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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파란자전거

AziMong 2008. 1. 20. 21:09

글   아지몽

 

파란자전거

 

  영화 파란자전거는 천덕꾸러기로 변해가는 오래된 동물원에 근무하는 코끼리조련사에 관한 이야기다. 파란자전거는 자전거에 얽힌 추억을 소재로 잔잔하고 순수한 어릴 적 사랑을  수채화처럼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자전거를 매개로 해서 만들어진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 뿐 아니라 자전거를 통해 전해주는 묵묵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도 잘 나타나 있다.
  시냇가 다리 근처에 다다라 나란히 아버지와 아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다리가 없다면 다리를 어떻게 건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아버지는 몸소 맨발을 벗고 물살이 거센 시냇물을 건너는 법을 가르쳐 준다. 물살이 세기 때문에 자칫하면 물에 떠내려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물살이 거세고 사람 몸이 가벼워서 물살에 휩쓸릴지 모를때는 두 손에 무거운 돌을 들고 건너는 것이라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에게 어떤 시련이 와도 절망하지 말고 세상을 굳세게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몸소 가르쳐 주는 것일게다. 
  아들은 한 손이 불구다. 동물원도 문을 닫게 되어 있어서 다른 곳에 취직을 하려고 하나 불구가 된 손 때문에 그것도 쉽지가 않다. 초등학교 때 짓굳은 아이들이 쓰레기 장에 던져놓은 여자 친구의 자전거를 고쳐서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서 가져다 주면서 맺어진 소녀와의 인연, 그 인연도 소녀의 죽음으로 끝나버린다. 동물원에 다니면서 다시 취직 자리를 구하지 못해 여자 친구의 부모로 부터 달갑지 않게 대우 받는 것에 절망하고 방황하지만 끝내 다시 자전거로 인해 다시 맺어지는 유치원 교사와의 애틋한 사랑과 아버지가 자전거를 통해 전해 주고자 했던 진실한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면서 주인공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된다.

 


  파란자전거라는 작품을 보면 오늘날의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얼마나 왜곡되고 일그러 졌는가를 엿보게 한다. 돌아보면 누구나 자전거에 대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자전거에 대한 기억은 이렇다. 시골에서 아마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거 같다. 먼 길이 있던 것 같은데 사춘형이 밤늦게 자전거에 태우고 집에 데려다 준 기억..... 그 때의 나의 자전거에 대한 기억은 따뜻함이었다. 누군가의 등에 기대 두 손을 허리게 꼭 감싸 안고 가야하는 사람과 사람의 체온이 전해지는 따스함. 그리고 나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기억이 또 있다. 두 번째 자전거에 대한 기억은 황당하다. 시골 외가에 가 있었는데 외삼촌이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이 되어서 시골에 내려와 있었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 합격해서 자랑스러운 그 삼촌은 조카인 나와 내 동생을 자랑스럽게 자전거에 싣고 좁은 길을 달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자전거는 한 길 정도 되는 바로 아래 논둑길 아래로 거꾸로 굴러 떨어졌다. 논에 물이 가득 차있어 온통 진흙 범벅이 된 우리들...동생은 엉엉 울고 외삼촌은 죽어라고 뒷산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그 자전거는 그냥 자전거가 아니었다. 우체부 아저씨가 우편물을 나르기 위해 잠시 바쳐놓은 자전거인데 논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서 그만 우편물 가방이 놀래서 입을 떡 벌리고 있었고 우편물 가방 속에 있던 우편물들은 하얗게 배속에 있던 우편물들을 이미 물이 차 있는 논에 다 배터놓은 뒤였다.

 

파란자전거

 

 두번째 자전거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무언가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외삼촌의 자전거....지금 그 외삼촌은 큰 외삼촌이 돌아가시면서 운좋에 받은 전 재산을 일곱이나 되는 이모들의 동의 하에 물려받고 최근에 다시 외할아버지의 명의로 나타난 땅을 삼촌명의로 돌려놓으려다 이모들에게 그만 브래이크가 걸려버렸다. 그 이유는 큰 외삼촌이 나이 사십에 고혈압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셨는데 조카 둘을 남겨 놓았다. 그런데 남겨놓은 그 조카들을 외면하고 땅을 다 자기 명의로 했을뿐 아니라 외할아버지 제사를 외면했다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외삼촌 아래로 이모가 둘이 있었는데 시집 갈때 땅 다 물려받고 살만한데도 빈손으로 동생들을 시집 보냈다는 비판과 함께 이제 혼자 땅을 독식하게 놔둘 수 없다는 형제들의 반란에 직면해 있는거다. 

파란자전거

  삶이란 마치 자전거를 타면서 전해지는 따스한 인간의 온기를 느끼며 사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욕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모습에 많은 것들이  나누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것 이상을 가지려는 욕망으로 얼룩져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선거전 그 삼촌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어느 당에 누가 될거란다. 교회 장로로 계신 숙모님도 이 핑계 저 평계로 마음이 약한 집사람 불러내어 교회 보내려고 그렇게 애쓰다가 체면상 나가주는거 이제 못하겠다고 하자 그 이후로는 연락도 않으신다. 아마도 두 분이 교회가서 열심히 기도해서 그렇게 부자가 되시는가 보다. 많은 땅 여기저기 사들여 놓고 투기하셨으니 당연히 누가 되야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선거 풍토에서도 자신들의 욕심으로 얼룩진 대안없는 경제논리가 앞서는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삶의 따스한 참모습을 잃고 절망해야 할지, 정말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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