보대출을 많이 끼고 중대형을 매입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로 처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대형은 분양권도 포기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내던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분양권 투매는 용인 · 파주 등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용인시 성복동 단지에선 분양권이 무더기로 나오며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5000만~1억원가량 떨어졌다. 입주 예정자들은 "기존 분양가로는 입주할 수 없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가를 깎아달라고 조르고 있다.
입주 때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한 계약자들은 환급 사유만 생기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이 용인시 공세동에서 분양한 상떼레이크뷰 아파트 계약자들은 최근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받기 위해 대한주택보증 창구에 몰렸다. 231㎡(70평),264㎡(80평) 등 대형 아파트로 구성된 데다 분양가(3.3㎡당 1500만원대)가 주변 시세보다 30%나 비싸 시세차익을 거둘 수 없게 되자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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