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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고전)

金炳淵의 金笠에 의한 김삿갓을 위한 육담

AziMong 2007. 4. 30. 20:45
[강원의 육담] <12> 김삿갓의 재치
 김삿갓이 주막에 묵게 됐는데, 주막 마누라가 이쁘더래. 그래서 품어보고 싶어 슬그머니 마구간의 소를 풀어놓았네. 소들이 뛰어다니니 마누라와 하던 짓을 멈추고 주인이 손님들과 함께 소를 붙잡으러 나갔네. 김삿갓은 그 틈을 타서 안방에 얼른 들어가 주인 마누라를 품고 나왔지.
 소를 다시 묶어두고 하던 짓을 마저 할려 하니, 부인이 "금방 하고선 뭘 또 할려고?" 이러더래. 그래 누가 덮친 줄 알고 주인이 "조사할 게 있으니 마카 바지 벗어!" 하고 손님들한테 소리를 지르니 모두 기가 질려 옷을 벗었는데, 김삿갓은 옆에 있던 깨를 집어 얼른 자기 물건에다 썩 발랐지. 드디어 검사 차례가 오자 김삿갓은 "내 X은 깨X이오." 하고 내놓으니 주인이 보니 거무티티한 게 희한하거든. 주인은 "그 물건 참 희한하다."고 감탄만 하더래.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우리들의 문화 영웅 방랑시인 김삿갓 김립(金笠) 곧 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 1809∼1863)과 관련된 육담은 이것뿐만 아니라 여럿 있다. 김삿갓을 대상 삼은 육담은 물론 김병현이 창작한 육담적인 시 또한 헤아릴 만하다. 기왕에 다른 육담 얘길 하는 중이니 여기선 수많은 김삿갓 관련 육담 중 김삿갓이 방랑생활을 하며 스스로 창조해낸 좀 걸쭉한 시 몇 편을 감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김삿갓이 속리산 법주사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스님들이 뭔가를 두고 고심하는 눈치라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인즉 종이를 만들어 겨우 유지하는 절 살림인데 아랫마을 큰 세력가 구(具) 씨가 대동보(大同譜)를 만든다며 종이를 외상으로 가져간 뒤 갚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삿갓이 이를 해결해 준다며 시를 썼는데 이러했다.
 "법주사승도조지위업 / 기조지진입어구씨보지 / 소보지유가황차대보지호 (法住寺僧徒造紙爲業, 基造紙盡入於具氏譜紙, 小譜紙有價況次大譜紙乎)." 풀이하면, "법주사 승도들은 종이 만드는 것이 한 업인데, 그 만든 종이가 모두 구씨 족보 용지로 들어갔다네, 작은 족보도 값이 있는데 하물며 대동보에 있어서랴."가 된다. 말이야 틀림없지만 읽어보니 쌍소리라. 스님들이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으나 이 글을 보자 창피 당할 것을 우려한 구 씨가 빚을 얼른 갚았다 한다.
 다음 이야기는 들어 보았을 것이다. 김삿갓이 서당 훈장에게 홀대받자 열 받아 지었다는 육담시(肉談詩) 말이다. "서당(書堂)은 내조지(乃早知)라 / 생도(生徒)는 제미십(諸未十)이요 / 방중(房中)에는 개존물(皆尊物)이고 / 선생(先生)은 내불알(來不謁)이네." "내 일찍 서당인 줄 알았지만, 생도는 겨우 열 명도 안 되네, 방안에 있는 녀석들은 다 잘난 척만 하고, 선생은 나타나 인사조차 않는구나."란 내용이다.
 "문 앞에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 황혼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일인가? / 부인의 다리 아래 '구멍'을 잃을까 두려운 게지." 김삿갓이 공 씨(孔氏) 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자 '콩콩-공가-구멍'으로 연결되는 육담시로써 화풀이를 하고 있다.
 야박한 인심을 풍자한 시를 보자. "二十樹下三十客 / 四十村中五十食 / 人間皆有七十事 / 不如歸嫁三十食" 이를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나. "이 씨팔 놈의 서러운 나그네에게, 망할 놈의 마을에서 쉰 밥을 주더라, 인간에게 이런 일이 있는가,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설은 밥을 먹으리." 이렇게 된다.
 아아, 김삿갓이 그립다. 비록 '문학적 진실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이렇게 시원한 소리를 쏟아내는 시인이 요새 어디 있던가. 음담패설류의 저급한 육담이 아니라 풍자 해학 조롱 파격 희화 등을 패키지로 보여주며 위선적인 시대 풍조에 한 바탕 삿대질을 해대는 이런 의미 있는 풍자시를 눈 씻고 찾으려 해도 없다. 지금 이 세상에 시는 죽어 나자빠지고, 김삿갓 말투로 하자면, 천박하게 오직 돈만, 돈 가진 자들만 개폼을 잡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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