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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가을나무와 아이의 세상

AziMong 2004. 9. 11. 00:56

q8

 

가을나무와 아이의 세상

 

                                            글 아지몽

 


참나무와 도토리 나무들이 내민 손바닥들이
서로의 몸을 간지럽히는 좁은 언덕길에는
가랑잎들도 갸르르 웃으며 뒹굴고 있다.
하늘로 터진 황갈색 나뭇잎 터널이 보인다.
이제 우리의 눈은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온종일 누군가 놀다간 흔적,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우마차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멀리서 노인이 황소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는 나즈막한 음성,
마치 산에 붉그레 걸터앉은 노을을 닮았다.
아이가 노인을 기다리고 있는걸까.
지친 해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산자락끝에
아이 하나가 작대기로 지게를 받히고 있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그 힘든 무게를
작대기 하나로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는 미리 알고 있었다. 어쩌면 당신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이와 같이 세상 밖의 또 하나의 세상을 갖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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