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우는 해직자들… 무효판결 불구 복직 안돼

두번 우는 해직자들… 무효판결 불구 복직 안돼

해임 교사·기자·공무원 등
정부 등 항소 반복 시간끌기

경향신문 | 장은교 기자 | 입력 2010.07.27 00:20

 

2008년 12월까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교사 박수영씨(37)는 1년 반이 넘도록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박씨는 1년여의 소송 끝에 다른 교사들과 함께 법원에서 "해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청이 항소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첫 재판은 지난 20일에야 열렸다. 1심처럼 승소한다고 해도 교육청이 상고한다면 박씨가 교실 밖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사회 곳곳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해직자들이 1심에서 부당함을 인정받고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사측이 법원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항소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 정신적 고통도 문제이지만 소송 중에 임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어 정부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해직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일제고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들에 대해 최근 항소 취하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소송의 경우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어 검찰이 재판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면 교육감이 맞서기 힘든 구조다. 박씨는 해임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로 출근해 일제고사의 폐해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학기 중간에 해임돼 길거리에서 학교밖 수업까지 진행했던 그는 26일 "교육청이 처음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해 겨우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으며 2년 가까이 교실에서 배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YTN 해직기자들은 사측과 합의를 하고도 해임무효소송으로 계속 다투고 있다. 합의안에는 법원의 판단을 따르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1심 법원은 "해임을 무효로 하고 밀린 임금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회사가 항소해 해직자들은 지금까지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재판부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이달 초로 예정됐던 선고일까지 연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받은 조승호 기자의 부인은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정유신 기자는 "소송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뀐 뒤 줄줄이 해고된 문화계 인사들도 법원에서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김정헌 위원장과 박명학 사무처장,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윤수 관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현장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김 위원장의 경우 임기만료가 9월인데 항소심 선고 예정일은 8월이다. 11월 임기만료인 박 처장의 경우 항소심까지 승소했지만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 관장은 소송 중에 임기가 끝나 소송 목적이 해임무효에서 미지급임금 청구로 바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