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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아지몽의 시학 단상

AziMong 2004. 9. 15. 00:01

 

아지몽의 시학 단상

 

                                     詩 아지몽

 

시는
동전 한잎으로 자동판매기에서 꺼낸
규격화된 낯익은 물건이 아니다.

 

시는
공기가 다 빠져나간
고무풍선처럼
탄력을 잃어버린 언어가 아니다.

 

시는
수학시간에 풀다 포기한
어려운 사차원의 고난도 방정식도,
순박한 언어에 끼어든 한자처럼
낯선 이방인도 아니며
부자유스런 넥타이를 해야하는 양복도 아니다.

 

내게 있어 시는
중국의 두보와 이백,
프랑스의 로트레아몽
그리고 인도의 타고르에서 가까이는
윤동주에 이르기까지
내가 지나간 시간의 레일 위에 펼쳐진
보다 자유롭고 싶은 영혼의 물결,
그릇 속에 가두지 않아야할 긴 강물.

 

시는
겸손도 모를 만큼
타인을 내려다 보지도 아니하며,
보이지 않던 달의 그늘에
내가 잃어버렸던 어머니의 얼굴을
꽃이 훔친 정갈한 새벽이슬,
시는 입속에 녹아든 사과향기보다 짙은
다 비우고 난 뒤 하늘에 떠있는 깃털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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