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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비판’ 부장판사 “페북 글 갖고 사설? 그만큼 다급” 본문
우리법연구회 판사 ‘뼛속까지 친미 대통령 나라 팔아먹어’ 글에 조선일보 사설 동원
기자 취재하자 글 내린 뒤 보도 정면 비판 “‘SNS 활동 정치적 중립성 어긋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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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25일 모 지방법원 부장판사인 A(45·사법연수원 22기)씨가 지난 22일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글을 올린 최아무개 부장판사는 ‘진보성향’ 법조인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글 아래에는 우리법연구회 회원들과 검사출신 변호사 등이 ‘좋아요’로 공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판사는 지난 13일에도 “한미 FTA에 있는 ISD가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라는 말이 있다면 판사들도 이에 대해 맞다, 안 맞다, 옳다, 그르다 생각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는 이날치 〈FTA 통과는 “나라 팔아먹은 것”이라고 한 판사〉라는 사설을 통해 최 판사를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제대로 된 판사라면 그런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며 “판사가 개인 의견을 밖으로 표현하면 특정 사안에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재판에서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법관은 실제로 공정하게 재판해야 하지만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게 싫다면 법복을 벗는 게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취재를 하자 글을 삭제했던 최 판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자신이 FTA와 관련한 글을 쓴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조선일보의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판사는 “한미 FTA 비준안이 날치기로 통과된 것에 대해 토론과 소통을 가치로 여기는 민주주의가 민의의 전당에서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고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를 위해 법관직을 수행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저의 소회를 짧은 글로 올렸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글을 내린 과정과 관련해 “어느 보수 언론 기자가 이런저런 것을 물어와 페이스북 친구에게 한 것은 사랑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수준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했다”며 “불필요한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내린 것)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까지 SNS에서 특정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자기들이 볼 때 거북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본 보수층이 한번은 언급해서 위축 효과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저런 기사에 사설까지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만큼 다급하겠지요”라고 덧붙였다.
최 판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제가 좋아하는 사람, 저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말하고 어떨 때는 같이 감동하고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같이 분노하기도 하는 저의 SNS 공간에서 저의 생각을 말한 것에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가공무원법과 법관윤리강령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공정성을 항상 염두에 두었고, 제가 한 페이스북 활동이 여기서 전혀 어긋난 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알려지면서 최 판사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보다 조선일보 보도를 문제 삼는 글이 오히려 많이 올라왔다.
검사 출신 금태섭 변호사는 최 판사의 글 아래 댓글을 달아 “조선일보 기사가 구닥다리 분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수평적 소통’이 일어나는 SNS의 특성을 전혀 못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기자는 ‘SNS를 사적인 공간인가, 공적인 공간인가’라는 틀에서만 보고 있는데 사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특징은 화자의 지위나 직업에 상관없이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썼다.
트위터 이용자 ‘@hang***’는 “조선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잘 모르니 원. 부장판사가 친구들과 FTA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조차 막겠다고? 술자리 얘기도 도청할래?”라고 비꼬았다. 그는 조선일보가 주장한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해 촛불 편향 재판으로 논란을 빚은 신영철 대법관을 언급하면서 “촛불 편향 대법관부터 옷 벗기고 하자”고 주장했다.
‘@hobe***’는 “언론사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군요. 비상식입니다”라고 비난했고, ‘@blue***’는 “조선이 우리법 연구회의 입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y***’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전문을 보면,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란 말은 MB 친형 이상득 의원이 미 대사에게 한 것인데, 조선일보는 그에게도 ‘정계를 떠나라’고 한 적이 있었느냐”며 “입맛대로 재단하는 언론, 검열관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은 최 판사가 글을 올리게 된 경위와 내용 등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해당 판사를 오는 29일 열리는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사적인 공간의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전파가능성이 크다는 특징도 있다“며 ”윤리위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과 함께 게시글의 표현과 내용이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 아래는 최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올린 페이스북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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