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BH 메모·대포폰… 검찰이 숨긴 ‘윗선 개입’ 윤곽 본문
BH 메모·대포폰… 검찰이 숨긴 ‘윗선 개입’ 윤곽
공직윤리지원관실 신설 3일 뒤 민간인 사찰
문제 되자 하드디스크 삭제… 검찰 ‘늑장’
수사 발표때 없던 ‘靑 개입 정황’ 속속 드러나
경향신문 | 정환보·황경상 기자 | 입력 2010.11.03 22:52 | 수정 2010.11.03 22:57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전모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찰 과정의 '비어있던 고리'들이 메워지고 있다. 그 '고리'들은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과 연관돼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2008년 9월 금융용역회사 KB한마음의 김종익 대표는 과거 직장인 국민은행 후배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님 블로그에 올려놓은 동영상에 대한 조사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전 정권 핵심인사이자 동향인 이광재 의원(현 강원지사)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지원 여부를 밝히는 동시에 대표직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조사 목적"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일일 방문객이20여명에 불과한 '폐쇄적' 블로그를 운영 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풍자한 동영상을 링크시켜 놓았지만, 이미 유튜브에서 18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김씨 회사를 찾아왔다. 각종 회계자료를 가져가더니 민간인 신분인 임직원들을 수차례 소환했고 원청업체인 국민은행까지 동원해 압박했다. 위협을 느껴 대표직을 내놓고 잠시 일본으로 떠난 김씨의 연락처를 파악한 것은 물론 e메일까지 들여다봤다. 두 달 동안 불법적으로 확보된 사찰 자료는 서울 동작경찰서로 넘겨졌다. 회사 돈을 빼돌려 정부비판적 활동에 사용했다는 '심증'이 있으니 경찰이 수사하라는 지시였다. 경찰은 회계장부와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샅샅이 뒤졌고, 이광재 의원과 촛불집회 후원 여부, 노사모 활동 여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경찰은 김씨의 불법행위를 찾아내지 못해 내사종결했다.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수사 지시가 떨어지며 수사관이 교체됐다. 다시 수십명을 추가 소환한 끝에 김씨는 명예훼손 혐의만으로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9월에 간단한 조사를 받은 그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초범이라 정상참작한다'는 이유로 기소유예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을 통해 수사기록 일체를 넘겨받았다. 사찰 전모를 알게 된 그는 분노했고, 김씨의 사찰 사례는 지난 6월 국회와 언론(경향신문 6월25일자 1면 보도)을 통해 폭로됐다. 민간인인 김씨뿐 아니라 여당 중진 남경필 의원까지 뒷조사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도 드러났다. 지원관실은 촛불집회 직후 이인규 지원관 등영일·포항 출신 인사들 위주로 조직이 구성됐다.
검찰은 7월5일 총리실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검사 4명으로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을 구성했다. 검찰은 사흘 뒤인 7월8일 공직윤리지원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장모씨 등이 7월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이미 하드디스크를 삭제하고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파기한 뒤였다.
검찰은 김종익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불법사찰을 받았다는 부분은 밝혀냈다. 그가 회사 지분을 헐값에 처분하도록 지원관실이 압력을 행사하고 이 과정에 이인규 전 지원관이 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4명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진경락 총리실 기획총괄과장 등 3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다.
과연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던 것일까. 재판과정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검찰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커져갔다. 지난달 14일 재판에서 이인규 전 지원관은 사찰 사실을 이강덕 청와대 공직기강팀장(현 경기경찰청장)에게 구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은 원모 사무관의 'BH(청와대를 지칭하는 Blue House의 약자) 지시사항'이라고 적힌 메모를 공개했다. 이달 1일에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만들어 지원관실에 지급했다"고 따지자 이귀남 법무장관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검찰은 윗선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김씨 회사를 찾아왔다. 각종 회계자료를 가져가더니 민간인 신분인 임직원들을 수차례 소환했고 원청업체인 국민은행까지 동원해 압박했다. 위협을 느껴 대표직을 내놓고 잠시 일본으로 떠난 김씨의 연락처를 파악한 것은 물론 e메일까지 들여다봤다. 두 달 동안 불법적으로 확보된 사찰 자료는 서울 동작경찰서로 넘겨졌다. 회사 돈을 빼돌려 정부비판적 활동에 사용했다는 '심증'이 있으니 경찰이 수사하라는 지시였다. 경찰은 회계장부와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샅샅이 뒤졌고, 이광재 의원과 촛불집회 후원 여부, 노사모 활동 여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경찰은 김씨의 불법행위를 찾아내지 못해 내사종결했다.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수사 지시가 떨어지며 수사관이 교체됐다. 다시 수십명을 추가 소환한 끝에 김씨는 명예훼손 혐의만으로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9월에 간단한 조사를 받은 그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초범이라 정상참작한다'는 이유로 기소유예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을 통해 수사기록 일체를 넘겨받았다. 사찰 전모를 알게 된 그는 분노했고, 김씨의 사찰 사례는 지난 6월 국회와 언론(경향신문 6월25일자 1면 보도)을 통해 폭로됐다. 민간인인 김씨뿐 아니라 여당 중진 남경필 의원까지 뒷조사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도 드러났다. 지원관실은 촛불집회 직후 이인규 지원관 등영일·포항 출신 인사들 위주로 조직이 구성됐다.
검찰은 김종익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불법사찰을 받았다는 부분은 밝혀냈다. 그가 회사 지분을 헐값에 처분하도록 지원관실이 압력을 행사하고 이 과정에 이인규 전 지원관이 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4명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진경락 총리실 기획총괄과장 등 3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다.
과연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던 것일까. 재판과정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검찰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커져갔다. 지난달 14일 재판에서 이인규 전 지원관은 사찰 사실을 이강덕 청와대 공직기강팀장(현 경기경찰청장)에게 구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은 원모 사무관의 'BH(청와대를 지칭하는 Blue House의 약자) 지시사항'이라고 적힌 메모를 공개했다. 이달 1일에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만들어 지원관실에 지급했다"고 따지자 이귀남 법무장관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검찰은 윗선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時事(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모펀드 한 곳서만 888억 손실…하룻밤새 '깡통펀드'로 (0) | 2010.11.13 |
---|---|
족쇄 된 ‘동시다발 FTA’ 車 관세환급 美에도 양보 (0) | 2010.11.09 |
눈물의 편지 보냈던 80대 국군포로 마침내 귀환 (0) | 2010.11.03 |
“청와대, 얼마나 나쁜 짓 하길래 대포폰까지 동원하나 생각들어” (0) | 2010.11.03 |
"통제 안되는 아이들 어떡하죠" 고민·혼란 빠진 교실 (0) | 2010.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