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松江 정철과 기생 蘭玉의 유쾌한 육담 본문
이광식 논설위원의 성담론] ⑧ 강원의 육담 | ||||||||||||||||
평양감사가 이래 보니 예쁜기 귀엽거든. "그래, 네 이름이 뭐냐?" 하고 물으니 "난옥이 올시다." 하니 "그래, 청옥이냐, 백옥이냐. 난옥이 분명쿠나, 대장부 살송곳으로 한 번 뚫어보자." 그러니 그 기생도 지지 않고 평양감사 정철이라는 이름을 아니까, 기생이 거드처 대답을 하는데, "정철이냐, 백철이냐, 정철이 분명쿠나. 소녀의 골품으로 한 번 녹여 보지요." 이래드래. 그러니 살송곳과 골품이 잘 어울렸겠지.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오늘은 기생 이야기를 해 보자. 조선 시대에 사노비, 광대, 무당, 백정 등 이른바 팔천(八賤) 속에 기생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기생들도 계급이 있어 1 패는 가무와 풍류를 잘 하는, 대부분 남편이 있는 기생으로 우리 전통 가무에 크게 공언한 이들이다. 2 패는 1 패에서 물러난 밀매음녀(密賣淫女)에 가깝고, 3 패는 잡가류 매춘부였다.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그 유명한 송강 정철 선생과 어울린 기생이었으니 1 패 기생으로 봐야 하겠고, 여기선 단지 '살송곳'이니 '녹여 보자'니 하며 서로 좀 짙게 희롱한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교양 정도에 따라 명기(名妓)로 알려진 초일류 기생들은 대체로 지조 높고 정조 관념이 강해서 풍류 없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았으며 기지를 발휘해 선비를 골탕먹이는 경우도 있었다. 약방기생(醫女)이니 상방기생(針線女)이니 하는 특수 기능을 담당하는 기생보다는 주로 연회나 행사 때 노래와 춤을 맡아 하는 관기가 많았는데, 지방관아에도 관기가 딸려 지방관의 위락(慰樂)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안동의 기생은 송 대학지도(誦大學之道), 함흥의 기생은 송 출사표(誦出師表), 관동의 기생은 창 관동별곡(唱關東別曲), 의주기(義州妓)는 치마무검(馳馬舞劍), 제주기(濟州妓)는 주마지기(走馬之技), 평양기(平壤妓)는 창 관산융마시(唱關山戎馬詩), 북청기(北靑妓)는 치마지기(馳馬之技), 영흥기(永興妓)는 창 용비어천가(唱龍飛御天敬)로 유명했다. 오늘 여기 평양기생은 '관산융마시'를 읊지 않고 감사 송강을 희롱하고 있는데, 송강 정철 선생은 평양에서 이렇게 희롱 당한 한 편 관동지방에선 가사 '관동별곡'을 지어 이를 노래하는 명기를 탄생시켰으렷다. 다음은 기생과 관련된 옛 일화 몇 편이다. 진사들이 기생들을 데리고 노는 모임인 홍군회(紅裙會)에서 자신의 인기를 높이려고 굳이 못 생긴 사람을 동참시키기로 했것다. 이에 선택된 못 생긴 좌객(座客)이 김안절 윤통 유순도 등이였다나. 이로부터 못 생긴 사람을 '좌객'이라 부르게 됐다는 얘기 아닌가. 선비들에게 스타와도 같았던 기생에게 서로 잘 보이려는 조선 전기 양반 세계의 한 풍속도를 엿볼 수 있다. 또 하나, 연산군 때 어사 유운(柳雲)이 공주에 들렀을 때 예쁜 기생을 들여보내 동침시켜줄 줄 알고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고을 원이 어사의 서릿발 같은 위엄을 거스를까 두려워 감히 기생을 들여놓지 못하자 아침에 이런 시를 읊었다. "공주 태수가 위엄에 질려 어사의 풍정(風情)을 몰라보네 / 빈 관(館)에 사람 없이 긴긴 밤을 지나고 보니 / 남쪽으로 행차한 맛이 승려보다 더 싱거워라." 이렇게 섹스 제공을 은근히 아니, 노골적으로 바라는 고위 공직자는 고금이 별로 다르지 않았구나. 그렇다. 위엄 따윌랑 도대체 무엇에다 쓰겠는가. 대장부 살송곳이 기생의 골품과 어울림만 같지 못할 터인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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