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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산길을 걸으면 갖는 작은 생각

AziMong 2004. 9. 23. 06:56

 

산길을 걸으면 갖는 작은 생각

 

                                         글 아지몽


 

가끔 산길을 혼자 산책하는 때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을 때는
일상 일들이나 관심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혼자서 산길을 걸을 때는 그러한 일상보다는 좀더 자신에게
또는 나무나 풀, 새, 꽃 등 보다 자연적인 것을 접할 수 있어서
휠씬 좋은 기분이 될 때가 많다.
그리고 산을 오르면서 수풀과 나무들도
사람과 인접해 있는 산 아래쪽과 위쪽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잡초는 사람 손이 닿아 있는 길가에 더 무성하다.
산길을 걸을때 나는 반들반들 닳아진 길보다는
풀이며 나뭇잎들이 약간 덮여 있는 조금은 낯선 길을 택한다.
수풀이 너무 무성하여 우거진 곳은 무서운 생각이 든다.
바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공포감같은 것일 수도 있다.
사람도 그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닥이 잘 보이지 않은 사람,
그 속을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은 부담이 되고 가까이 하기 어렵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 속을 잘 보이지 않던 시절의 정치는
은근한 공포감이 함께 존재했고 그 뒤에 암울하고 처참한
생명들의 몸부림이 어두운 역사 속에 함께 존재해 왔다.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속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믿고 시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산이나 사람이나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되려면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라야 하는 것이다.
나는 맑고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좋다.
거짓없이 속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아름답다.
같이 말을 나눈 적은 없어도 그러한 사람은 늘 친구처럼
내 마음 속에 가까이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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