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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물의 노래

AziMong 2004. 9. 17. 11:12

 

물의 노래


                 詩 아지몽

 

낮추고 낮추어
아래로만 흘렀습니다.

나눠주고 내어주어
드러내지 않을 줄도 알았습니다.

대지의 모든 생명들이
나로인해 푸르른 노래를 부르는 날에
그들의 속내를 흐르는 나를 알았습니다.

자만과 교만함이 풀 섶 위에
저마다 자신의 몸을 뽐내는 날에는
땅속에서 숨죽여 흐르기로 하였습니다.
하나 하나 모여 강으로 흐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바람의 작은 몸짓에도
보이지 않은 하늘비행을 하며
풀잎의 얼굴 위에 맑은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나의 노래는 부드럽고 연약한 슬픔입니다.
하지만 나는 나입니다.
내가 모여 너가 되지 않은 나는
폭풍처럼 거센 물결이기도 합니다.

내가 나를 알기에
나를 낮추고 낮추는 법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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