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④ 강원의 육담 본문

.....古典(고전)

④ 강원의 육담

AziMong 2008. 2. 2. 19:32
④ 강원의 육담
 
  옛날 스님과 놀아나는 마누라를 둔 남편이 증거를 잡으려고 마누라에게 "영서에 볼 일이 있어 가니 그리 알게." 이랬단 말이야. 마누라에겐 얼마나 좋은 소린지! 남편이 집을 나가다가 돌아와 뒤란에서 마누라가 어쩌나 하고 봤지. 남편이 나가자마자 스님이 바잣문을 열고 굴갓을 쓰고 장삼을 입고 들어온단 말이야. 마누라가 얼른 술상을 차려 놓고 콧소리로 아양떨며 하는 말이 "굴갓을 벗어서 어디다 걸지∼" 하니, "여기다 걸지∼" 하고, "장삼은 어디∼" 하니, "여기다가∼" 이래 하며 질펀하게 놀았네.
 이걸 본 남편이 부애가 치밀어 몽둥이로 스님을 패니 그만 죽었네. 마누라보고 "스님을 좋아했으니 업으라" 하고 뒷산에 가 묻었지. 며칠 뒤 아직도 미심쩍은 남편이 다시 뒤란에 숨었네. 마누라는 주과포를 함지에 담아 삼우제를 지내러 가네. 가서 "영감, 왜 이래 먼저 죽었소. 원수로다, 원수로다, 우리 가장이 원수로다." 이러 울며 통곡하더래.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이런 정도의 광포한 남성적 시각이 물론 아닌 것으로 최근 '바람난 여자 이야기'가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며 드라마 영화 등에서 풍성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 발칙한 불륜 또는 떳떳한 일탈을 잠시 스케치해 보면, 불륜이란 예측하거나 저항하고 피해갈 수 없는 비극적 운명 같은 것이라는 드라마 '거짓말', 아이 학교 과학실 마룻바닥에서 벌어지는 불륜의 섹스를 다룬 영화 '정사', 성적 체험에 대해 질펀한 수다를 떨다가 자위를 하는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재작년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올해의 영화 '바람난 가족' 그리고 드라마 '앞집 여자' 등등.
 늘 차분했던 속초 시인 이성선도 '원융합일의 엑스터시 경지'를 "섹스하는 모습"이라 표현했을 만큼 지금 이 시대는 성적인 것에 익숙할 뿐 아니라, 이렇게 바람난 여자들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기야 근엄한 조선 시대 선비 이정보(1693∼1766)도 섹스에 탐닉한 여자를 사설시조로 읊었을 정도이니 오늘날 여자들의 불륜을 지나치게 매도, 통매, 강타할 것 없으렷다.
 "간밤 자고 간 그놈 아마도 못 잊어라. 와야(瓦冶)놈의 아들인지 진흙에 뽐내듯이, 사공놈의 정령(精靈)인지 사엇대로 찌르듯이, 두더지 영식(令息)인지 곳곳이 뒤지듯이. 평생에 처음이요 흉스님에도 야릇해라. 전후에 나도 무던히 겪었으되, 참 맹세하지, 간밤 그놈은 차마 못 잊어 하노라."
 현대의 시인 이수익은 이에 차운(次韻)하듯 '그리운 악마'를 노래한다.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이 시에 감동한 여류시인 문정희는 고백한다. "나는 정부(政府)보다 정부(情夫)를 갖고 싶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 또한 성적 '욕망의 개구리'다. 여자 역시 만족할 줄 모르는 자궁의 충동, 음모의 곤두섬, 질의 목마름, 클리톨리스의 떨림에 밤마다 몸서리친다.
 점잖다는 영국인들은 생애를 통틀어 5 명의 각기 다른 섹스 파트너와 평균 2천5백여 회의 성행위를 하고 있다.
 이 불륜의 옛 이야기를 그러므로 몽둥이에 맞아죽어도 싼 '성의 타락'이라 욕하지 말라.