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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꼬였어 엄마" 억울한 누명 쓴 고교생의 절규

AziMong 2010. 10. 20. 18:35

"내 인생 꼬였어 엄마" 억울한 누명 쓴 고교생의 절규

뉴시스 | 유명식 | 입력 2010.10.20 15:45 | 누가 봤을까? 10대 여성, 대구

 

【수원=뉴시스】유명식 기자 = "안 한걸 안 했다고 할 것(을), 제 인생이 완전히 꼬였습니다"

44건의 죄를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한 김모군(18)이 경기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에서 생활을 하며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경찰에 대한 원망과 바깥 세상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애틋함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뉴시스가 20일 입수한 김군의 편지는 "엄마 제가 떳떳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사죄로 시작한다.

지난해 8월 집에 보낸 이 글에서 김 군은 자신의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하며, 형사의 폭행 사실을 털어 놨다.

그는 "형사 아저씨가 수사할 때 화를 냈는데 제가 맞은 게 억울해서 '도둑질 해 본적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가본 적이 없는 OO아파트, 계단 형인지 복도 형인지도 모르는데…. 한 달 동안 감방 신세나 보내고, 안 한걸 안했다고 할 것(을) 제가 그 때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라며 경찰에 거짓 자백한 사실을 후회하기도 했다.

"광명시란 환경이 싫어서 관악구나 동작구 쪽에 이사 가려고 생각하고 말하려 했는데, 방에만 처박혀서 밤새도록 기타줄 잡고 독학하고…"라며 세상도 원망했다.

학원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군은 "한 달이 넘도록 학원에 있는 선생님은 모르고 계실 텐데 지금이라도 제가 실수로 교도소에 모르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전해 드리면 고맙겠습니다"라며 학원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몇 주 안 있으면 누나 결혼식인데 형이 휴가 오면 나 가출했다고 해요. 엄마 나 없어도 고생하지 말아요"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걱정하는 기특한 효자였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제 장래의 꿈이 드러머나 기타리스트 둘 중 하나인데 돈으로 먹고 살 순 없잖아요. 그래서 악기 배워도 자격증은 꼭 딸께요"

"엄마 면회 자주 와라. 나 외롭다"며 편지를 끝맺은 김군은 아직은 엄마 품이 그리운 철부지 10대였다.

김군의 기막힌 사연은 김군과 공범으로 잡힌 양모씨(20)의 어머니(57)가 2심 재판부에 보낸 편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양씨는 지적장애 2급이다.

어머니는 편지에서 "경찰에서 형사가 아들에게 너무 강압적으로 대했다"며 "뺨을 때리기까지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고 용기도 없고 정신 연령도 유치원 수준밖에 안 되는 아들이 너무 무서웠다고 합니다. 죽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라며 경찰을 원망했다.

이어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지적장애아라 그런지 다른 자식보다 불쌍하고 더 안쓰럽고 더 잘해주고 싶다"며 "판사님 제발 억울한 누명을 벗겨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김군과 양씨는 지난 2008년7월24일부터 지난해 7월5일까지 광명시 철산동 일대 아파트에서 모두 44회에 걸쳐 시가 9023만6000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지난해 7월10일 광명경찰서에 구속됐다.

하지만 법원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학교생활기록부와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으로 범행 현장에 없었음이 확인된 25건의 혐의가 공소사실에서 제외되고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지문과 족적이 피고들과 무관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무죄 판결은 양씨와 김군이 경찰의 구속으로 3개월20일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보석으로 풀려난 뒤였다.

그의 가족들은 항소심에서도 패한 검찰이 상고를 결정함에 따라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변호를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36)는 "경찰의 성과주의로 인해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